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사옥 로비 및 외벽에 농성장과 현수막을 설치한 KBS노동조합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를 대상으로도 소송을 예고했다.

대통령실이 3월 공영방송(KBS·EBS) 재원인 TV수신료 징수 문제를 꺼내든 뒤로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안팎엔 온갖 설치물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신관 로비에는 현 경영진이 이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KBS노동조합의 농성 천막과 현수막에 이어, 정부의 분리징수 시행령 강행을 비판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대형 배너도 설치됐다. KBS노조의 경우 국회의사당 맞은편의 연구동 외벽에 ‘사장 이사진 퇴진’ ‘민노총 편파방송 결사저지’ 등의 현수막을 걸었다.

이런 가운데 KBS노동조합이 천막·현수막을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고 1일 밝혔다. KBS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김의철 사장은 이를 두고 KBS 대외 이미지 훼손과 시설물 관리에 대한 업무 방해를 주장하며 KBS노동조합에 소송을 걸었다”며 “똑같이 사내에 현수막과 대형 배너를 설치한 본부노조에는 소송을 걸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의철 사장 자체가 KBS의 개혁과 생존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본 조합에 제기한 소송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한편, 퇴진 촉구 대규모 삭발식 이후 더욱 강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 KBS노동조합의 천막과 현수막, 언론노조 KBS본부의 배너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KBS노동조합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 KBS노동조합의 천막과 현수막, 언론노조 KBS본부의 배너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KBS노동조합

이와 관련해 KBS 사측은 지난 6월30일 KBS노동조합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2일 밝혔다. KBS노조가 ‘홍보물을 설치할 때 공사(KBS)와 협의하고 공사가 철거를 요구하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제18조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해당 노조가 4월18일 천막 및 현수막을 공사와 협의 없이 설치했고, 6차례에 걸친 철거 요청 공문에 응하지 않았다고 소송 사유를 밝혔다.

다만 사측은 “본부노조(언론노조 KBS본부)에는 소송을 걸지 않았다”는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며 “본부노조에도 소송 제기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KBS본부의 경우 지난 6월20일부터 신관 로비에 배너를 설치했고, 회사의 2차례 철거요청 공문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KBS는 지난달 24일 법무실에 법적조치를 요청, 법무실이 외부대리인을 선임해 1일자로 KBS본부에 소송제기 예정을 통보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연구동 외벽에 KBS노동조합이 설치한 현수막. 사진=KBS노동조합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연구동 외벽에 KBS노동조합이 설치한 현수막. 사진=KBS노동조합

KBS노조는 “철거 요청 이유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성권 KBS노조 위원장은 2일 통화에서 “‘대외 이미지 훼손’ 같은 경우, 농성장을 보면 ‘수신료 분리징수 반대’ 내용도 있다. 과연 이게 대외 이미지 훼손인가”라며 “‘(사업장) 시설관리에 지장’을 줬다고 하는데 보행에 지장을 주거나 업무에 지장을 준 적도 없다. 농성장 설치해서 유튜브 방송을 했다고 업무에 차질을 준다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KBS노조는 자문 변호사를 통해 소송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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