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과 우크라이나 등 국가에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협 속에서 팩트체크를 하는 언론인들이 있다.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0’ 행사의 ‘잔해 속 진실’ 세션에서 공격과 위협 속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 팩트체크 기관 수장들이 모여 대담을 했다. 글로벌팩트10은 세계 최대 팩트체크 컨퍼런스로 올해 행사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와 국제팩트체킹연맹(IFCN)이 주최했다.

필리핀 비영리 언론인 베라파일즈(VeraFiles)의 엘렌 토르데시야스 회장은 “필리핀에선 계속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몰고 낙인찍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테러리스트로 몰리게 되면 영장 없이 체포돼 24일 간 구금이 가능한데, 언론인을 대상으로도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 필리핀 비영리언론인 베라파일즈(VeraFiles)의 엘렌 토르데시야스 회장. Photo Credit: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 필리핀 비영리언론인 베라파일즈(VeraFiles)의 엘렌 토르데시야스 회장. Photo Credit: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그는 정부와 대통령에 비판적인 팩트체크를 한 이후 ‘소총을 든 두 남자’가 나온 사진을 메시지로 받았다고 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직접 TV에 출연해 베라파일즈의 팩트체크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사무실에 사복 경찰이 찾아온 일도 있다. 경찰은 ‘많은 질문을 하고 서류를 요구하길래 제대로 된 기관인지 확인하려고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엘렌 회장은 “사실상 협박이었다”고 했다.

항상 위협에 노출돼 있기에 소셜미디어 활동도 신중해야 한다. 엘렌 토르데시야스 회장은 “개인 활동을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는다. 우리 구성원 중 일부는 내가 언제 어디에 갔다는 걸 올리고 싶어하는데, 몇 달 후에 게시물을 올린다”며 “저는 개인적으로 제 자신과 가족에 관한 내용은 소셜미디어에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살해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비결을 묻자 그는 “본인의 가치관이 굳건해야 한다”며 “팩트체크를 조심히 해야 하고, 책임감 있는 저널리즘을 수행해야 한다는 게 제 첫 번째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저들에게 공격할 빌미를 줘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한 공세가 예상될수록 정교하게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0’ 행사의 ‘잔해 속 진실’ 세션에선 공격과 위협 속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 팩트체크 기관 수장들이 모여 대담을 했다. Photo Credit: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0’ 행사의 ‘잔해 속 진실’ 세션에선 공격과 위협 속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 팩트체크 기관 수장들이 모여 대담을 했다. Photo Credit: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엘렌 토르데시야스 회장은 “두테르테가 팩트체크 기사에 민감하다”며 “IFCN의 팩트체크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인증된 팩트체크는 더 많은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기에 중요하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허위정보를 담은 게시물에 IFCN 인증 언론사의 팩트체크 기사를 띄운다.

우크라이나에선 전쟁 상황에서 언론인들이 취재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팩트체크 매체인 스톱페이크(Stopfake)의 루슬란 데이니첸코 최고책임자는 “미사일이 제 주변에 떨어지고, 탱크가 우리집에서 10km 지점까지 진격했다”며 “우리 팀원 중 3명은 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를 위해 활동한다. 임시 뉴스룸을 세워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어떤 날은 인터넷 연결이 안 됐다. 난방과 전기가 2~3일씩 들어오지 않는 환경에서 대학에서 발전기를 제공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다”고 했다. 

▲ 크라이나 팩트체크 매체인 스톱페이크(Stopfake)의 루슬란 데이니첸코 최고책임자. Photo Credit: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 크라이나 팩트체크 매체인 스톱페이크(Stopfake)의 루슬란 데이니첸코 최고책임자. Photo Credit: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루슬란 데이니첸코 최고책임자는 “침공 1년 전부터 러시아TV 프로그램에서 우크라이나를 형제라고 부르지 않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과 관료들이 나와서 말했다. 이런 모습에서 전쟁이 임박했다는 걸 짐작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침공 1년 전에 ‘우크라이나 테러리스트가 러시아 도심에서 다양한 테러 활동을 준비한다’는 주장이 돌아 검증 기사를 썼다. 지목된 이들은 우크라이나인도 아니었고 테러분자도 아니었다”며 “전쟁의 구실을 만들기 위한 작전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짧은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제 조국 우크라이나에서 진실을 확인하는 능력은 생존의 문제다. 진실은 점령군이 없애려고 하는 첫 희생양”이라며 “러시아 선전기관들이 대중에게 폭력과 증오를 심어주고 있다. 기만과 조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에 팩트체크는 중요하다. 팩트체크는 언론인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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