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4일 검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기자 질문에 “상황 파악이 그렇게 안 되십니까”라며 강하게 반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 지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강하게 비판한 직후 기자가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정리할 생각’을 재차 물으면서다.

수원지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경기도청 남부와 북부청사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법원은 최근 한 차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가 검찰이 추가 수사를 거쳐 재청구하면서 영장을 발부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장에는 이 대표가 업무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괴롭히기 수사이자 정치수사”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검찰이 도청을 총 14차례 압수수색했고 54일 간 7만 건에 이르는 자료를 압수해갔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튜브 갈무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튜브 갈무리

김 지사는 “도대체 작년 7월 취임한 나와 비서실 보좌진들이 전임 지사 부인의 법인카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내 컴퓨터는 내 취임 이후 새로 구입한 컴퓨터이고 취임 전 어떤 내용도 담고 있지 않은데 지사의 방까지 와서 PC를 압수수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무도해도 되는 건가? 이 나라가 무법천지인가”라고 했다.

김 지사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건 서울파이낸스 A 기자의 질문을 받고서다. A 기자는 김 지사가 장문의 입장을 밝힌 뒤 “충분히 억울한 심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이번 기회에 김혜경씨 법인카드 의혹에 대해 확실히 정리하고 갈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김 지사는 “서울파이낸스 기자라고 하셨죠? 상황 파악이 그렇게 안 되십니까”라며 “제가 뭘 정리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혜경 여사가 있었을 때 것들은 제 취임 한참 전 일”이라며 “그건 여러 가지로 수사 중에 있을 뿐 아니라 국정감사에서 여러 번 말씀 드렸다. 전임 지사 부인의 일을 제가 뭘 정리하나”라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4일 검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유튜브 갈무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4일 검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유튜브 갈무리

A 기자가 이에 “그럼 계속 압색이 올 것 같은데”라고 질문을 이어가자 김 지사는 “오면 안 되죠, 이렇게까지 (입장 발표를) 했는데 또 오는가. 그럼 더 강력하게 얘기해야겠지”라고 잘라 말했다.

A 기자는 “경기도 감사실에서 압수수색을 방해했다는 얘기도 있던데”라고 다시 물었다. 김 지사는 해당 기자에게 “지난 번에 김포 편입 (기자회견) 때도 이상한 여론 가져와 얘기하신 그 분이죠?”라고 되물었다.

김 지사는 “내 방 압수수색 할 적에 우리가 막았다. 합리적이지 않지 않나”라며 “감사관이 변호사 출신이고 이 문제에 가장 냉철하다. 뭘 방해를 하나”라며 “결국 합의본 게 제 컴퓨터를 ‘대북송금’ 키워드 연관어만 가지고 (검색)한 것이다. (수색해보니) 아무것도 안 나왔다”고 했다.

김 지사는 목소리를 높여 “이게 지금 무도하고 무법한 것이 아닌가?”라며 “새로 산 컴퓨터가 명백한데 와서 압색하겠다고 하면 ‘와서 해가십쇼’ 해야 하는가. 그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했다.

김 지사는 “언론에 계신 분들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잘못된 식으로 얘기하면, 그게 다 언론에 나가는거 아닌가. 그건 아니죠”라며 “우리들은 적법하고, 이해되고,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협조했다. 지금 말씀이 도가 넘고 지나치지 않나”라고 항의했다.

경기도청 언론담당자는 “김 지사가 특정 매체의 기자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질문 내용이 사실이나 맥락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에 대한 반론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지사가 해당 기자의 질문을 비판한 건 지난달 ‘김포 서울 편입’ 논란 질의응답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지사가 지난달 6일 내년도 본예산안 브리핑을 마친 뒤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A 기자는 “60만 김포시민의 90%가 서울 편입을 원한다”며 김 지사의 의견을 물었다. 이 기자는 “김포시장 김병수 시장도 서울 편입을 반갑게 의논하고 있고, 김포시의회 의원들도 서울로 편입을 원하고 있고, 더 중요한 건 60만 인구의 90% 정도가 서울 편입을 원하는 걸로 돼 있다”며 질문했다.

이에 김 지사는 “질문을 몇 개 수정하고 싶다”고 했다. 김 지사는 “가장 중요한 건 대한민국이 기본적으로 가진 가치와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 국토균형발전과 일극화를 깨는 다극화”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 교정할 것은 김포시민 90%가 찬성한다고 하셨는데 뭘 보고 얘기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따져보셔야 할 것”이라며 “함부로 얘기할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제가 만났던 김포시민들은 다 정치 속임수라고 100%가 얘기하고 있다. 그런 통계는 함부로 얘기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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