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 이후 임명직 당직자 사퇴 등 인적 쇄신에 나섰지만, 주요 아침신문들의 평가는 박했다. 신문사들은 정치 성향과 관련 없이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여당이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중앙일보), 보궐선거 패배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까지 요원한 상황(한국일보)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당 쇄신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와 함께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주류 의원들의 김 대표 사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들은 16일 국민의힘 쇄신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는데, 부정 평가 일색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연합뉴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못 하는 상황에 대해 당내 불신이 깊으며,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경향신문은 “일부 의원은 김 대표가 윤 대통령 뜻을 따르느라 김태우 후보를 무리하게 공천해 참패를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며 “비 윤석열계 허은아 의원은 사퇴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김 대표가 과도한 이념 논쟁 등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윤 대통령에게 우려를 전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10월16일 동아일보 1면.
▲10월16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에서 김기현 대표 사퇴를 요구한 목소리를 소수였다고 밝히면서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한 의원들도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10월16일 조선일보 5면.
▲10월16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5면 <‘김기현 사퇴’ 놓고 격론… “국민에게 개혁을 보여줘야”>에서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기존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리더십으로 바꾸지 못하면 비대위 전환은 시간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며 “여권 관계자는 ‘지난 3월 김기현 체제 이후 국민의힘이 존재감을 보인 적이 있었느냐’며 ‘의대 정원 확대든 연금 개혁이든 당이 정책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조선일보는 같은 면 <수도권 의원 앞에서 당직 개편하려 해도 총선 패배로 ‘인물난’> 보도를 통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에 휩싸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총선 참패로 인해 인지도 높고 중량감 있는 수도권 의원 수가 적다 보니 주요 당직자 인선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10월16일 동아일보 사설.
▲10월16일 동아일보 사설.

사설에선 비판 수위가 더 거셌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與, 등 떠밀려 쇄신… 진짜 문제 외면하고 시늉 그쳐선 안 된다> 사설에서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는 보선 참패에 따른 지도부 전면 쇄신을 피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수습책으로 보이지만 그것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의 위기감 확산과 거센 쇄신 요구에도 어떻게든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은 막겠다는 몸부림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실 이번 보선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스타일에 있겠지만 그 못지않게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에 안주했던 여당 지도부의 책임도 크다”며 “대통령실에 수직적으로 종속된 정당에 무슨 진정성 있는 변화를 기대하겠는가. 여당의 쇄신은 대통령실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10월16일 중앙일보 사설.
▲10월16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대통령 눈치만 보는 여당으론 총선도 기대 어려워> 사설을 내고 “그동안 여당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란 조소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며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방침을 잘 따르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여당 체제를 선호한 게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여당의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내년 총선 역시 기대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대통령실의 ‘출장소’란 이미지가 고착될 경우 유권자는 선거를 민주당 대 윤 대통령 간 대결 구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10월16일 한국일보 사설.
▲10월16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당 대표 놔둔 채 친윤 꼬리 자르기로 민심 수습되겠나>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습 방안을 고집한다면, 여권은 내년 총선에서 이번 보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쇄신 결과는) 결과적으로 비상대책위 출범에 난색을 표시한 대통령실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당과 대통령실 관계 재정립까지 요원한 상황에서 민심 수습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앞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언로 막힌다면… 벌거숭이 임금님 될 것”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념 중심의 국정운영과 거듭되는 인사 실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환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칼럼 <강서구청장 선거의 세 갈래 교훈>에서 “국민의힘에 주어진 교훈은 명확한데 실천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라면서 “이번 선거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무능, 이념적 편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란 게 상식적 해석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보여줬다는 것”이라고 했다.

▲10월16일 조선일보 칼럼.
▲10월16일 조선일보 칼럼.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이념보다 민생, 싸움꾼보다 일꾼>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문제점을 열거한 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총선까지)23개월의 4분의 3을 보내는 동안 포용적 인사, 참신한 인사의 강렬한 메시지를 보여준 적은 별로 없다. 재탕 장관들, 측근 위주의 편중 인사, 최근에는 싸움꾼들을 이념 전선에 전면 배치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에서 무능을 보여준 여가부 장관 후임에 검증 미흡한 논란의 인사를 발탁해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실망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강 논설위원은 “달라진 모습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얻지 못하면 저성장 탈출의 해법으로 꼽히는 개혁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어 허공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10월16일 중앙일보 칼럼.
▲10월16일 중앙일보 칼럼.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칼럼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를 내고 “(강서구) 유권자들이 마음을 닫은 것은 집권 이후 1년 5개월 동안 보여준 정권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었다”며 “(정책에 대한) 국민 설득이 부족했고, 야당과의 소통은 아예 없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회견도 안 하고 있다. 일방통행의 독주만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대기자는 “윤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변화와 쇄신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처럼 내부 비판과 언로가 계속 막힌다면 아부꾼의 심기 경호에 길들여진 ‘벌거숭이 임금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월16일 조선일보 12면.
▲10월16일 조선일보 12면.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지역 의료 공백은

정부가 내주 발표 예정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 폭이 예상됐던 것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등 언론은 확대 폭이 1천 명을 넘길 것이라고 봤으며, 조선일보는 12면 <“의대 정원, 3000명 더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에서 “정부가 임기 내 의대 입학 정원을 최대 3000명 더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고 했다.

▲10월16일 중앙일보 1면.
▲10월16일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1면 <고령화 시계의 압박 의대정원 전격 수술>에서 노인 인구 증가로 의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역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지방 의사 대책도 중요하다”며 “(전문가들은) 늘어난 정원을 지방 국립대에 배정하되 지역 출신 선발 비율을 대폭 올리자고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최근 20년 동안 의대 입학 정원을 38%, 일본은 2008년 이후 22.3% 늘렸다.

▲10월16일 경향신문 사설.
▲10월16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번 정원 확대 조치를 ‘만시지탄’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만시지탄인 의대 ‘정원 1000명’ 확대, 의협은 수용하라>에서 “문재인 정부도 400명씩 10년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들의 집단반발로 물거품이 됐다”며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최대 난관은 의협의 조직적인 반대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기 바란다. 정부도 의협 의견을 경청해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10월16일 부산일보 사설.
▲10월16일 부산일보 사설.

지역신문들은 지역의료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의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 의료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일보는 사설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료 정상화에 초점 맞춰야>에서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의료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수도권 대학에서 교육받은 수도권 출신 의료인이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속출해 지역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확대하고, 의대 졸업생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는 지방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0월16일 강원도민일보 1면.
▲10월16일 강원도민일보 1면.

강원도민일보는 1면 <의사 수 늘리는 것보다 지역근무 보상책 시급>에서 “강원도 등 지역 의료계는 무분별한 정원 확대가 능사가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지역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다. 서울에 집중된 의료 인프라부터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 내 의료계 역시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의료진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해결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 성평등 의제 따라가고 있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성평등, 정부가 외면한다고 언론도 따라 하나>에서 언론이 성평등 의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언론이 나서야 한다면서 “하지만 언론 보도에서도 성평등과 여성 관련 의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 국정 과제 목표에서 성평등 관련 의제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정책 조정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출처의 보도 아이템이 없는 것도 이러한 보도량 축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10월16일 경향신문 칼럼.
▲10월16일 경향신문 칼럼.

김수아 부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 우리 언론에서 젠더 이슈와 성평등 관련 주제가 늘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록하고 또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사회적 담론을 구성하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며 “그저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정쟁화되어 포털 중심의 뉴스 서비스 환경에서 클릭 유도를 통한 수익 확보에 좋은 갈등 소재로만 활용했다는 혐의가 짙다”고 지적했다.

김수아 부교수는 “정부의 무능을 그대로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돌봄, 젠더 기반 폭력, 노동 문제 등 현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의제를 언론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공론화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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