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낮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MBC 뉴스룸(보도국) 압수수색에 나서려는 경찰과 이를 비판하는 MBC 구성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낮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MBC 뉴스룸(보도국) 압수수색에 나서려는 경찰과 이를 비판하는 MBC 구성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부가 ‘한동훈 법무부장관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임아무개 MBC 기자의 자택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의원실에 제출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다른 매체 기자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다. 경찰은 이날 오전 국회 사무처 압수수색을 마친 뒤 서울시 상암동 MBC 사옥 MBC 보도국(뉴스룸) 압수수색을 시도하며 MBC 구성원들과 로비에서 1시간 넘게 대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돌아가십시오! 부당한 방송장악입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이호찬 MBC본부장은 경찰을 향해 “한동훈 장관이 아니었다면, MBC가 아니었다면 압수수색했겠나”라고 되물으며 “이 정도 사안으로 언론사를 압수 수색한 전례가 없다. 정권의 실세인 한동훈 장관이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정권에 밉보인 MBC 기자가 연관된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이 과도한 법 집행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대치를 거듭하던 경찰은 결국 오후 1시30분 경 MBC 관계자 입회하에 임 기자의 자리와 소지품 등을 확인‧촬영하고 돌아갔다.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압수 대상물이 없음을 확인하고 사옥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사옥은 지난해 김건희 관련 보도, ‘바이든 쪽팔려서’ 보도 등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방문을 거듭했던 곳이다. 

MBC기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1년도 더 지난 사안의 증거를 언론사 보도국에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되물으며 “뉴스룸은 기자들의 온갖 취재 정보가 모여있는 공용 공간이다. MBC 보도와 기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또 다른 꼬투리라도 찾아내겠다는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유례없는 압수수색 시도는 MBC를 본격적으로 길들이기 위한 또 하나의 칼춤이자 공영방송 장악 음모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번 압수수색은 범죄 혐의 수사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언론사에 대한 부당한 압박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尹정권은 지난 1년 동안 외교무대 비속어 파문, 대일외교 등 여러 논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비판 언론을 공격해 왔다”며 “그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비상식적 뉴스룸 압수수색 시도는 수사 목적과는 별개의 언론탄압 시도”라고 했다.

임 기자는 2019년 ‘PD수첩’ 검찰기자단편에 전직 검찰 출입기자로 출연해 “검찰이 언론을 경주마처럼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다. 검찰이 주는 게 독이 든 사과인지 언론이 판단하고 검증하고 써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한동훈 장관을 향해서는 2020년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한 검사장님이 얼마나 무서운 분인지 잘 알고 있다.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처남, 진동균 검사의 1심 선고 기사가 한 줄도 안 나오도록, 처남 선고 날 양승태 대법원장을 소환한 사람이다.’ 한 검사장님 동료분들이 하시는 말씀”이라고 적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해당 기자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파문, 소위 ‘바이든 날리면’을 보도한 기자”라며 “정권을 불편하게 한 보도에 대한 보복 수사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해당 보도로 대통령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임 기자 등을 고발한 바 있다. 정의당 역시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밝혀내는 게 목적이라면 국회 사무처 등 소관기관에 대한 수사만으로도 충분한 일”이라며 “명백한 언론탄압”이라 주장했다. 

언론계 안팎에서 이번 사건을 MBC와 尹정부의 갈등 격화 국면으로 보는 가운데, 당장 현직 법무부장관의 개인정보유출 수사를 두고 ‘이해충돌’ 비판도 예상된다. 한동훈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날 압수수색을 두고 “어떤 누구를 해코지하기 위해 불법적인 정보를 유포하고 그것을 악용하면 안 되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며 자신이 피해자임을 강조했으며 야당 비판에는 “민주당은 우선 지금 이 일에 민주당이 관여한 것은 없는지 먼저 점검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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