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0원’을 호소하는 TBS가 서울시와 소통하며 추가경정예산(추경) 가능성을 탐색하는 가운데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측은 “추경을 당연시 하지 말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경안을 편성하더라도 통과엔 서울시의회 의결이 필요해 추경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한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징계 등 일부 TBS 구성원에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라며 TBS 대표에 동의를 촉구한 상황이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2년 연속 예산 삭감과 2024년부로 서울시 출연금이 끊기는 ‘TBS 조례 폐지안’ 통과로 비상운영 상태인 TBS는 그간 서울시 실무진들과 물밑 협상을 통해 추경과 새 조례안 등 소통을 이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TBS 사명 변경안이 거론됐고 내부에선 변경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지난 17일 이뤄진 정태익 TBS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간 면담에서도 조직개편 등 혁신안이 논의됐다. 서울시는 혁신안을 전제로 한 추경안에 긍정적 의사를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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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익 TBS대표는 지난 27일 통화에서 “TBS가 알아서 좋은 방송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서울시가) 전했고, 방송의 편성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방송 편성은 방송사의 권한”이라며 “조직개편은 준비하고 있다. 혁신을 보이기 위해 선언적인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 같은 내용도 언급되지 않았다. 함께 협의하고 상의해서 원팀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TBS의 혁신안에 호응해 추경안을 편성한다고 해도 서울시의회에 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통과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TBS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26일 있었던 서울시의회 TBS 정관개정 보고자리에서 이효원 국민의힘 시의원은 “현재 추경을 그냥 해 주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며 “의회에서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서울시의회 TBS 정관개정 보고자리. 왼쪽이 정태익 TBS대표, 오른쪽이 이종배 시의원. 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 지난 26일 서울시의회 TBS 정관개정 보고자리. 왼쪽이 정태익 TBS대표, 오른쪽이 이종배 시의원. 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이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를 특정, 정태익 대표에 징계 등 책임을 물게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시의원은 언론노조가 서울시를 상대로 ‘TBS 조례 폐지안’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과 서울시의회 비판 성명을 낸 것 등을 예로 들며 TBS 사태의 책임은 결국 ‘언론노조’라고 지목했다.

구성원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법원이 아닌 TBS가 ‘원고적격’ 등 위법성을 따지긴 힘들다는 정 대표 말에도 이 의원은 “청구인 자격이 없음에도 소송을 제기한 건 위법할 수 있다”며 “적절하지 못하니 징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정 대표가 “이전에도 진주의료원에서 직능대표로 10명 정도가 소송을 제기해 인정된 적이 있다”고 했지만 이 의원은 “TBS 예산에서 노조에 지원하는 예산이 있느냐. 세금 지원이 있는지 노조의 비위, 위법한 일이 있었는지 한번 체크를 해보라”며 노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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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지부가 내는 성명 등의 활동도 “편향적이고 왜곡”이라 규정했다. 이 의원은 202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TBS지부가 오세훈 당시 후보를 상대로는 비판 성명을 내고 박영선 후보와는 업무 협약 체결을 맺은 것을 예로 들어 “노조가 노동자의 권리·권익을 보호할 생각은 없고 사실상 정치 노조로 특정 정당의 커플로 전락을 해서 정치를 했다”며 “편향적으로 방송을 하는 것을 묵인하고 방조하고 시민들 신뢰를 잃은 것”이라 말했다.

▲ 이 의원이 언급한 언론노조 성명. 오세훈 시장에 업무협약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이 의원이 언급한 언론노조 성명. 오세훈 시장에 업무협약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언론노조 TBS지부는 미디어오늘에 “당시 언론노조가 제안한 정책협약은 각 정당의 후보자에 똑같이 보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응답했지만 오세훈 후보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마치 특정 정당에만 정책협약 체결을 맺었다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종배 의원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따로 성명서는 내지 않겠지만 잘못된 사실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사유로 이사 2명(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현경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이 사임하고 이사장이 공석 상태인 TBS는 오는 6월 예산이 모두 비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송신소, 임차료, 전용 회선 사용료 그리고 한글과컴퓨터 같은 그런 상용 소프트에 대한 구입 비용이 없게 된다”며 “구성원들의 존엄과 가치가 인건비에 있다고 생각해 인건비는 묶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계속 인건비를 제작 사업비로 돌리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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