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4·19 추도사에서 “가짜뉴스” 관련 발언을 한 이후 가짜뉴스를 퇴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앙일보 부사장 출신인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가짜뉴스 악성 전염병의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퇴치를 위해 부처 내 관련 TF팀의 기능과 역할을 전면 강화‧가동 중”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 설치 △범정부 대응시스템 구축 △포털·자율심의기구와 협력·소통 강화 △서울대 저널리즘스쿨·싱크탱크 준비위원회와 협의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문체부의 방안은 구체성과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장악법”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법 개정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들어있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가짜뉴스” 용어 사용 비판하던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센터 설치

문체부는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 기능을 부여하고, 가짜뉴스를 유형화하겠다고 했다. ‘가짜뉴스 유형화’를 위해선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규정해야 한다. 하지만 문체부는 어떤 정보를 가짜뉴스로 봐야 하는 것인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기관이 법을 만드는 건 아니기 때문에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포괄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문체부 관계자는 SNS 상에서 유포되는 허위정보를 가짜뉴스로 규정한 것이라면서도 “(언론보도는 가짜뉴스의 대상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보도 역시 언론재단의 가짜뉴스 신고·상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관련 센터를 설치하는 명분도 불분명하다. 신문법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탁하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언론재단은 언론·미디어 진흥사업을 담당한다. 특히 언론재단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언론진흥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이 가짜뉴스 유형을 분류하고 신고를 접수받는다면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언론재단은 그동안 가짜뉴스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가짜뉴스 용어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던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센터’가 설치되는 것이다. 언론재단은 2019년 2월 발표한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뉴스’와 ‘가짜뉴스’> 보고서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의 모호성을 줄이고 허위정보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와 실수로 인해 발생한 잘못된 정보를 개념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언론재단과 유네스코가 2020년 공동 기획한 ‘저널리즘 교육과 훈련을 위한 핸드북’은 가짜뉴스에 대해 “검증 가능성과 공중의 이익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정보, 즉 진짜 뉴스(real news)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모순어법”이라고 규정했다. 언론학자들은 가짜뉴스를 ‘허위·조작정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 바 있으며, 1972년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역시 2019년 언론재단과 매일경제가 공동 주최한 간담회에서 “가짜뉴스라는 말을 폐기하자”고 했다.

▲언론재단, 유네스코가 발간한 저널리즘 교육과 훈련을 위한 핸드북 표지
▲언론재단, 유네스코가 발간한 저널리즘 교육과 훈련을 위한 핸드북 표지

서울대 ‘AI 가짜뉴스 감지시스템’… 지원 계획·여부도 불분명

문체부가 ‘AI 가짜뉴스 감지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한 서울대저널리즘스쿨·싱크탱크 준비위원회는 정식 단체가 아니다. 학내 저널리즘스쿨과 싱크탱크를 만들기 위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모임이다. 보도자료에선 문체부가 정식 단체가 아닌 곳에 어떻게,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제 협의 중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나와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관계부처, 기관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준비위원회가 정식 단체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선 “예산을 협의하는 과정에선 학교와 이야기해야 한다. 개인에게 예산이 편성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서 서울대저널리즘스쿨·싱크탱크 준비위원회를 거론한 이유에 대해선 “다른 학교에서도 이런 사업·예산을 편성한다면 같이 협의하고 논의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아직 (문체부가) 지원하기로 확정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같이 협의해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AI 가짜뉴스 감지시스템에 대해 “가짜뉴스의 가능성이 높은 것을 찾아주는 프로젝트를 해왔다. 가짜뉴스 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기반으로 팩트체크를 하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체부는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와 협력·소통 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이는 “포털장악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 문체부 산하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가 알고리즘 구성요소를 검증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지원하는 계획이다. 김승수 의원안은 포털사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 개정안을 두고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의 구성을 정하는 바가 대통령령이라는 점부터 문제”라며 “포털 뉴스를 윤석열 정권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포털 안에 위원회 형태로 자체적인 필터링 시스템이나 제휴평가위원회가 하는 역할을 플러스 알파로 하는 방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결정이 나면 거기에 따라 운영을 지원하거나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려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