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사외이사에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최양희 한림대 총장과 이명박 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낸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이 내정됐다.

KT는 9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할 새 사외이사 후보 7명을 추천하고 정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KT가 발표한 사외이사 최종 후보는 △최양희(한림대 총장) △윤종수(김앤장 고문)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곽우영(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안영균(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다.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는 주주 추천을 받은 인사다.

▲ 최양희 KT 사외이사 후보자. 사진은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때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최양희 KT 사외이사 후보자. 사진은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때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윤종수 김앤장 고문은 이명박 정부 때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 전반을 수립하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연달아 무산되면서 정치권의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KT는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차기 대표이사를 뽑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도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사외이사에 내정된 상황이다.

KT는 이날 새로운 대표이사 선출 방식과 기준을 발표했는데 자격요건에 ‘정보통신 전문성’ 항목을 삭제한 점 역시 ‘낙하산 사장’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자격요건을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이 빠진 게 아니라 산업 전반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가 통신뿐 아니라 여러 사업을 하고 있기에 통신에 국한한 전문성을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KT새노조는 9일 성명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보면 현 대통령 자문위원회 소속,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출신 등이 보인다”며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 하는 등 낙하산 CEO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누이 강조된 소액주주,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KT는 차기 대표이사 선출 기준을 기존 주주총회 출석 주주 의결권 ‘50% 이상’에서 ‘60% 이상’의 찬성으로 변경했다. 연임 후보의 경우 의결 참여 주식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를 거쳐야만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KT 경영진이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을 한다는 비판에 대응한 조치로 보인다. 

▲ 서울 광화문 KT 본사. ⓒ 연합뉴스
▲ 서울 광화문 KT 본사. ⓒ 연합뉴스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40여명의 인선자문단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그러나 이 역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KT 새노조는 “후보 선정과정에 참여한 인선자문단이 여전히 누군지 모르고 어떤 기준으로 선임했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후보가 어떤 주주의 추천인지 등도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으로 남게 되어 당분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연달이 무산됐다. 지난해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 결정에 KT의 대주주이자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다. 재공모에 도전했던 구현모 대표이사가 급작스럽게 중도 사퇴했다. 재공모 결과 KT이사회가 KT출신인 윤경림 대표이사를 내정하자 KT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과 수사가 본격화됐고, 윤경림 내정자도 사임했다. 야당과 노조, KT 소액주주들은 민영화된 기업 KT를 향한 정치권의 과도한 압박에 반발했다.

▲ KT 정치권 출신 인사 현황. KT는 정부 지분이 없지만 이른바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 KT 정치권 출신 인사 현황. KT는 정부 지분이 없지만 이른바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KT 안팎에선 정권의 외압 문제 못지 않게 KT이사회 책임론도 제기된다. ‘KT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 이사회 멤버를 지속적으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외압을 버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KT 다수 노조인 KT노조는 지난 3월23일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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