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CJB청주방송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프리랜서 작가·PD 및 용역업체 소속의 MD의 노동자성을 공식 확인했다. 고용노동부가 방송사 라디오 작가의 노동자성과 MD의 불법파견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주방송 관계자 등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3월까지 청주방송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용역업체 노동자 등 비정규직 21명의 근로 실태를 조사해 12명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프리랜서인 작가 5명과 PD 3명, 용역업체의 MD(방송운행책임자) 4명이 대상이다. 

작가 경우 라디오국 작가 2명과 각종 행사 기획을 전담하는 기획 분야 작가 3명의 노동자성이 인정됐다.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작가 4명은 제외됐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충북지역대책위 활동가들이 2월1일 오전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선전전을 열었다. 사진=충북대책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충북지역대책위 활동가들이 2월1일 오전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선전전을 열었다. 사진=충북대책위

 

청주지청은 라디오 작가들이 라디오 담당 PD가 없는 상황에서 PD의 업무를 전반적으로 수행하는 데다 편성팀장의 지시를 받는 등 청주방송과 사용·종속관계에 있다고 봤다. 기획 분야 작가는 명칭만 ‘작가’일 뿐 실질은 기획사 실무직원과 같은 일을 한다는 점이 인정됐다. 이들은 주 5일 정직원처럼 규칙적으로 출·퇴근해 청주방송이 수주하거나 주최한 행사의 기획부터 진행, 정산까지 실무 전 과정을 맡았다. 

노동자성이 인정된 프리랜서 PD 3명 중 2명은 고 이재학 PD 사망 후 이뤄진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청주지청은 이들이 총괄 연출자인 청주방송 정규직 PD 지휘·감독에 따라 일을 한다며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했다. 

청주지청은 청주방송이 MD 직군을 위장도급 형태로 써 파견법(불법파견)을 어겼다고도 밝혔다. MD는 방송 프로그램, 각종 광고 및 캠페인 등이 정해진 시간에 송출될 수 있도록 방송 운행을 관리하는 인력이다. 청주지청은 MD는 방송사의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직군으로 외주화시킬 수 없다고 봤다. 이 경우 정규직을 쓰거나 파견업체로부터 인력 파견을 받아야 하는데, 청주방송 MD는 용역업체에 고용된 직원이었다. 

MD는 파견법이 허용하는 파견 대상 업종으로 보기도 어렵다. MD가 포함되는 항목은 파견법상 ‘광학 및 전자장비 기술 종사자’인데 이 경우 파견법은 보조 업무에 한정해 인력 파견이 가능하다고 제한한다. MD는 기술감독(TD)과 함께 방송 송출을 전담하는 직무로 보조 인력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15일 청주방송 전직 MD가 제기했던 관련 소송에서 노동자성을 주장한 MD 손을 들어주며 MD는 파견법상 허용 업종이 아니라고 밝혔다. 

▲청주방송에 명예복직한 고 이재학 PD의 사원증이 그의 납골함 앞에 놓여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청주방송에 명예복직한 고 이재학 PD의 사원증이 그의 납골함 앞에 놓여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청주지청은 리포터(2명), DJ(1명), MC(1명), 분장사(1명)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모두 프리랜서 계약(방송출연 계약서)을 체결했다. 청주지청은 실태 조사 결과 방송사와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가령 DJ 경우 정해진 원고를 토대로 개인 재능을 발휘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다. 

향후 청주지청은 파견법,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청주방송에 시정지시를 내릴 예정이다. 

한편 정직원을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 결과에선 임금체불 등 9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다. 청주방송은 지난 3년간 전·현직 직원 88명에게 총 7억5000여만 원의 시간 외 수당 및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을 체불한 사실이 확인돼 지난 2월 시정지시를 받고 이행했다. 재직자 72명에 7억2000여만원이, 퇴직자 15명에게 3200여만원 등이 체불됐다는 설명이다. 청주방송은 근로조건 서면 명시, 임산부 휴일근로 제한, 노사협의회 미개최 등의 위반 사항도 적발돼 시정지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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