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활동을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대통령실의 신호가 왔다고 한 인터뷰 발언이 논란이다.

기자가 “부적절하다”, “대통령실까지 끌어들이냐”는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고 여러차례 질문했지만 인 위원장은 자신에게 소신있게 하라고 맡긴 자리로 안다면서도 비판에 대한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의 ‘대통령실 신호’ 발언은 이른바 윤핵관의 험지 출마 제안을 했다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나 김기현 대표가 수용하지 않겠다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이들의 희생을 위해 용산까지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인 위원장은 지난 15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전화 연결에서 친윤 의원, 지도부, 영남 중진의원 희생 제안이 대통령실과 교감한 뒤 나온 얘기냐는 박지훈 변호사 질의에 “대통령에게 거침 없는 얘기를 하려고 열흘 전 여러 사람을 통해 뵙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래서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걸 그냥 소신껏, 생각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그렇게 우리 당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그냥 거침없이 해라’는 신호가 왔다”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은 또 “지적할 건 지적하고 아주 긍정적으로 (해달라. 대신 자신은) 그거 개입을 하지 않겠다, 전혀”라고 부연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김기현 대표와 면담을 위해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가는 길에 대통령실의 신호가 왔다고 한 발언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SBS 현장영상 갈무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김기현 대표와 면담을 위해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가는 길에 대통령실의 신호가 왔다고 한 발언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SBS 현장영상 갈무리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핵심 요인은 당이 민생과 무관한 분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폭주에 끌려다니며 최소한의 견제와 조언을 하지 못했고, 국정기조 변화도 이끌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도 인 위원장이 ‘대통령실 신호가 왔다’고 언급한 것에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혁신위원회가 대통령 힘을 이용해 혁신을 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대표도 16일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며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17일 오전 김 대표와 면담을 위해 당사로 들어오는 길에 “수술을, 스스로 메스를 대서 안 좋은 걸 들어내는 일인데, (당사자가) 굉장히 힘들어한다”며 “의견과 이견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한 거다. (…) 또 불필요한 오해가 많았다. 오늘 소통하면서 풀어나가려고 그런다”고 밝혔다.

이에 SBS 기자가 ‘대통령실 신호를 거론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인 위원장은 “나는 국민의, 처음부터 국민의 뭐랄까요. 국민 기대(에 따라) 허심탄회하고 소신있게 하라는 그런 뜻으로 (이) 일을 국민으로부터 받은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용산을 끌어들였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이어진 기자 질의에 인 위원장은 “감사하다”고 한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인 위원장이 김 대표와 만난 후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과 우리 정치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당에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를 드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나 장제원 의원 등 험지 출마나 불출마 얘기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박 수석대변인은 “그런 질문 취지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없었고 당에 필요한 쓴소리라도 가감없이 현실적으로 계속 얘기하겠다는 취지의 말씀은 있었다”고 답했다.

‘용산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한 김 대표 발언에 대한 내용은 없었느냐는 질의에 박 수석대변인은 “그 관련된 내용은 구체적으로 오늘 나오지 않았다”고 했고, ‘인요한 위원장도 그에 대해서 전혀 반응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도 “특별한 말씀 없으셨다”고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5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전화연결에서 혁신위 활동에 대한 대통령실의 신호를 받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킹 영상 갈무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5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전화연결에서 혁신위 활동에 대한 대통령실의 신호를 받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킹 영상 갈무리

김경진 혁신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4호 혁신안 발표 브리핑에서 ‘인 위원장이 대통령실 언급한 것을 철회한 거냐’는 질의에 “내가 특별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YTN 라디오 인터뷰 말씀의 문장을 읽어보면 ‘대통령실에서는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 소신껏 일하라’고 했다는 것이 인터뷰 답변”이라며 “철회인지는 따로 여쭤보지 않았지만, 큰 틀의 맥락은 그런 취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표리부동’ 윤심 시그널이 앞세운 ‘핫바지’ 인요한 위원장도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용산의 노골적인 당무 개입을 이미 국민들께서는 똑똑히 봤다. 용산의 당무 개입,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대통령실이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는 기자 질문에 “(혁신위는)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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