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진=김도연 기자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진=김도연 기자

“이른바 ‘반(反)윤석열’만 가지고 싸워선 안 된다.” 24일 만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사진)은 ‘이동관 방통위 체제’와의 본격적인 투쟁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언론개혁 운동은 ‘안티 윤석열’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 “윤석열 정권이 나쁘니까 일단 뭉치자? 이건 국민 설득 못 한다. 시민들에게 우리가 요구했던 언론개혁의 요체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려야 한다. 정권의 언론장악을 막아내는 것을 넘어 미디어 공공성을 공영미디어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오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원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왜 민주당에서 못했는지’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18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정치적 후견주의로 작동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극복을 거듭 주문하자 이동관 후보자가 “왜 앞의 정부에서 못 했나요, 그러면?”이라고 되물었다. 이 장면을 민주당도, 언론운동진영도 뼈아프게 보지 않는다면 “문재인정부에서의 한탄과 실망으로 상쇄된 동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 윤 위원장은 “이런 부분들이 윤석열 정권에 맞선 언론자유 수호 투쟁에 일정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영미디어를 정치권의 전리품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작업을 하나도 안 했다.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에서 내놓았던, 언론시민사회 개혁방안은 다 무시했다. 정치권 목소리를 최대한 배제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도 안 했다. 그 후과를 지금 현장의 언론인과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 책임은 민주당이 피할 수 없다.” 공영방송 정치독립법마저 정쟁화되어버린 상황에서 윤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명확한 사과와 ‘다시는 이 사안을 정파적으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파성을 넘어서는 언론 운동’은 그의 주요한 원칙이다. “KBS ‘같이노조’의 등장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금 방송법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정치적 독립문제가 명확한 경영진이 오고, 특정 정치세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평범한 노동자들 입장에선 방향성만 달라지고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왜 우리가 거기 동원돼야 하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언론운동이 그저 경영진 교체에 불과하다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정파적 이익에 공영방송을 복무시키는 법제도의 한계를 깨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그의 결론이다.

그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적극 반대했다. “사실 민주당 정부 시절 언론중재법 반대는 대단한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했다. 그게 언론 운동의 문제적 정파성이다. 민주당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진보이고, 민주당이 하니 쟁취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동관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언론개혁인가.”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청문회에서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왜 지난 정부에서 하실 수 있을 때 그런 개혁 조치에 버금가는 일들을 안 하셨을까”라고 말하며 적극 찬성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최근 YTN을 상대로 8억에 해당하는 소송전에 돌입했다. 윤 위원장은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돼 무차별 소송전으로 보도가 위축되기 시작하면 권력 비판 기능이 침해된다. 언론노조가 민주당 정부에서 반대했던 이유”라며 “만약 민주당 정부에서 도입됐다면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보도나 김건희 양평 고속도로 관련 보도에 대대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민주당이 만들어놓고, 국민의힘과 윤석열이 누렸을 제도다. 누가 만들더라도 오남용될 수 있는 제도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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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민주당은 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 최근 윤 위원장의 또 다른 문제의식이다. 언론노조는 국회 의석 다수를 점한 민주당이 현재 공석인 3인의 방통위 상임위원 국회 추천을 거부함으로써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구조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인 방통위 체제(대통령 추천 이동관‧이상인)에서 의결 하나하나를 법적으로 다투고 향후 불가역적 제도를 뒤엎을 여지를 찾아야 한다고 전술적 제안을 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들어가서 뭘 어떻게 막겠다는 건지 무력화 방안을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 

윤 위원장은 민주당 추천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의 ‘방통위 내부 견제’ 입장을 두고 “이번에 3인 방통위 체제에서 야권이 방송장악 절차를 하루라도 늦춘 게 있나. 도대체 뭘 견제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관용차 타고 다니는 차관 자리 누리겠다는 것 말고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MB정부 때) 종편 4개를 허용한 게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듯이, 이동관이 방망이 두드리면 나올 변화들은 불가역적이다. 공영방송 사장 바뀌는 건 마이너한 변화”라면서 방통위 무력화 전략이 이러한 절박함에서 나왔음을 재차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이동관 방통위 체제’와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을 “극우 포퓰리스트 정권”으로 명명하며 이동관 방통위 체제 목표가 “공영방송 장악을 넘어 극우세력 목소리만 관철되는 미디어 환경 구축”이라 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도 2008년, 2009년, 2012년, 2017년의 투쟁 경험이 있다. 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싸우지 않을 것”이라며 “긴 호흡으로, 윤석열 정권이 가장 아픈 방식으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큰 무기는 조합원들 신뢰다. 신뢰를 단단히 하고, 흔들린 지점이 있다면 바닥부터 회복하겠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윤석열이 나쁘다, 이동관이 나쁘다, 그거 모르는 사람 없다. 지금 시민들은 ‘반대만 할거냐’고 묻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언론개혁이 왜 시민의 삶에 중요한지 피부에 와닿게 그 내용을 총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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