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2010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불법사찰 문건’ 등을 들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자격이 없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10년 당시 이동관 특보가 수석으로 있던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국정원에 KBS 내 ‘좌편향’ 인사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경향신문은 “공무원 적격성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직권남용”이라며 “방통위 수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 27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27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앞서 미디어오늘은 국정원 직원 진술을 통해 이동관 특보가 언론장악 문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2017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넘겨진 재판에서 국정원 직원이 직접 보고자료의 요청 주체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재임 당시 홍보수석실을 구체적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해당 문건을 1면에 배치하며 “선명하게 찍힌 ‘홍보수석실 요청사항’ 문구”라고 했다. 홍보수석실은 통한 KBS 내 ‘좌편향’ 인사 파악 이후 KBS 일부 간부의 보직이 변경됐다.

[관련 기사 : 국정원 직원도 언론개입 문건 요청 주체로 MB 청와대 홍보수석실 지목]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정원은 △좌편향 △무능·무소신 △비리 연루 등 세 가지 기준을 세워 인사 대상자를 선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국정원은 해당 문건에 “좌편향 간부 → 반드시 퇴출, 좌파세력의 재기 음모 분쇄”라고 적시하며 정부에 비판 보도를 해온 인사를 나열했다. 특히 일부 인사들에겐 “정연주 전 KBS 사장(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추종 인물”이라 규정하며 “무관용 원칙 고수”라고 했다. 정연주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 해임됐고, 지금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도 방심위원장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경향신문은 “시사 프로그램 ‘취재파일 4321’ 부장 B씨와 ‘추적 60분’ 책임PD C씨는 2010년 6월 보직이 변경됐다”며 “국정원이 문건을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한 뒤 문건 내용이 일부 실행된 것”이라고 했다.

▲ 27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 27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이동관 특보는 문건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특보실에 따르면 “이 특보는 과거부터 해당 문건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참고인 진술조서’를 보면, 국정원 국익전략실 여론팀에서 근무한 A씨는 해당 문서를 놓고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요청해 작성된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이 보고서를 요청한 이유는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KBS 내부 인사를 솎아내겠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6월3일자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 문건의 중간 결재자였다.

검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된 언론 관련 문건은 KBS 건 말고도 많다. 경향신문은 “이 특보가 홍보수석으로 재직한 2009년 9월부터 2010년 7월 사이 ‘홍보수석 요청’ 또는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된 문건이 다수 확인된다. 대표적인 문건이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등”이라며 “홍보수석실이 문건 작성을 요청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으나 이 특보가 홍보수석일 때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사례도 수십 건에 이른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MBC 좌편향 출연자 추가 퇴출 확행> <좌편향 방송인에 대한 온정주의 확산조짐 엄단> 등”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사찰에 대해선 대대적인 검찰수사가 이뤄졌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홍보수석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당시 검찰 수사는 윗선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며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과거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공영방송 운영에 부당 개입한 정황은 당시 사건 증거기록에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했다.

▲ 27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 27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4면 기사 <“다른 정파 탄압은 범죄”라던 윤 대통령, 이동관 임명으로 “지금은 아니다”할까>에서 경향신문은 이 특보의 법적 처벌 가능성까지 짚었다. 박근혜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 사건 때도 지금처럼 반대편을 규정하고 배제하려 했던 움직임이 위법이라는 수사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의 직권남용이 처벌받은 대표적 사례는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벌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라며 “당시 특검의 수사팀장이 윤석열 대통령이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특검에 파견돼 일했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당시 특검팀의 이런 입장에 비춰보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고 공영방송을 ‘좌편향’으로 낙인찍고 공영방송 인사에도 관여한 정황이 보이는 이동관 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하는 건 윤 대통령의 자기 부정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 특보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지난 2019년 7월 채널A 시사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을 향해 ‘이런 패거리 문화에 물든 검사가 이전 수사는 제대로 했을지 의심스럽다’고 발언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