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SBS와 EBS 등 지상파방송 4사는 2021년 비정규직 고용 규모를 전년에 비해 10% 가까이 늘린 것으로 지난해 조사 결과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정책연구관리시스템 ‘프리즘’에 등록된 ‘방송사 비정규직 근로여건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KBS와 MBC, SBS와 EBS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7968명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인 13곳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86.6%를 차지하는 숫자이자 2020년 7277명에 비해 9.5% 불어난 규모다.

▲지상파방송 4사 사옥
▲지상파방송 4사 사옥

3년 전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숨진 뒤 유족과 대책위원회의 요구 끝에 방통위가 해마다 방송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위한 각사 실태를 취합해왔지만 외려 대표 공영방송 및 지상파 방송사들에서 비정규직 고용 관행을 확대하는 현실을 드러낸 대목이다. 다만 2023년 보고서는 발행되지 않아 지난해 기준 비정규직 규모 추이는 공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증가세는 MBC와 EBS, SBS 탓이 크다. MBC는 2020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1201명에서 절반 가까이(560명) 늘렸다. 파견 비정규직이 288명, 프리랜서가 150명 늘었다. EBS 비정규직 노동자도 전년 549명에서 660명으로 111명(20.2%) 늘었고 SBS도 257명 늘었다. 두 회사 모두 파견직 고용을 250~260명대 폭으로 늘렸다. KBS만 4427명에서 4190명으로 줄었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4개 방송사 비정규직 가운데 프리랜서가 2384명(29.9%)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형태는 파견직으로, 1525명(19.1%)이다. 자회사(1324명, 16.6%), 용역업체(1248명, 15.7%), 계약직(970명, 12.2%)이 뒤를 이었다.

SBS 프리랜서 비중 가장 커

KBS는 총 419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가운데 자회사 소속이 31.6%(1324명)를 차지했다. KBS미디어텍과 KBS시큐리티 등 자회사를 통해 경비·방송제작·지원 등 업무를 외주화한 실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프리랜서가 1099명(26.2%)으로 많았고 용역업체(1324명, 13.4%), 파견직(411명, 9.8%)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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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미디어미래연구소 용역연구로 진행한 ‘방송사 비정규직 근로여건 개선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

MBC는 서울 본사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총 1761명 직·간접 고용하고 있었다. 이 중 파견직이 33.6%(591명)로 가장 많았고 프리랜서가 그 다음을 이었다(27.8%, 389명). 계약직은 19.5%(343명), 용역업체는 18.6%(328명)를 차지했다.

SBS는 프리랜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체 비정규직 1357명 가운데 542명(39.9%)이다. 용역업체는 359명(26.5%), 파견직 266명(19.6%), 계약직 103명(7.6%)이었다. EBS는 파견직(257명, 38.9%)과 프리랜서(254명, 38.5%) 비중이 컸고, 그 다음은 계약직 (149명, 22.6%)이었다.

직종별로 보면 방송직(329명)과 경영직(296명), 기타(155명)가 크게 증가했고, 기술직(79명)과 영업홍보직(21명)은 감소했다.

방송사 비정규직 근로여건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조사 대상 방송사들의 전체 또는 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각사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의존도와 비중을 보고서를 통해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방송사들은 프리랜서를 포함한 사내 비정규직 종사자(구성원) 규모와 비중을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다. ‘프리랜서’ 계약이 회사 소관이 아닌 각 부서 권한이라는 이유인데, 이 탓에 방송계에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무늬만 프리랜서’ 관행을 개선한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각사가 경영평가 보고서나 자체 홈페이지,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밝힌 임직원 규모로 정규직 직원 규모를 유추해볼 수는 있다. 2021년 기준 KBS의 비정규직을 제외한 임직원 숫자는 4480명이다. MBC는 1445명이며, SBS는 952명이다. EBS가 조직현황에 밝힌 현재 인원 수는 618명이다. 다만 이들 숫자는 연구 보고서가 비정규직으로 포함한 무기계약직(248명)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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