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신문 농단”을 벌였다는 국민의힘 주장의 핵심은 언론재단이 왜곡 조사된 광고 지표를 정부 광고주들에게 강요해 신문사들의 광고 단가를 임의로 바꿨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주요 신문사 실제 정부 광고 단가에서 해당 지표가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트루스가디언’이라는 인터넷매체에서 의혹 제기 기사가 나오자 “문재인 정부에서 자행된 언론시장 조작과 교란 행위를 규명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체는 언론재단이 공개한 광고단가(1면 5단통) 시뮬레이션 결과 한겨레 3330만원, 조선일보 3229만원, 중앙 3229만원, 동아 3195만원, 한국 3128만원 순이라고 보도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확보한 ‘연도별 상위 10개 인쇄매체 정부광고 세부집행내역’(2021~2022년11월) 약 2만여 건을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해당 매체가 언급한 광고단가로 실제 정부 광고주가 광고를 집행한 사례는 한 건도 찾을 수 없었다. 한겨레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1면5단통 광고에서 3330만원으로 정부광고가 집행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2022년 1월6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강원도청 동해북부선 홍보 광고단가(1면 5단통)는 2000만 원(부가세 포함)이었다. 같은 날 같은 면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에 실린 같은 광고의 단가는 각각 1820만원, 910만원이었다. 같은 조선일보 1면 5단통 광고라 해도 단가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도로교통공단의 그해 10월14일자 자동차 운전면허 적성검사 갱신 신청 홍보 광고단가는 1650만 원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오늘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오늘

또 2021년 6월9일자 동아일보 평창국제영화제 홍보 광고(1면 5단통) 단가는 2022년 1월과 같은 1820만원이었다. 같은 내용의 2021년 6월15일자 조선일보 광고(1면 5단통) 단가 역시 2000만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 ABC협회 부수조작 논란 이후 이에 대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고 그해 12월 새 정부광고집행 지표를 내놓은 뒤에도 단가는 새 지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중동 광고 단가가 동일한 대목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경기도청에서 집행한 2022년 경기도민 정책축제 광고 단가는 동아일보 11월23일자(2면 5단 통광고), 중앙일보 11월24일자(4면 5단 통광고), 조선일보 11월25일자(10면 5단 통광고) 모두 800만원으로 같았다. 한국일보 11월28일자(2면 5단 통광고) 광고 단가는 770만원이었다. 모두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증거들이다.

언론재단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광고 단가를 결정하는 변수는 많다. 백화점 ‘세일’처럼 신문사별 영업 전략 변수부터 광고 시기나 요일 변수도 있다. 토요일보다는 월요일 단가가 비싸고, 촉박하게 광고를 예약하는 경우엔 단가가 높아지는 식이다. 국가행정기관, 지방행정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특별법인 등 정부광고주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단가가 달라진다. 

▲2023년 인쇄매체 정부광고 참고 지표. ⓒ김의겸 의원실 
▲2023년 인쇄매체 정부광고 참고 지표. ⓒ김의겸 의원실 

문체부가 내놓은 2023년 ‘인쇄매체 정부 광고 참고지표 조회 가이드’에 따르면 정부 광고주는 효과성 측면에서 열독률 반영 비율을 조정할 수 있고, 신뢰성 측면에서 △언론중재위 중재 결과 △신문윤리위 심의결과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결과 △편집위‧독자위 설치운영 등 항목에대해 반영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문체부는 해당 가이드에서 “효과성‧신뢰성 지표에 대해 각각의 반영비율을 지정해 검색 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새 지표에 따르면 정부광고주들 각각의 기준에 따라 언론사별 광고 단가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같은 대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매체 보도를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인용해 의혹을 제기했다. 

文정부 문체부가 내놓은 열독률 조사 역시 문체부 아래 통계학자와 언론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물이어서, 설령 조사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특정인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시 조사 샘플을 5만 명으로 늘린 것도 ‘대규모 전국 조사’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던 문체부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결과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문체부는 언론재단에 정부광고지표 논란에 대한 경위보고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문체부가 결정한 사안을 문체부가 제3자처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 

21대 국회 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정부 광고 지표의 정책적 변화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연간 1조가 넘는 국민 세금이 쓰이는 정부 광고에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 지표를 도입하자는 것은 당연한 국민적 요구였다”고 강조한 뒤 “새 신문이 폐지로 실려 나가는 부수조작 사건 수사는 온데간데없고 도리어 제대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검찰에 불려 다니게 됐다”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