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9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공식화된 가운데 작년 감세 기조의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세수 감소 우려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를 부각한 신문은 소수였다. 오히려 일부 신문은 세수 감소 우려가 지나치다며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늘 것이라 강조하는 보도를 연이어 냈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지난 18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예산 400조5000억 원 대비 59조1000억 원 모자란 341조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수 오차율이 14.8%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2020~2022년 평균 세수 오차율은 11.1%다.

법인세수 감소가 세수펑크를 이끌었다. 세입 예산 대비 25조4000억 원이 덜 걷혔다. 전체 세수 결손의 40%가 넘는 수치다. 이어 △양도소득세 12조2000억 원 △부가가치세 9조3000억 원 △종합소득세 3조6000억 원 △관세 3조5000억 원 △상속·증여세 3조3000억 원 등이다.

▲ ‘2022 세제개편안’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내리는 안이 제시됐다. 기획재정부 유튜브 갈무리.
▲ ‘2022 세제개편안’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내리는 안이 제시됐다. 기획재정부 유튜브 갈무리.

세수 감소 우려는 지난해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이미 나왔다. 세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지만 지난해 법인세 대폭 감면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2022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세수감소액을 2026년까지 13조1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세목별로 보면 4년간 법인세 6조8000억 원, 소득세 2조5000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실제 법인세 인하폭은 야당의 반대로 최고세율 1%p 하락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인하폭이 컸던 ‘2022 세제개편안’에도 세수 부족 우려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다수는 투자 활성화로 인한 경기 진작, 이후의 세수 증대를 기대했다.

▲ 지난해 7월22일 나온 중앙일보 사설.
▲ 지난해 7월22일 나온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지난해 7월22일(세제개편안 발표 다음날) 사설 <중산층 부담 덜고 기업투자 여력 높인 세제 개편>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만 개선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이 증대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세금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고용까지 함께 증가하면 가계 소비도 늘면서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 성장이 선순환에 접어들 수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도 지난해 7월22일 <세수 13조 줄지만…“감세가 성장 촉진해 재정 나아질 것”> 기사를 냈다. 그 전날 사설에선 “세율을 낮추면 한두 해 세수가 감소할 수 있지만 투자와 기업 수익 증대로 금세 세수 증대로 반전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작년 세제개편안은 법인세 비중이 커 소위 ‘부자감세’ 비판을 받았다”며 “세수 부족 문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당시 IMF 등 경제전망치를 발표하는 걸 보면 계속 하향 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집권 초기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해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언론도 집권 초기라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지난해 7월5일 나온 ‘세금의 역설…법인세율 낮춰도 세수는 늘 수 있다’ 기사.
▲ 지난해 7월5일 나온 ‘세금의 역설…법인세율 낮춰도 세수는 늘 수 있다’ 기사.

법인세 인하를 줄곧 주장해 온 신문은 세수가 결국 늘 것이라 강조하는 기사를 연이어 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7월5일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세금의 역설…법인세율 낮춰도 세수는 늘 수 있다> 기사에서 세율이 적정 세율보다 높은 경우, 세율을 낮출수록 세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래퍼 곡선’을 소개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해주는 ‘K칩스법’(조셰특례제한법)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기재부가 세수 부족 우려에 공제율을 20% 이상으로 확대해 달라는 경제계 요구를 거부하고 6%에서 8%로 올리겠다고 밝히자 일부 언론이 세수 걱정이 과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 지난해 12월31일 나온 한국경제 기사.
▲ 지난해 12월31일 나온 한국경제 기사.

한국경제는 지난해 12월24일 사설에서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가 수출과 고용은 물론 기업 실적을 개선해 결과적으로 세수 기반을 넓힌다는 건 당초 지원책을 논의할 때부터 정책 논거로 제시된 것인데, 이제 와서 세수 운운하는 기재부의 단견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12월31일엔 <‘세수 줄어들라’ 8% 고집한 기재부…尹 질책에 “1분기 추가 입법”> 기사를 냈다. 이후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지난 1월 15%로 높아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국 같은 경우 레이건 대통령 때 감세를 폈지만 세금이 안 들어와 소위 말하는 ‘쌍둥이 적자’를 냈다. ‘래퍼곡선’ 같은 경우 80년대 초에 이런 정책을 펼 때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교과서 선상의 이야기이지 바로 세수 확대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며 “물론 10년 뒤나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늘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인플레이션에 경기 침체인데 투자를 어떻게 하나. 하던 투자도 멈추는 식인데 법인세 내린다고 투자가 늘 것이라 무조건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은 법인세뿐 아니라 해외 시장, 내수 시장 등 종합적이다. 개인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투자에 미치는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며 “설비투자를 해 생산성이 증가하더라도 고용이 증가하지 않으면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질 수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고 자본소득분배율이 높아지면 가구 소득의 불평등도도 더 높아지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구 교수는 “특히 조세는 정치적인 시류가 많이 반영된다. 법인세 효과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고 실제 효과가 일어나는지 추적 보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나와도 그것에 매몰되지 말고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 인구, 기후, 세계 경제 등 다양한 관점에 따라 세제를 평가하는 입체적인 보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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