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0일 오전 11시30분, 김건희 여사의 ‘깜짝 등장’으로 화제가 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 기자회견. 개최 장소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내부 공간인 프레스센터 12층이었다. 언론재단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대관 요청을 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농림부 측은 “대관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국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토론회 말미 김 여사가 깜짝 등장했다. 김 여사는 “개 식용이 종식될 때까지 끝까지 운동하고 노력하겠다”고 선언하고, 손등에 백구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후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여론이 불거졌고, 정치권에선 관련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련 법안을 ‘김건희법’으로 부르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건희 여사가 8월30일 프레스센터 12층 언론재단 대강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참가자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김건희 여사가 8월30일 프레스센터 12층 언론재단 대강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참가자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행사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행사가 열린 장소가 언론재단 내부 장소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언론재단이 외부에 대관하는 장소가 아닌 프레스센터 12층, 언론재단 대강의실에서 진행됐다.

‘정부광고지원센터 운영관리지침’ 상 대강의실 사용 대상은 △정부광고 관련 기관 및 단체, 학회 △정부광고 광고주 및 매체사, 대행사 △재단의 목적사업에 부합하고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단체 등이다. 기자회견을 개최한 국민행동은 정부광고주가 아니며, 정부부처 산하기관도 아니다. 운영관리지침에 따르면 정부광고지원센터 사용을 위해선 사용일 기준 3주 전부터 신청해야 한다.

프레스센터에는 19층 기자회견장, 20층 국제회의장 등 유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프레스센터 예약 홈페이지를 보면 8월30일 기자회견이 열릴 당시 19층 기자회견장은 사용 가능한 상태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지원센터 운영관리지침, 8월30일 프레스센터 예약 현황.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지원센터 운영관리지침, 8월30일 프레스센터 예약 현황.

언론재단 내부 게시판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질의·비판이 이어졌다. 언론재단 관계자 A씨는 내부 게시판에 “정부광고지원센터 운영관리지침에 어긋나지 않는지, 사용신청서는 제대로 받았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B씨는 댓글로 “광고주가 요청하면 행사 취지나 내용 또는 실제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대여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언론재단 정부광고본부 C팀장은 “정부광고주인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로부터 급한 요청을 받아서 진행된 일이다. 농림부는 발의된 개식용금지법 관련 주무부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C팀장 답변에 대해 “업무처리 절차를 정말 모른다”, “농림부가 직접 사용 요청하게 아니라 시민단체 대신 요청했다는 사실이 더 이상하다. 그런 경우도 있는가”, “농림부 소관부서 아닌데 직접 예약했나. 그 의사결정이 더 이상하다” 등 반발이 나왔다. 정부 부처가 개 식용 금지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행사장 대관을 언론재단에 직접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언론재단은 미디어오늘에 “농림부 관계자가 긴급 요청 전화를 줬다”며 “규정·지침상 사전 승인받고 하는 게 맞다. 근데 급하게 요청이 들어오는 건이나 빈 시간대에는 양식으로 정해진 승인 절차 없이도 해당 부서에서 예약해 쓴 경우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전신청 절차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오늘.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오늘.

언론재단은 “기자회견 뒤 농림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비공개회의가 있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빈 시간대를 확인해 협조한 것”이라며 “정부광고와 관련된 회의가 아니더라도 교육이나 연수회의 등을 목적으로 대관을 요청하면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기자회견이 아닌 비공개회의 장소를 빌려줬다는 설명이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는데, 김건희 여사가 이 회의에 참석했다.

언론재단은 “외부에서 봤을 때는 비공개회의 전 기자회견이 있었으니, 기자회견 장소를 지원해준 것처럼 볼 수밖에 없다”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그건 말씀드리기 좀 그렇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런데 정작 농림부 설명은 달랐다. “농림부 관계자가 요청했다”는 언론재단 설명과 달리, 농림부 측은 미디어오늘에 “우리 쪽에서 연락한 적은 없다. 우리도 행사가 개최되기 직전에 인지했다. 중간에 관여하거나 지원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언론재단은 “누구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농림부에서) 요청이 온 건 맞다. 우리가 먼저 연락해 오라고 할 리가 없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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