서울신문이 지난 2일 자사 기자 다수가 퇴사했다는 내용의 ‘지라시’ 유포자를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지라시를 작성한 기자가 회사에 자진 신고한 후 소는 취하됐지만 내부에선 사측이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고소했다며 ‘위축효과’를 우려했다.

▲ 서울신문.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신문.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지난 11월 언론계에는 ‘서울신문 엑소더스…3개월 간 15명 이직’이라는 이름으로 소위 ‘받글(받은 글)’이 떠돌았다. 받글에는 ‘최근 3개월 새 서울신문 공채 기자 15명 퇴사’, ‘대부분 4~13년차 기자들로 각 부서 허리를 받치던 기자들’ 등의 내용과 함께 15명의 이직자 명단이 포함돼 있다.

받글은 “서울신문 경영진이 경력과 수습을 각각 10명 뽑겠다고 큰소리쳤으나 경력으로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읍소 끝에 4명 채용에 그쳤고 수습도 한 자릿수 채용에 그쳤다”며 이외에도 서울신문 사주인 호반건설의 기사삭제 논란과 강북구청장 보복기사 논란, 우면동 사옥 이전 이후 통근 불편으로 인한 기자들의 불만 등을 다뤘다.

[관련 기사 : 한겨레로 대거 이직한 서울신문 기자들, 도대체 왜?]

[관련 기사 : 호반 인수 뒤 '탈출'하는 서울신문 기자들 “소통 부족 불만 표출”]

서울신문은 해당 내용들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최근의 수습·경력 채용 관련 부분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서울신문으로) 올 사람들이 없는데 우리가 읍소를 했다거나, 사람들이 거절해서 겨우겨우 데리고 왔다는 식의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다”며 “악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지원하셨는데 그분들에 대한 명예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내용을 나간 사람들의 명단하고 같이 결부해서 실명과 함께 실었다. 타사 얘기도 언급되는 상황에서 명예훼손이 심각하다고 봤다. 이것을 방치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내부 구성원 말은 엇갈렸다. 지라시에 담긴 내용이 이미 공공연히 퍼져 있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서울신문 A기자는 통화에서 “서류 접수에서 괜찮은 사람이 지원하면 뽑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데려올 사람이 적어 더 좋은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한 더 뽑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임원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B기자 또한 “내부에서는 공공연히 열 명 뽑을 거라고 알고 있었다. (회사가) 나가는 사람이 많으니까 10명 정도 충원하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최근의 서울신문 경력채용 충원자는 5명이다.

▲ 사진출처=PIXABAY.
▲ 사진출처=PIXABAY.

고소 이후 지라시를 작성한 기자는 지난주 사측에 자진신고했다. 소는 취하됐지만 지난 21일 사내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해당 기자는 감봉 1개월 조치를 받았다. 위반 항목은 회사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품의유지의무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고소, 징계 등 일련의 사태가 구성원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신문이 내부고발자 색출의도가 있었고 구성원들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소를 진행했다고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B기자는 “(고소는)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선 구성원인 줄 모르고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고소를 한 것부터가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지라시가 처음 돌았을 때 내용이 상세해서 내부자가 써서 돌렸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며 “이전부터 회사에서 공공연하게 내부 정보를 유출했을 시 엄격대응하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 적이 몇 번 있다. 그 연장선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문제제기를 더 못하도록 본보기처럼 징계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C기자는 “사옥을 옮기고 나서 출퇴근이 불편해졌다.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이전에는 기자들이 당직 때 회사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회사 출근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내근강요가 일종의 ‘벌’이 됐다. 취재기자를 벌내근시켜 퇴사한 사람도 있다. 구성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서울 중구 서울신문 사옥이었던 프레스센터와 지금 서울신문이 입주한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 서울 중구 서울신문 사옥이었던 프레스센터와 지금 서울신문이 입주한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서울신문 관계자는 “유포자를 내부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내부에서 나간 건지 외부에서 나간 건지도 정식으로 고소하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다고 해서 불가피하게 진행한 것”이라며 “징계위에서 “소명을 듣고 나서 (해당 기자가) 불특정다수에 막 퍼뜨린 것이 아닌 친분 있는 기자랑 대화를 나누다가 내용이 와전된 것을 확인했다. 본인도 유감표명을 하고 우리도 기자가 의도적으로 했다고 보지는 않아서 소를 취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소를 진행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거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방치해두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양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회사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다가 최근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악재가 겹친 상태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지라시 내용이) 진실처럼 굳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4명의 퇴사자가 추가로 발생하며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최근 악재가 겹치면서 내부적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많이 됐다”며 “지금은 구성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기 위해 별도 조직도 꾸린 상태다. 구성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토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것이다. 독립적이고 간섭받지 않는 부서에서 의견을 받아 전체적으로 소통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