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초유의 ‘블랙아웃’(송출중단) 위기까지 현실화하고 있다. TV홈쇼핑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송출수수료 갈등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유료방송의 특성상 ‘블랙아웃’이 현실화되면 방송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현대홈쇼핑, 송출중단 직전에 ‘보류’

현대홈쇼핑은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11월20일 예정됐던 송출 중단 일정을 대가검증협의체 종료 이후로 잠정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갈등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는 현대홈쇼핑과 송출수수료 협상을 진행해왔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을 내보내는 대가로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다. 현대홈쇼핑은 채널번호 ‘6번’을 유지할 경우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번호 재배치와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고 KT스카이라이프는 이미 다른 번호는 계약이 돼 있어 번호 이동이 어렵고 수수료 인하도 어렵다며 맞섰다. 

▲ 현대홈쇼핑 사옥과 스카이라이프 사옥. ⓒ 연합뉴스
▲ 현대홈쇼핑 사옥과 스카이라이프 사옥. ⓒ 연합뉴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현대홈쇼핑은 지난 9월19일 홈페이지에 “10월20일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방송송출이 중단될 예정”이라고 공지하며 송출중단을 공식화했다. 스카이라이는 현대홈쇼핑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송출중단 카드를 쓴 것이라고 보는 반면 현대홈쇼핑은 송출중단 결정은 협상카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가검증협의체 논의에서도 타결이 이뤄지지 못하면 송출중단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송출수수료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는?

홈쇼핑 업체와 유료방송 플랫폼 간 송출수수료 갈등은 최근 반복되고 있다. 딜라이브와 롯데홈쇼핑이 지난 10월 방송 중단 직전 합의를 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8월 LG헬로비전에 송출 중단을 통보한 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홈쇼핑 측이 송출중단 카드를 꺼내는 데는 송출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목적이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연 평균 8.2% 인상했다. TV홈쇼핑 7개 법인 기준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1% 줄었지만 오히려 송출수수료는 5.5% 올랐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TV홈쇼핑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졌고 TV홈쇼핑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기에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했다.

▲ 11월20일자 홈쇼핑 송출중단 연기 공지
▲ 11월20일자 홈쇼핑 송출중단 연기 공지

홈쇼핑 업체가 내는 돈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2021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2017년 홈쇼핑사업자가 유료방송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1조3874억 원이었는데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엔 2조2508억 원을 기록했다. 사업자별로 구분해보면 통신3사가 운영하는 IPTV의 송출수수료 인상 폭이 가장 컸다.

그러나 유료방송업계에선 ‘과도하지 않다’고 본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의 모바일과 인터넷 등을 통한 매출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TV를 보고 앱을 통해 결제하는 것도 TV 시청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관련 데이터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홈쇼핑 업체들이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인상된 면도 있다고 본다.

홈쇼핑 의존도 높은 유료방송의 현실

홈쇼핑과 유료방송 업계 간 갈등이 지속되면 시청자에게도 여러 피해가 예상된다. 유료방송이 홈쇼핑과 계약 중단을 하게 되면 유료방송이 각 채널에 배분하는 사용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유료방송은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높다. 2021년 기준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케이블)의 매출 중 홈쇼핑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3%에 달한다. 이어 위성방송(34.1%), IPTV(28.6%) 순이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TV홈쇼핑이 도입될 때만 해도 TV의 막강한 영향력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가 성립됐기에 홈쇼핑이 유료방송에 수수료를 내고, 유료방송은 이용자로부터 받은 요금과 홈쇼핑수수료를 재원으로 지상파와 유료방송채널 등에 대가로 제공하는 순환이 이뤄졌다. 특히 한국 유료방송은 이용자 요금을 1만~2만 원대의 저가로 정해 ‘출혈 경쟁’에 나서며 비정상적인 시장을 형성했지만 부족한 몫은 홈쇼핑수수료로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고, 앞으로 더 큰 변화를 마주할 수 있다. 홈쇼핑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유료방송 가입자도 천장을 찍어 정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MZ세대 미디어 이용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TV홈쇼핑 이용률이 39.5%에 달한 반면 Z세대의 TV홈쇼핑 이용률은 7.3%에 그쳤다. 과기정통부의 ‘2023년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을 보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0.27% 늘어나는 데 그쳐 ‘정체’를 보이고 있다. OTT시장이 커지는 반면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는 한계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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