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된 부천국제만화축제. 사진=정철운 기자 
▲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된 부천국제만화축제. 사진=정철운 기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지난 16일 국내 최대 학생만화 공모전 행사인 제24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시상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 중 한국만화박물관에서의 수상작 전시회는 열리지 않았다. 앞서 진흥원 측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처럼 축제 기간 중 수상작 전시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기자간담회 당시까지는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전시가 정치적인 이슈로, 정쟁의 도구로 활용될 여지가 높다고 판단해 학생들과 심사위원 보호를 위해 전시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모전 취지 자체가 예비 만화가를 발굴하는 것인데 그 (공모전의) 본질이 훼손됐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윤석열차>로 수상했던 고교의 경우 올해 지원작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학교는 욕설 등 각종 항의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차>는 지난해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차>가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0월4일 “공모전에서 행사 취지에 어긋나게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며 논란이 불거졌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웹툰협회는 문체부 ‘경고 입장’을 두고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행태를 아예 대놓고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것”이라며 입장 철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장도리>로 유명한 박순찬 화백은 “‘윤석열차’가 SNS에서 찬사를 받은 것은 현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원인이다. 이걸 언론은 ‘논란’이라 보도하고, 언론 보도 민감증에 걸려있는 공무원들은 엄중 경고한다며 요란을 떨고 있다”면서 “고등학생보다 못한 현실 인식을 가진 어른들이 미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문체부의 ‘엄중 경고’는 효과를 거뒀다. 앞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9월1일 심사를 통해 총 57개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올해 수상작이 뭔지 알 수 없고, 학생들과 심사위원들은 출품과 심사 과정에서 <윤석열차> 논란을 떠올리며 자기검열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18일 통화에서 “작년부터 <윤석열차> 사태를 두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했지만 결국 문체부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 학생 개인과 심사위원, 진흥원까지 모두에게 영향을 줬다”고 우려하며 오는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을 지나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민주당 문체위원들은 문체부 ‘엄중 경고’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자 인권위를 비판하며 낸 입장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던 공모전의 위상이 국가기관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 정부 들어 <윤석열차> 사건 이외에도 예술 분야 곳곳에서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명박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인촌 전 문체부장관을 문체부장관으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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