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이 자사 프리랜서 작가에게 업무 외 지시와 감독을 일상적으로 해왔다는 고용노동부 진정이 제기됐다. 고 이재학 PD가 세상을 뜬 뒤 방송비정규직 투쟁으로 진상조사와 근로감독이 진행됐지만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주방송이 최근 또 다른 프리랜서에게 계약 자동연장 이후 하차를 통보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청주방송의 A 작가는 지난 4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에 청주방송을 상대로 ‘부당 지시’로 진정을 제기했다. 청주방송이 A 작가와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A 작가가 팀장 지시와 감독 아래 본래 업무 외의 각종 회사 일을 떠안고 있다는 취지다.

▲CJB청주방송 정문. 사진=손가영 기자
▲CJB청주방송 정문. 사진=손가영 기자

앞서 2021년 A 작가는 청주방송과 ‘라디오작가 집필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 전년인 2020년 청주방송에서 ‘무늬만 프리랜서’로 14년 일해온 이재학 PD가 부당해고를 당한 뒤 회사와 법적 다툼을 하다 숨졌고, 이후 유가족과 방송 비정규직 투쟁이 청주방송 특별근로감독으로 이어졌다. 노동부는 근로감독 결과 A씨 등 라디오작가 2명이 모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회사에 근로계약을 맺도록 시정명령했다.

A 작가는 청주방송과 면담 결과 프리랜서 계약을 선택했다. A 작가는 청주방송 측이 근로계약을 맺는다면 고용보장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프리랜서 계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음에도 A 작가 업무는 점차 늘어났다. 녹음파일 편집과 사전녹음, 행정 등 업무다. 편집은 본래 담당 팀장(PD)의 소임이지만 A 작가가 수행했다. B 팀장은 이를 보고받은 뒤 ‘어느 부분을 다시 편집하라’고 지시하고, A 작가는 이에 따라 재편집을 했다.

A 작가는 부조정실에서 큐 싸인 등 사전녹음 진행도 맡았는데 이 역시 본래 PD 업무다.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문의나 불만사항 답글을 작성하고 당첨자 상품 발송하는 등 행정 업무 전반은 노동부 시정명령 이후 편성국 행정팀이 맡았으나 담당 팀장 지시로 A 작가가 떠맡았다고 한다.

“노동자 인정된 작가들에 프리랜서 계약 회유”…“그런 적 없다”

청주방송 측이 2021년 노동부 시정지시 이후 작가들에게 프리랜서 계약을 택하도록 회유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노동자성을 인정 받았던 복수 라디오작가의 입장을 종합하면, 담당 팀장은 이들에게 근로계약을 택할 경우 6개월 내지 1년의 단기계약만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실제로는 A 작가의 경우 2018년부터 4년째 청주방송에서 일했기에 정규직 근로계약 대상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안내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1년 4월8일 오후 1시 청주지법 후문 앞에서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가 공정한 2심 판결을 촉구하는 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2021년 4월8일 오후 1시 청주지법 후문 앞에서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가 공정한 2심 판결을 촉구하는 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담당 팀장은 이와 관련 ‘A 작가가 편의에 따라 이들 업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B 청주방송 라디오팀장은 17~18일 통화에서 “작가가 PD 업무를 맡은 건 사실이 아니다. (A 작가가) 제작 편의를 위해서 하겠다고 해서 하는 내용들”이라며 “내게 일일이 얘기하기 불편하니 스스로 알아서들 녹음하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A 작가가 행정 업무 전반을 맡는 상황에 대해서 B 팀장은 “홈페이지 관리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며 “거기까지만 (답변)하겠다”고 했다. B 팀장은 중간 관리자로 관여가 없었느냐는 질문엔 “내가 간간이 게스트에 대해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불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B 팀장이 노동부의 근로계약 시정지시 관련해 작가들에게 프리랜서 계약을 맺도록 회유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계약 당사자는 편성국장이었으며 나는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방송사 주조정실 모습
▲방송사 주조정실 모습

한편 청주방송은 최근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일방 하차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B 팀장이 지난 8월 라디오 진행자 C씨에게 개편을 이유로 “10월까지만 다니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A 작가에 따르면 진행자 C씨 측은 ‘만료 시 프로그램이 남아있고 양측 이의제기가 없는 경우’ 자동 연장한다는 계약에 따라, 이미 지난 7월 계약이 연장됐음에도 이후 사측이 일방 해지 통보를 했다는 입장이다.

B 팀장은 이와 관련 “(계약서에) 개편 때는 협의하여 그렇게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개편으로 프로그램 성격이 달라져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B 팀장은 지난해 사측이 개편을 이유로 C씨가 올해 2~3월까지만 다니도록 협의했고, B 팀장이 2~3월에 ‘7월까지 가자’라고 구두로 합의했지만 이 시기가 미뤄졌다는 입장이다. A 작가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 사측에 계약기간 준수를 요구했으며, 올해 거취와 관련해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장 화나는 것은 사람들이 변하지 않아”

A 작가는 과중한 업무로 인해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지만 노동부 진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A 작가는 “단기간 개편으로 3주 만에 7개 코너 변경을 떠맡으면서 그만두기로 결정했다”며 “가장 화가 나는 건 이재학 PD 사건과 근로감독 이후로도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자로 인정 받고도 고용을 보장 받지 못했고, 업무 면에서도 소속 국 없이 일하면서 팀장이 반감을 가지고 임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며 “중요한 건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인식이 변하는 것인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규식 청주방송 대표이사는 17~18일 회사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전화와 메시지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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