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압박과 검찰 수사가 이어진 가운데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가 27일 사퇴했다. KT 주주총회를 앞두고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경림 대표이사 내정자 사퇴를 공식화했다. KT에 따르면 윤경림 대표이사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가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둔 23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경림 내정자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KT를 향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KT 제공
▲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KT 제공

윤경림 내정자의 임명은 불투명했다. 주주총회에서 KT 대주주이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낼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해 KT이사회는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을 결정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다. 재공모에서 정부여당과 인연이 있는 후보자들이 탈락하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KT 대표이사 선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KT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했다.

최근 검찰은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구 대표 관련 불법 지원, 사외이사 접대 등 구 대표와 윤 내정자에게 제기된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KT의 두 노조는 정치권과 이사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KT노조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주주총회에서 KT의 1·2대 대주주가 윤경림 후보자 선임안을 반대할 것으로 전망됨에도 이것을 바꿔내기 위한 어떠한 방안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권에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소수노조인 KT새노조 역시 “이 대혼란은 구현모 사장이 무리한 연임을 추진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KT이사회의 3번에 걸친 후보 선출 실패는 애당초 자기들의 인력 풀 내에서만 고르려는 아집 끝에 흠결이 이미 드러난 이들을 무리하게 뽑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KT새노조는 “지금껏 KT가 이권카르텔화되는 것에도 낙하산 천국이 되는 것에도 일관되게 반대해 온 우리 KT새노조는 이 대혼란을 초래한 이사회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또한 내부 이권카르텔화 의혹에 대해서도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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