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안건에 투표하는 의원들의 모습.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다. ⓒ연합뉴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안건에 투표하는 의원들의 모습.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다. ⓒ연합뉴스

공영방송 정치 독립을 위한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제 본회의 의결이 가능하다. 이날 본회의에선 부의 안건을 두고 177명 의원이 투표에 나섰고 174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반대 토론 이후 본회의장을 퇴장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향후 본회의로 부의된 법안을 상정하려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국회 의석수를 감안하면 민주당이 원하는 시기에 단독으로 본회의 의결 처리도 가능한 상황.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핵심은 거대양당의 ‘정치적 후견주의’에 의해 움직이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다. 기존 지배구조는 KBS 이사회 11명(여야 7대4), 방송문화진흥회(MBC) 9명(여야 6대3), EBS 이사회 9명(여야 7대2)이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국회가 5명,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 직능단체가 6명(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 갖게 된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은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추천된 후보를 재적 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방식으로 달라진다.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현행법이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정치적 종속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부의 요구 이유를 밝힌 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구현과 합리적 운영 보장을 위해 이사회를 각 분야 전문성·대표성을 반영해 확대하고 사장 선출 방식을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공영성·공익성·독립성·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한 방송이 아닌, 국민을 대변하는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공영방송 3사.
▲공영방송 3사.

지난 3월21일 과방위는 이번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지난해 12월2일 과방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지 109일 만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이유 없이’ 법률안 심사를 60일 이내에 마치지 않을 때 해당 상임위가 본회의 부의 요구를 의결할 수 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부결을 요구하는 반대 토론에서 “법사위와 본회의 직회부까지 국회법에 따른 모든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날치기로 처리했다”며 “정치적 후견주의 배제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친 민주당 세력이 공영방송을 영구히 획책하게끔 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박성중 의원은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을 그렇게 염원했다면 문재인 정권 5년간 왜 개정을 안 한 것이냐”고 되물으며 “정권이 뒤바뀌자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방송법을 독단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선거에 패배한 야당이 공영방송 이사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반민주적 행태”라고 했다. 이 발언은 선거에 승리한 여당이 공영방송 이사권을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투여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박 의원은 “개정안의 21인 이사회 구성을 보면 실제 우리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17대4”라며 “개정안에서 제시한 추천단체 활동 면면을 보면 끝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곳”이라고도 했다. 물론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집권 시절 방송법을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키지 않았다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인다”고 한 뒤 “2020년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전반기 박성중 간사가 과방위 법안2소위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방송법 개정안은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게 뭉갰다”며 국민의힘 책임도 언급했다. 또 “국민의힘은 방통위원장이 영향력을 미쳐 학회 추천 몫으로 민주당 인사가 임명될 거라고 주장하지만 3개월 뒤 윤 대통령이 새 방통위원장을 임명하게 되고 이 법이 그 이후 시행된다”며 “여당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는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28일 “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법안”이라며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길 원한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이 법에 대해 민주노총 장악법이라는 허위 사실만 반복적으로 유포하며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건설적 대안을 내놓고 논의한다면 정치권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촬영인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7단체는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내고 윤 대통령을 향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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