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유튜브 채널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위협받는 동물권에 대한 영상을 올린 지 1시간 만에 돌연 삭제해 논란이다. 이에 정권 눈치보기에 의한 삭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SBS <TV 동물농장> 제작진이 만드는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는 지난 15일 오전 8시 ‘발뉴스’ 코너로 <[단독] 각종 조작 영상, 동민 세계에서도 판치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약 10분의 영상 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바다 동민들, 입장 표명해’> 부분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바다에서 살아가는 해양동물들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영상에선 목소리를 입힌 바다거북, 조개, 고래 등 해양생물들이 “요즘 이 바다속 분위기가 너무 스산해요”, “껍데기 닫고 있어야겠어요”, “지느러미 영끌해서 내 집 마련했는데 이사가게 생겼어요” 등의 대사를 통해 걱정을 전했다. 이후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고래를 해양생태계 대표 청구인으로 포함해 헌법소원을 낸 김소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가 출연해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 2023년 9월15일 오전 8시 업로드된 '애니멀봐' '발뉴스' 영상.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 2023년 9월15일 오전 8시 업로드된 '애니멀봐' '발뉴스' 영상.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약 1시간 후 돌연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됐다. <애니멀봐> 채널의 다른 영상에 삭제된 영상의 행방을 묻는 시청자 댓글이 달리고 있지만, SBS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같은 내용의 SBS 기사 <“오염수 방류로 기본권 침해”…법정 찾아간 제주 고래?>와 스브스뉴스 <후쿠시마 오염수 따지러 법정에 찾아간 제주 고래?> 영상은 여전히 게재돼 있다.

▲ 삭제된 영상의 행방을 묻는 유튜브 영상 댓글들 갈무리.
▲ 삭제된 영상의 행방을 묻는 유튜브 영상 댓글들 갈무리.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애니멀봐> 콘텐츠를 총괄하는 시사교양본부 시사교양 국장과 교양 CP가 협의 과정 없이 해당 영상의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변측은 SBS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영상을 삭제했다고 비판했다. 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헌법소원 대리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는 지난 20일 미디어오늘에 “간부의 지시에 의해 방송이 삭제됐다면, 오염수 관련해 정부의 정보 통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SBS가 정권 눈치를 보고 방향을 같이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홍보하려는 일방의 입장만 전달하려는 언론 통제이자 민주주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SBS가 언론이길 포기하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알 권리를 침해하는 언론 통제다. 잘못된 정보나 유해한 내용이 있는 게 아닌데, 동물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방송 취지를 스스로 파괴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 2023년 9월15일 오전 8시 업로드된 '애니멀봐' '발뉴스' 영상.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 2023년 9월15일 오전 8시 업로드된 '애니멀봐' '발뉴스' 영상.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민변 환경보건위원회는 이어 성명을 내고 “(해당 영상을) 정치적인 사안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며, 오히려 SBS 시사교양본부 간부진이 되려 과도하게 정치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며 “나아가 동물과 관련한 콘텐츠는 비정치적인 무해한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 또한 잘못됐다. 그저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남아 시대에 뒤떨어진 방송이 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SBS <TV 동물농장>은 지난 5월28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출연으로 논란이 된 적 있다. 민변측은 “논란이 가시화됐음에도 해당 방송분은 여전히 다시보기 서비스로 이용 가능하다”며 “왜 어떤 정치적 논란은 허용되고, 어떤 정치적 논란은 허용되지 않는가? 정권친화적 콘텐츠는 괜찮고, 정권비판적 여지가 있는 콘텐츠는 안된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민변측은 SBS에 삭제한 영상을 복구하고 삭제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5월28일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했다. 사진=SBS TV 동물농장 방송화면 갈무리.
▲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5월28일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했다. 사진=SBS TV 동물농장 방송화면 갈무리.

노조도 사측이 정권 눈치를 보며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미디어오늘에 “노조가 담당 국장에게 들었던 설명은 ‘해당 콘텐츠가 보고 없이 제작됐고, 내용이 미흡했다’는 이유였다”며 “제작진의 판단으로 영상이 제작됐고 업로드까지 됐는데, 정권이 불편해할 만한 콘텐츠에 대해서만 과도한 기준을 들이댄 것 아닌가. 그 과정에서 제작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윤석열 정권이 언론에 가짜뉴스 전쟁을 선포하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통해 언론 탄압을 이어가는 중 SBS 보도본부에선 정권 관련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다루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와중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양동물 생태계를 다룬 콘텐츠 삭제까지 이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닌가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을 경우 3분기 제작편성위원회에서 해당 사안을 질의할 예정이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지난 20일부터 현재까지 <애니멀봐> 콘텐츠를 총괄하는 시사교양본부 시사교양 국장과 교양 CP에 전화, 문자를 통해 삭제 경위와 향후 대응책을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