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사망 KBS, 축 사망 민노총” “김의철 내 수신료 내놔 찰거머리 민노총 간첩방송 KBS” “나타나지 마라 주진우, 보기 싫다 듣기 싫다 편파방송” “KBS는 남조선 분국인가.”

서울 KBS 여의도 사옥을 삥 둘러싼 근조화환은 보수·우파단체인 ‘KBS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가 벌이고 있는 ‘공영방송 정상화 조화 투쟁’의 일환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KBS를 민노총 언론노조와 종북 좌파 세력 손아귀에서 국민의 품으로”라는 구호 아래 지지자들의 조화 신청을 선전했고, 일부 보수·우파 진영이 호응한 결과 KBS 사옥 주변엔 김의철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근조화환이 즐비하다.

▲ 서울 KBS 여의도 사옥을 삥 둘러싼 근조화환. 김의철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서울 KBS 여의도 사옥을 삥 둘러싼 근조화환. 김의철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서울 KBS 여의도 사옥을 삥 둘러싼 근조화환. 김의철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서울 KBS 여의도 사옥을 삥 둘러싼 근조화환. 김의철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KBS는 지난 21일부터 신관 로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사옥에 난입한 보수 유튜버들 난동을 막기 위한 조처다. 이날 오후 KBS가 신관 출입을 제한하자 삼각봉을 손에 쥐고 라이브 방송을 켠 유튜버들은 “KBS는 화장실을 개방하라”며 고함을 질렀다. 출입문을 막아선 KBS 보안 직원 앞에서 확성기로 “KBS는 개방하라”를 외치기도 했다.

보수 유튜버들이 KBS로 집결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사는 이영풍 KBS 기자다. 보수 성향 노조 KBS노동조합의 정책공정방송실장을 지낸 그는 유튜브 채널 ‘이영풍TV’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KBS 보도본부 사무실에서 “KBS가 민노총 해방구입니까”라며 김의철 KBS 사장과 보도본부 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며 이른바 ‘농성’에 돌입했다.

이 기자는 민주노총과 언론노조에 강한 적대감을 보이며 김 사장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에 사퇴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지 않은 근조화환에 “이영풍 기자를 지키자”라는 메시지가 달린 이유다. 반면, KBS 기자들은 이 기자 행보가 “KBS를 이념 전장으로 밀어넣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 기자는 “워낙 돌발 행동을 해대서 모두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가 농성을 시작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방송을 친정권으로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우파 언론인과 보수 정치인들이 이 기자 농성장이 위치한 KBS 신관으로 모여 현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뉴라이트 학자이자 박근혜 정권 때 KBS 이사장을 지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18일 농성장을 찾아 “KBS 이사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KBS가 상업적 돈에 의존하지 않고 공영방송으로 기능하려면 시청자들이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출범 당시 KBS는 누구든지 보고 싶어하는 방송이었기 때문에 (통합징수가) 가능했다. 지금은 국민 눈과 귀, 입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방송인들이 소신을 갖고 방송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특정 정치 집단이 방송사를 장악하다시피 해서 자유롭게 방송하는 게 불가능한 것 같다”며 “방송인들이 분연하게 일어나 노조 압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이 기자를 찾아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주인이 국민이다. 국민의방송이 국민의방송답게 돌아가도록, 그런 대의를 맘에 두고 이런 행동도 하시라”고 덕담을 남겼다.

▲ 보수 유튜버들이 KBS로 집결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사는 이영풍 KBS 기자다. 보수 성향 노조 KBS노동조합의 정책공정방송실장을 지낸 그는 유튜브 채널 ‘이영풍TV’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자가 2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보수 유튜버들이 KBS로 집결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사는 이영풍 KBS 기자다. 보수 성향 노조 KBS노동조합의 정책공정방송실장을 지낸 그는 유튜브 채널 ‘이영풍TV’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자가 2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이에 발맞춰 보수 성향의 소수노조 KBS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KBS를 위한 KBS직원과 현업방송인 공동투쟁위원회’(새KBS공투위)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오늘부터 민노총 간부들의 모든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것”이라며 “합법적 테두리를 넘어 특정 정치 진영 이익에 복무하는 지시를 거부하고, 모든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원칙을 따르지 않는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을 보이콧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철 사장과 모든 본부장, 이사진 전원이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 초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기자나 새KBS공투위 주장과 성명엔 무리하게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찾을 수 없다. 공영방송 존립을 위협하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윤 대통령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견제의 목소리가 부재한 것. 김 사장만 퇴진하면 KBS에 닥친 재정 압박 위기가 해소되는 것일까. 윤 정권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끝내 철회하지 않는대도 이들은 끝까지 정권을 두둔하며 민주노총과 언론노조에만 책임을 물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이에 관해 21일 통화에서 “오늘 우리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윤석열 정권이) 너무 (분리징수를) 서두르는데 그 부분을 고려하라는 메시지가 있다. 우리는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냈다”면서도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지지는 국민 여론이다. 민노총 노조는 이를 여론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 위원장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강행될 시 재정 위기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반대로 묻고 싶다. 김의철 사장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면 대안이 있느냐. 그가 계속 사장으로 있으면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안이 생길 수 없다”며 “국민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찬성하는 이유는 사장의 무능 경영과 편파방송에 있다. 그렇다면, 사장이 빨리 나가야 한다.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새 경영진과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고민을 나누고 소통해야 대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 8일 김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철회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김 사장 제안을 받아들이면 KBS노조로선 상책 아니냐’는 질문에 허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김 사장 제안을 “절대 안 받을 것”이라며 “만약 (윤 대통령이) 받으면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이 성립하게 되는 것인데 절대 안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절대 받을 수 없는 안을 던진 것인데 내부 구성원은 (김 사장 제안에) 충격 받았다”고 전했다. 허 위원장은 “현재 김 사장이 있는 한은 대안 없이 표류만 하다가 수신료 분리징수가 추진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거리의 모습. 보수단체들이 김의철 KBS 사장과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거리의 모습. 보수단체들이 김의철 KBS 사장과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KBS는 지난 21일부터 신관 로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사옥에 난입한 보수 유튜버들 난동을 막기 위한 조처다. 이날 오후 KBS가 신관 출입을 제한하자 삼각봉을 손에 쥐고 라이브 방송을 켠 유튜버들은 “KBS는 화장실을 개방하라”며 고함을 질렀다. 사진=김도연 기자.
▲ KBS는 지난 21일부터 신관 로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사옥에 난입한 보수 유튜버들 난동을 막기 위한 조처다. 이날 오후 KBS가 신관 출입을 제한하자 삼각봉을 손에 쥐고 라이브 방송을 켠 유튜버들은 “KBS는 화장실을 개방하라”며 고함을 질렀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영풍 기자는 ‘윤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하면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신료 제도가 붕괴되면 우리나라 공영방송 체제는 큰 피해를 입는다. 수신료 시스템은 유지되는 게 원론적으론 맞는다”면서도 “다만 국민들이 KBS 편파 왜곡 방송에 어필을 많이 하고 있고, 무엇보다 경영이 낙제점이다. 김의철 사장이 먼저 나가는 게 선결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경영을 잘하는 분이나 공정방송을 하실 수 있는 분이 오면 내부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이 문제를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수신료 분리징수가 강행되면 윤 정권과 대척에 서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그런 상황(분리징수가 되는 상황)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1994년까지 만해도 KBS 직원이 수신료를 받으러 직접 다녔다.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윤 정권의 수신료 분리징수 강행에 저항할 뜻이 없는 것으로 읽히는 발언이다.

한편, 다수 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0일 “회사를 점령한 극우 유튜버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오늘 오후 1시쯤 KBS 신관 로비에서 이영풍씨를 지지한다며 소란을 피우던 극우 유튜버들이 ‘업무공간이니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하는 직원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모든 사태 주범인 이영풍씨에게 경고한다. 농성하더라도 영풍 부대를 데리고 회사 밖으로 나가서 하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22일 “오늘(22일) 오후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강행 및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극우세력의 난동에 대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박근혜 탄핵으로 퇴조했던 극우 세력이 윤석열 정권 지지 세력으로 다시 등장했다”며 “KBS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극우 세력 준동은 윤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공영방송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권이 공영방송 KBS를 무너뜨리고 결국 누구 목소리를 키우려는지 알 수 있는 현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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