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0일 낮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MBC 뉴스룸(보도국) 압수수색에 나서려는 경찰과 이를 비판하는 MBC 구성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5월30일 낮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MBC 뉴스룸(보도국) 압수수색에 나서려는 경찰과 이를 비판하는 MBC 구성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고위공직자 검증을 위해 확보한 개인정보를 타사 기자에게 공유하면 ‘범죄행위’일까. 지난달 30일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개인정보를 유출시켰다며 MBC 임아무개 기자의 노트북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59조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지난해 4~5월 무렵 국회에 제출된 한동훈 장관의 인사청문회 자료 중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 일부가 임 기자를 거쳐 열린공감TV 취재진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기자는 지난해 4월 초 정치부 발령을 받아 국민의힘을 출입하고 있었다. 

경찰의 MBC 뉴스룸(보도국) 압수수색 시도는 무리수였다. 박주린 MBC기자협회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제 주변인이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고 신고하면 경찰이 그 사람의 근무지까지 압수수색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은 “경찰은 뉴스룸의 압수수색이 필요 없었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일의 중요도에 비례해 수단을 써야 하는데 너무 과도한 수단을 동원했다”며 “장관을 의식해 보여주기 조치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했다. 

쟁점은 ‘개인정보유출’이 맞느냐다. 한 경제지 기자는 “기자는 어떻게든 정보를 얻는 게 일이다. 기자에게 얻으면 문제고, 국회를 통해 얻으면 문제가 안 되는 건가”라고 되물으며 “어디서 얻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얻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인의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겠지만 애초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가 아니라면 기자가 다른 매체 기자에게 주는 걸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MBC 기자가)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시사주간지 기자는 ”취재 경로와 방법은 여러가지다. 단독 기사를 쓴 기자는 취재원에게 자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단독을 쓴 기자에게 정보를 받는 것도 기자의 능력이다. 받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구해서 써야 하는데, 기자한테 구할 수도 있고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취재 방법을 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건 언론탄압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두고 “모든 취재를 다 법적으로 재단하겠다는 것”이라 우려하기도 했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공직자 인사청문회 자료를 전달한 게 개인정보 유출이라면, 임 기자에게 해당 자료를 준 사람도 처벌받아야 하고, 결국 의원실에서 자료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큰데 의원실도 개인정보 유출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호해진다”며 “임 기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한 장관 검증 목적의 자료라면 공익적 가치가 크고, 취재를 돕기 위해 전달했다면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회 자료는 국회 출입 기자라면 의원실을 거쳐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회사무처가 밝힌 국회 출입기자는 480개사 1515명(2020년 11월 기준)이다. 한겨레는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인사청문회 자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청문회 직전 해당 부처가 국회에 제출하면 의원실 등을 통해 국회 출입 기자들이 이를 입수하는 것이 관례적”이라며 “지금까지 후보자 쪽이 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 지난해 5월9일 시민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중계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지난해 5월9일 시민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중계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한겨레는 “언론사가 이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은 공직 후보자 검증을 위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며 “여기에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언론의 공직자 검증 기능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1일 “인사청문 자료를 경찰이 개인정보보호법 보호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직자 검증 기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59조에 따르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58조에 따르면 ‘언론이 취재 보도 등 고유목적을 위해 수집 이용하는 개인정보는 법 적용에 예외를 두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현 개인정보보호법 내에 법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우회 조항이 있기 때문에 언론보도 목적의 경우 괜찮다는 면책조항을 더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처벌하려면 기자가 법상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에 해당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사례는 인사청문 자료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던 국회사무처 직원이 개인정보를 처리했던 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면책조항으로 볼 수 있는 58조는 사실상 59조까지 포함해 일반적인 위법성조각사유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언론판례에 밝은 한 변호사는 “58조와 59조의 관계가 문제”라고 전한 뒤 “보도라는 고유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취득했는데, 자사 취재목적이 아닌 이유로 동료 기자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건 절차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결국 (수사기관도) 절차적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비춰보면 정보를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언론계에서 일종의 ’품앗이‘처럼 이뤄지던 취재원 정보 공유 관행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고위공직자 후보라 하더라도 가족의 개인정보까지 들어있는데 쉽게 공유하는 게 타당한지 그 관행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취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뉴스룸 외부로 공유할 때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건넸느냐에 따라 위법성은 물론 언론 윤리적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MBC가 취재정보 유출(또는 제공) 여부와 더불어 그 과정에서 취재윤리 위반이 없었는지 살펴본 후 시청자에게 스스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정확한 사실관계가 알려져야 과도한 수사였는지가 드러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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