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에 해를 끼치는 경우라면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차단을 결정하고, 일론 머스크의 인증마크 유료화 정책에 반발해 퇴사한 요엘 로스 전 트위터 신뢰·안전 부서 책임자의 말이다. 요엘 로스는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0 기자회견에 참석해 ‘플랫폼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가 신뢰·안전 부서 책임자로 있던 시절 가장 주목 받은 사건은 2021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계정 영구 정지 결정이었다. 허위정보와 폭력조장 행위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플랫폼의 이례적인 적극 대응이라는 긍정 평가와 ‘정치 개입’ ‘과도한 플랫폼 권력’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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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엘 로스 전 트위터 신뢰·안전 부서 책임자. 사진= 금준경 기자

이와 관련 요엘 로스는 “정치적인 이유로 국가 수반의 계정을 없애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몇 달에 걸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2021년 1월6일 미 의회 난입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통령이 규정 위반 글을 올렸다. 폭력 조장은 우리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다. 팔로워가 많고 국가 수반임에도 폭력 조장을 하는 행위는 우리 역사상 전례가 없었다”며 “더구나 조장 행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극우적인 사람들이 계속 트윗을 실어날랐다. 12시간 타임아웃을 줬는데 계속해서 규정 위반 행위를 했기에 계정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요엘 로스는 “언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주고 언제 제재할 것인가가 조화롭게 가야 한다. 하지만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며 “특정 표현이 직접적 위해를 가하는 등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에 해를 끼치는 경우라면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5년부터 트위터에서 일했는데 그동안 문제가 되는 게시물에 레이블도 붙이고, 콘텐츠 추천도 조정하고, 링크도 붙이고, 팩트체크도 했다”며 “우리는 다양한 재량권을 갖고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요엘 로스는 “결정을 번복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중요한 건 이러한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냐는 것이다. 심사와 평가 과정이 정확히 이뤄졌는지 모르겠다. 계정을 복원할 때는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구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 영구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그는 일론 머스크 체제에 저항한 인사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는 허위정보와 폭력 조장행위 등에 적극 대응해온 기존 트위터의 정책을 뒤흔들었다. 요엘 로스는 지난해 1월 트위터를 떠났다. 

퇴사 직전 그는 블루체크 정책 개편을 두고 일론 머스크와 대립했다. 블루체크는 유명인이나 기관, 언론 계정에 붙는 파란색 버튼으로 일종의 인증 마크다. 일론 머스크는 블루체크 버턴을 인증된 대상이 아닌 돈을 내는 이용자 모두에 적용하게 해 논란이 됐다. 

요엘 로스는 “아쉽게도 회사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는 점이 많았다”며 “누구나 돈을 내면 블루체크 인증 마크를 주는 데 찬성하지 않았다. 신뢰성을 해치는 정책이라고 생각했고, 선거와 같은 큰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반대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묻자 요엘 로스는 “역사적으로 트위터의 블루체크는 이 사람이 사칭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줄 수 있는 인증 제도였다”며 “기업이나 정부 인사나 유명 인사의 경우 인증 제도가 중요하다. 유료화한 인증제를 하면 사칭해서 피해를 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인수 이후 트위터는 무엇이 바뀌었을까. 요엘 로스는 “허위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변화가 가장 컸다. 코로나19나 선거 등 허위정보에 필터링을 했지만, 이제는 중단됐다. 콘텐츠를 관리하고, 허위정보에 경고하는 팀을 없애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해고됐다. 제 소속팀은 200명 정도가 있는데 그 팀이 지금 완전히 날라갔다. 이 상처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고 했다.

트위터의 적극적인 행보는 ‘미국’에 한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미국이 아닌 국가, 특히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트위터를 통한 유명인의 폭력조장이나 혐오표현, 허위정보가 제대로 제재를 받지 않았다. 

요엘 로스는 “2020년부터 영어권이 아닌 국가에 정책을 강화하는 작업을 했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에 이런 방침을 확대했고 다른 비영어권 국가로도 확대해왔다”며 “이러한 방침이 전 세계적으로 즉각적으로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영어권만 생각할 수 없다. 트위터를 비롯한 다른 테크 기업들이 비영어권의 허위정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플랫폼의 적극적 개입이 ‘수익성’을 위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옳은 일을 하는 것뿐 아니라 수익성의 이유가 있다는 걸 우리는 잊곤 한다”며 “트위터 이용을 중단한 이용자들에게 ‘왜 트위터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지’ 조사를 해보니 가장 빈번하게 받는 응답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세계 대상으로 허위정보에 개입을 하는 게 좋은지 설문을 돌렸는데 트위터가 개입했으면 좋겠다는 답이 많았다”고 했다.

허위정보 문제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요엘 로스는 “정부가 나설 경우 표현의 자유를 어떤 건 용인하고 어떤 건 그러지 않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 독재정권은 색안경을 쓰고 본다”고 했다.

요엘 로스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면 허위정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정보는 굉장히 허위정보가 많을 것이다. 사람이 만든 것보다 실감 날 수 있어 진위확인이 어려워질 것이다. 선거 때 지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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