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포털 대비책 차원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만난 정명원 SBS 디지털뉴스제작부장이 방송사 SBS도 ‘탈포털’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를 유통하는 포털 등 플랫폼의 정책이 바뀌면 뉴스 소비량도 급변한다. 소비자들 역시 뉴스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가 연령별로, 성별로 다르다. 방송사는 신문사보다 수익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고 해도 뉴스 부문만 놓고 봤을 땐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정명원 SBS 디지털뉴스제작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정명원 SBS 디지털뉴스제작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지난해 11월 ‘로그인 월’(로그인을 한 이용자만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적용한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 웹사이트를 출시했던 SBS가 1년여 만에 ‘스프’ 앱을 선보였다. 당초 ‘스프’ 앱을 출시하기 전 SBS는 6번째 읽는 기사부터 ‘로그인 월’을 걸었지만, 올 초부턴 2번째 기사부터 로그인해야 기사를 볼 수 있게 전략을 바꿨다. 지난 1년 새 6만 명의 로그인 독자를 모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식 콘텐츠 외에 다양한 콘텐츠로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고민했다. ‘의료비 비교 TIP’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 진료비 비교’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내가 사는 시군구를 선택한 후 검사 항목을 선택하면 ‘최저가 순’ ‘좋아요 순’으로 우리 동네의 어떤 병원이 최저가인지 등을 알 수 있다. 비급여 진료비가 얼마나 천차만별인지 SBS ‘8뉴스’가 지난달 25일 보도하고 ‘스프’에 있는 서비스를 알리자, 당일에만 3400명이 다운로드를 했다. 정명원 부장은 “독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냉정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  SBS ‘8뉴스’에서  ‘우리동네 비급여 진료비 비교’ 콘텐츠 내용을 보도했고, 스프 앱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  SBS ‘8뉴스’에서  ‘우리동네 비급여 진료비 비교’ 콘텐츠 내용을 보도했고, 스프 앱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지난해 11월 SBS가 ‘로그인 월’을 적용해 ‘스프’ 플랫폼을 출시했다. ‘스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유료 구독모델을 시작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방송사는 시청률 지표를 받아보지만, SBS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에 대한 분석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뉴스 홈페이지가 있었지만 이용자 파악이 어려웠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맞춤형 대응이 어려울 것 같았다. 구독모델이라는 건 자사 플랫폼의 진지를 튼튼하게 갖추는 것과 같다. 유료 구독모델을 출발할 때 우리의 소비자들을 정확히 아는 게 필요했다. 그렇게 해야 다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의 포지셔닝이 명확해질 것 같다. SBS가 구독모델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탈포털을 위해 다른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진지가 필요했고, 우리 이용자를 분석할 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사 중에서는 ‘로그인 월’을 거쳐 유료구독 실험을 하는 곳은 SBS가 처음이다. 방송사인 SBS가 ‘탈포털’ 위기감을 느끼기라도 한 건가.

“SBS 뉴스 앱이 5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지만, 어떤 기종에서 다운받았는지 정도만 알 수 있다. 한창 각광 받던 버즈피드도 페이스북 유통 플랫폼에만 의존하다 보니 정책이 바뀐 후 흔들거려서 뉴스 서비스가 어려워졌다. 복스도 마찬가지다. 편하단 이유로 포털 같은 빅테크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그들의 전략이 바뀌었을 때 언론사들이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이미 우리도 여러 차례 경험이 있다. 네이버 정책이 바뀌면 언론사들도 왔다 갔다 했다. 두 번째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거다. 한국 독자들이 포털에서 뉴스 소비 비중이 높지만, 점점 그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네이버 다음 독자의 90% 이상이 40대 이상이다. 뉴스를 포털로 전국민이 보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 상황이면 각각의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니즈에 맞게 접근할 수 있는 틈이 보인다. SBS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하는 과제였던 거다. 경영진의 판단이 있어서 그런 전략을 실행하자고 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큰 투자를 한 거다.”

-6만 명의 로그인 독자를 모아 지난달 18일 ‘스프’ 앱을 출시했다. 개발 과정은 힘들었나.

“앱 개발은 우리가 다 자체적으로 했다. 앱 생성을 위해 많은 걸 수많은 회의를 통해 정해야 했다. 버튼 하나하나, 버튼 위치 동작 방식까지 정해줘야 한다. 그게 돼야 개발이 시작되는 거다. 초반에 계속 어려웠던 건 포지셔닝을 어떻게 잡느냐. 우리 콘텐츠는 무엇을 기반으로 나아가려고 하느냐, 우리가 어떤 식으로 좀 더 사람들이 보게 만들 것인지도 이야기가 이뤄져서 설계돼야 개발이 들어간다.”

-‘스프’ 서비스에 함께 하는 사람은 몇 명인가.

“지난해 4월에 구독모델TF가 회사 내에 만들어졌다. 계열사에 있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기자 등 15명이 모였다. 그때부터 회의를 시작해서 ‘스프’ 플랫폼을 만든 거다. 지금 제가 디지털뉴스제작부장이다. 저희 부서에 13명이 있다. 기자 11명(데이터전문기자 2명 포함), 디자이너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서 내에 스프팀이 있고, 디지털제작팀의 콘텐츠를 다시 가공해서 스프 플랫폼에 넣고 있다.

-앱을 개발해본 입장에서, 개발자들과 소통은 잘 됐나.

“서로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런 거를 잘 조율하는 게 TF를 이끄는 사람의 몫이다. 기자, 기획자, 개발자 서로 다 다른 언어를 쓴다. 일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직군별로 다 다르다. 기자들은 보통 이 콘텐츠를 어떻게 잘 올려서 보여지게 할까 고민하고, 리더는 이용자가 어떻게 편하게 이용할까 생각하고, 기획자는 어떻게 하면 시간 내에 개발 업무로 잘 마무리될 것인지를 생각하고, 개발자들은 정해진 시간 내에 빨리 개발하는 것을 생각하더라. 개발자들과 밥도 먹고 술도 먹었다. 개발자 관련 서적을 엄청 사서 봤다. 그들의 일 처리 방식도 이해해야 업무가 가능하다.”

“진짜 간단하다고 생각한 걸 개발 쪽에 말하면 한 달 걸린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보면 개발자들한테 말하면 밤새 개발해 뚝딱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더라. SI 개발자라고 해도 성향은 좀 다르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앱을 만들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스타트업은 보통 기본적인 방식이 빨리 치고 나간다. 일단 완성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내서 시장에 빨리 내놓고 반응을 본다. 그리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 업데이트한다. 그러나 방송사는 그렇게 접근할 수 없다. 뭐 하나 삐끗하거나 작동이 잘 안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

▲ 정명원 SBS 디지털뉴스제작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정명원 SBS 디지털뉴스제작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지난해 10월 중앙일보가 언론사 중 가장 먼저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앙일보도 저희도 비슷한 고민을 해왔다고 본다. 우선 국내외 미디어 환경 변화라는 큰 흐름이 있다. 잘 나가던 디지털플랫폼이 흔들거리고, 국내에서도 포털이 뉴스에 중심을 두는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네이버도 뉴스보다 쇼핑과 웹툰 등을 강화하고 있다. 또 소비자 환경도 바뀌었다. 뭔가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21년 하반기부터 경영진이 구독 서비스를 (느슨하게) 검토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지난해 4월에 TF를 본격 출범시켰다. 움직인 이유는 딱하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면 광고는 점점 줄고 있다. 생존의 문제다.”

“사실 SBS는 방송사라서 포트폴리오가 있다. 위기감이 신문보다 덜하긴 했다. 중앙이 좀 더 위기감이 강했던 거고, 우리는 위기감이 덜하지만, 대비책 차원으로 가는 거다. 중앙만큼 인적·물적 투자를 많이 하진 않았다. 모든 언론사마다 각각의 방법이 있다. 뉴욕타임스 모델을 가져와서 SBS에 적용한다고 성공하진 않는다. 각 언론사가 처한 환경과 이용자들의 생각과 그 나라에서 파고들 수 있는 시장의 영역과 고차원적으로 연결되는 구독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SBS는 SBS만의 전략을 찾아 지식뉴스 플랫폼을 만드는 거다.”

-구독 콘텐츠 서비스 총괄자로서 중앙일보가 좋아 보이는 게 있나.

“우선 선두주자로 나선 중앙일보가 잘 됐으면 좋겠다. 박근혜 회고록 등을 선보이긴 했지만, 돈을 많이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길을 터주고, 성공 사례가 남는 것이 탈포털 실험하는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플러스면 플러스지, 마이너스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제가 보기에는 서두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중앙일보가 유료화에 실패한다면 다른 언론사 중에 유료화하겠다는 경영진 얼마나 있겠나.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는 잘 됐으면 좋겠다.”

-‘스프’ 플랫폼 출시에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왜 이런 결단을 했을까.

“시작 자체가 우리가 이런 게 필요하다는 화두를 경영진에서 먼저 던졌다. 국내 포털환경의 변화, 해외 미디어와 플랫폼의 변화, 이용자들의 뉴스 이용의 변화가 (경영진에게도) 다 보인다. 이대로 가는 게 정답이 아니라고 본 거다. 거기서 (경영진의) 결단이 있었다. 대부분의 경영진은 어떤 식의 결단을 하냐면, 자기 임기를 무사히 넘기려고 한다. 그러나 (2022년 초) 당시에는 (경영진이 구독모델 추진) 그런 결정하게 된 거다. 2022년 초 경영진에 보고드렸고, 경영진의 판단으로 지난해 4월 TF가 출범한 거다.”

-한겨레, 경향신문처럼 임기제 사장을 둔 언론사는 구독모델 추진이 더 힘들까.

“여러 언론사 경영진에서 구독모델을 준비하지만 어려움이 있다. 보통 임기 사장은 3년이다. 첫 취임 때 구독모델에 관심이 있을 거다. 관심 갖는 시간이 반년, 기획하는데 반년, 개발은 1년 넘게 걸린다. 그러다 연임 상황이 온다. 3년은 너무 짧다. 성과나 결과물이 없으면 그게 내부의 공격이 된다. 사장이 바뀌면 다시 리셋이 된다. 물리적으로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뉴욕타임스도 사장을 10년 이상 안 바꾸면서 조직을 설득하며 유료화에 도달했다. 기존에 익숙한 기자 일을 해왔던 기자들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 3년 임기 CEO가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패턴이 반복된다. 보통 돈을 막 투입해서 하면 될 거로 생각하는데, 단기간에 될 수 없다. 밭을 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씨를 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네이버에 ‘스프’ 콘텐츠를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이유가 있나.

“앱 출시 전에 결단했다. ‘스프’ 콘텐츠는 네이버에 하나도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1년 해보니 네이버를 통한 ‘스프’ 유입 비중이 너무 낮았다. 네이버에 ‘스프’ 콘텐츠를 풀면 네이버만 좋은 일 시키는 거다. 네이버에 출고 안 했는데도 구독자, 조회 수 증가에 별로 타격이 없다. ‘스프’에 직접 들어와서 보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네이버에서 콘텐츠 조회 수가 20만~30만 나와도 그 기획 기사를 쓴 언론사 브랜드나 평가가 쌓이는 구조는 아니다. ‘스프’는 하루에 만 명 이상 보는 콘텐츠가 많다.”

-홍보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맞춤형으로 구독자들의 선호에 응답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모든 사람이 남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볼 필요 없이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를 먼저 보고 남들이 재밌어 하는 걸 봐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실생활 서비스로 연결도 되는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에 대해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똑똑해지는 것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스프 지식 뉴스가 큰 도움이 될 거다.”

[관련 기사 : SBS 구독플랫폼 ‘스프’ 1년 만에 로그인 독자 6만명… 앱도 만들었다]
[관련 기사 : SBS가 프리미엄 콘텐츠 전용 구독 사이트 열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