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장관 재직시절이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하룻만에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좌파연예인 순화 평가’ 등 문화예술인 관리 문건이 공개돼 거짓 답변 논란이 인다.

이에 유 장관후보자 측은 자신이 밝힌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후보자의 서면답변을 두고 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국가정보원이 지난 2010년 작성했던 문건 3건을 공개했다.

고 의원이 공개한 문건 가운데 2010년 11월2일 작성된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 및 관리방안’을 보면, 문건은 기본방향으로 “문화예술계의 특성상 이념성향이 개개인의 인식 기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직접적 제재시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역풍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며 “골수 좌파 예술인, 연예인들은 정치적 목적이 뚜렷하고 전략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포용이 사실상 불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이라고 기재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좌파순화 퇴출방안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고민정 페이스북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좌파순화 퇴출방안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고민정 페이스북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인사청문회 준비팀 사무실에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인사청문회 준비팀 사무실에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부관리 방안에서 문건은 중도 좌파 단체 인물들을 전략적으로 포용 우군화, 외연을 확대한다고 썼고, ‘골수 좌파세력 무력화 및 대국민 여론 선정’(2단계)을 위해 “정부 인사 및 특정 정치인 비방 등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수사기관의 감시활동을 통해 적발된 공금유용 등 비리행위는 형사 처벌을 통해 세 위축 유도”, “건전 예술인 봉사단체 활동 언론 부각 및 간접 지원, 골수좌파 대항마로 육성”하도록 기재해두었다.

‘좌파 순화 퇴출방안’ 문건을 보면, “사이버 폭로전을 전개해 부도덕 행적을 인터넷 상에 폭로, 불신, 지탄 여론 조성으로 퇴출 유도”, 단순동조자 우파로 흡수를 위해 “회원들을 활용, 집단 대응 등 강력 경고로 활동 반경 축소 및 우파로 흡인, 자사 이미지 실추 지적 이메일 발송, 광고모델 교체 압박”하도록 제시했다. 또한 오프라인 상에서는 “온건파 포용 및 우파결집, 정부 주관 행사 및 금연 금주 등 공익광고에 우선 섭외하고 반발감 억제 등 정부 탄압 의구심을 불식”하도록 주문했다. 고민정 의원실은 이 문건도 2010년 10월26일 국정원이 작성했다고 4일 미디어오늘에 밝혔다.

또한 ‘좌파성향 연예인 순화 가능 여부 평가’로 쓰여진 문건을 보면, 표에 성명과 주요이력, 순화가능여부, 비고로 분류에 문건 작성자가 판단한 내용을 기재하도록 했다. 거의 전부다 지워져있으나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상자는 문성근씨로 순화가능여부에 ‘불가’로 기재했고, 비고란에는 ‘노근리 사건을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을 비롯한 좌파이념 확산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 및 관리방안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고민정 페이스북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 및 관리방안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고민정 페이스북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좌파성향 연예인 순화가능 여부 평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고민정 페이스북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좌파성향 연예인 순화가능 여부 평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고민정 페이스북

 

이를 두고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인촌 문체부장관 후보자는 이동관 위원장으로부터 개인 교습 받은 것 같다”며 “서면답변서를 보니 그 뻔뻔함이 극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에는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문건 3건을 공개하면서 “이런 게 리스트가 아니면 뭐냐. 이런 것도 부인하느냐. 제가 가진 문건만도 수십장에 달한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언론기술자 이동관, 막말의 아이콘 유인촌, 비리범죄자 김태우 참 화려한 라인업”이라고 성토했다.

유인촌 장관후보자는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존재를 부인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자의 장관 재직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묻자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블랙리스트 특별법을 제정해 이명박 정부때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임오경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수사나 조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좌파성향 연예인 순화가능 여부 평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좌파성향 연예인 순화가능 여부 평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그럼에도 국정원이 작성한 이명박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관리 문건이 공개된 것에 대해 유 후보자측은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했다.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질의가 나오면 답변 드리겠다는 게 유 후보자 입장”이라고 밝혔다. 고민정 의원이 유 후보자의 거짓답변의 근거를 제시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강 대변인은 “그렇다”며 “서면답변한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유 후보자가 다만 민주당의 반론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는 자세히 답변드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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