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부모를 비난한 발언으로 혁신위가 곧 좌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 위원장의 해당 발언이 나온 특강 자리는 국민의힘 출입기자들에게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행사로 지역신문인 태안신문의 단독보도였다. 

국민의힘 서산·태안당원협의회(위원장 성일종 의원)가 이날 오후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 위치한 홍익대만리포해양연수원 현장에서는 태안신문 기자를 포함해 2명의 지역신문 기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의 ‘이준석 부모 잘못’ 발언은 신문웅 태안신문 기자(편집국장)가 지난 26일 오후 7시39분 오마이뉴스에 올린 <[단독] 인요한 “준석이는 도덕이 없어, 부모 잘못 큰 것 같다”>로 처음 공개됐다. 충남 태안군을 취재하는 태안신문은 풀뿌리 지역언론 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인데 바른지역언론연대가 오마이뉴스와 제휴를 맺고 기사를 공급하고 있어서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것이다. 

해당 보도를 보면 인 위원장은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오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에 위치한 홍익대학교만리포해양연수원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하는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태안신문
▲ 지난 26일 오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에 위치한 홍익대학교만리포해양연수원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하는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태안신문

앞서 이날 오후 6시26분 현장을 방문했던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뉴스1) 서산·태안 주재기자가 <인요한 위원장 “서산·태안 당원 뭉쳐 ‘여의도 기적’ 만들어 달라”>라는 기사를 썼지만 해당 기사에는 ‘이준석 부모 잘못’ 발언이 없었다.

신 기자는 28일 미디어오늘에 “(26일에) 경향신문 기자가 (기사를 보고) 전화 와서 사실을 확인하며 인용보도를 한다고 해서 현장에서 찍은 인 위원장 사진도 보내줬다”며 “동아일보와 채널A는 바른지역언론연대 관계자에게 연락이 왔고, 당시 보도한 나머지 매체들은 인용 없이 쓴 기사들”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26일 쓴 <인요한 “이준석이 도덕 없는 건 부모 잘못”>기사에서 기사 출처를 오마이뉴스로 표기했다. 뉴시스도 이날 인 위원장 발언을 보도하면서 오마이뉴스로 출처를 표기했다. 

이날 인 위원장 일정은 국민의힘 출입기자들에게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이 이날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 여당 출입기자들이 오지 않아 조금 더 거침없이 발언을 한 것일까? 신 기자는 “인 위원장이 태안에 위치한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 이사장이기 때문에 특강 전에 태안신문 국장이라고 소개하며 인사를 나눴다”며 “기사 쓰기 전에도 성일종 의원 보좌진과 통화를 나눠 (기자 참석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 지난 26일 오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에 위치한 홍익대학교만리포해양연수원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하는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 행사에 방문했다. 인 위원장 바로 오른쪽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사진=태안신문
▲ 지난 26일 오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에 위치한 홍익대학교만리포해양연수원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하는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 행사에 방문했다. 인 위원장 바로 오른쪽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사진=태안신문

인 위원장 발언에 이 전 대표는 “정치하는 데 부모 욕을 박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패드립(패륜적인 말싸움)’이 혁신인가. 나이 사십 먹어 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에게 ‘준석이’라고 당 행사에 가서 지칭하는 것 자체가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인 위원장이 이 전 대표의 부모까지 거론한 것에 대해 당 안팎 비판이 이어지자 다음날인 지난 27일 사과문을 남겼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이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이후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국민의힘 혁신위가 빠르면 주중에 수명을 다할 거란 진단이 나온다. 한 정치인 출신 혁신위원이 ‘자신은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하고 ‘혁신위가 김기현 대표 체제 수명 연장을 위한 기구’라는 식으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정치인 출신 혁신위원들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 분열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인기로 주목을 받으며 당내 반발에 맞서던 인 위원장이 설득해 혁신위원들의 사퇴는 막았지만 인 위원장이 ‘이준석 부모 잘못’이란 실언을 하면서 혁신위가 유지되더라도 유명무실해진 상황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혁신위는 오는 30일 ‘당 지도부와 친윤·중진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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