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압수수색을 ‘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되고 나서야 진행한 것을 놓고 31일 아침신문이 일제히 검찰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뒷북’, ‘방치’ 등 검찰이 1년 반동안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지지부진한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이다.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관련 무죄 판결에 이어 ‘50억 클럽’ 늦장 수사 의혹이 불거져 향후 검찰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31일자 경향신문 5면 사진기사.
▲ 31일자 경향신문 5면 사진기사.
▲ 31일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 31일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지난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엔 정의당 강은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발의한 특검법 3건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핵심 피의자가 이재명 대표인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 주도로 특검을 추천하고 임명하는 것에 반대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한 “수사 대상자 측에서 (특검을) 주도하고, 수사에 관여하는 그림으로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만배씨로부터 50억 원을 받거나 받기로 한 ‘50억 클럽’의 주요 당사자들은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 박 전 특검을 두 차례 조사한 뒤 더 수사를 이어가지 못했고 2022년 2월 곽상도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수사 역시 2021년 말 소환이 마지막이다.

▲ 31일자 조선일보 사설.
▲ 31일자 조선일보 사설.
▲ 31일자 동아일보 사설.
▲ 31일자 동아일보 사설.

이에 보수신문조차 검찰 대응이 너무 늦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0면 기사에서 ‘1년 반만에 뒷북 수사’ 소제목을 달며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려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법조인 발언을 인용했다. 사설 <뒤늦은 ‘50억 클럽’ 수사, ‘재판 거래’ 의혹까지 다 밝혀야 한다>에서도 조선일보는 “늦었도 너무 늦었다”며 “재판 거래 의혹은 사실이라면 사법부가 무너질 심각한 국기 문란이다. 이런 의혹들을 다 규명해야만 대장동 수사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0면에서 “의혹을 받는 6명 가운데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김 전 총장, 권 전 대법관 등 3명으로 수사 대상을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며 사설 <50억 클럽’ 특검 법사위 상정… 박영수 ‘뒷북’ 압수수색 나선 檢>에서 “대장동 초기 김만배 씨와 대책을 논의하고 변호사를 소개해 준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한다고 해도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증거와 단서들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50억 클럽의 진상이 끝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에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 참상 전한 신문과 당국 외교라인 붕괴 지적한 신문

▲ 31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 31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 31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 31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450쪽 분량의 ‘2023 북한인권보고서’가 발간되면서 31일 아침신문 1면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었다.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청소년‧임산부 공개처형’ 등 충격적인 북한 인권 현실을 1면 상단에 실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내부 알력 다툼설’ 등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이후 이어진 당국 외교안보 라인의 ‘혼란’을 짚었다. 중요 외교 일정이 차례로 예정돼 있어 정부의 대응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북한인권보고서는 대중에 공개되는 첫 북한 공식 내부 실상 보고서다. 2017~2022년동안 탈북민 3412명을 면담해 작성됐고, 508명이 직접 겪거나 목격한 1600여 개 인권 유린 사례가 포함됐다. 한국일보는 인권 침해 사례를 1, 2, 3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1면 <북, 청소년‧임산부까지 공개처형> 기사에서 “범죄를 저지른 ᄌᆞᆨ 18세 미만이면 사형 선고를 하지 않으며 임신 여성도 사형 집행되지 않는다고 (북한이) 보고한 것과 다르다”며 보고서를 인용, “법적 근거 없는 즉결처형 사례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2면 <여성 짓밟는 군대‧교화소… “남성 병사가 여성 수감자 알몸 검사”>에서 빈번한 성폭력, 인신매매, 강제 낙태 등 처참한 여성‧장애인 인권 실태를 전했고 <한국 영상물 봤다고 청소년 ‘총살’>, <무너진 배급제… “투잡 없인 배곯아”> 등의 사례를 전했다. 3면에서도 <‘말 반동’ 가족 하루아침에 실종… 조현병 장애인 생체실험 증언도>, <“이산가족 상봉 후 직장서 해고… 자녀들 감시당해”> 등 인권보고서 내용 전달을 이어갔다.

▲ 31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31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반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이해 못할 안보실장 사퇴…불신만 널뛰는 ‘외교 난맥’>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혼란을 짚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이 김 전 실장 교체 이유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은 여전하다”며 “김 전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설, 김건희 여사 개입설, 대일 외교 기조에 대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견해 차이설 등 다양한 억측이 나온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보실 내부 알력싸움의 결과다’ ‘김건희 여사 최측근김승희 선임행정관과 외교부 출신 간의 갈등 때문이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역시 1면 <통상·북핵 위기 속 ‘총체적 외교안보 난맥’>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를 놓고 “이번 결정이 내려진 이유와 과정은 불분명하고, 사후 설명은 생략됐다. 한반도 긴장 고조와 미-중 전략경쟁을 비롯한 경제·안보 복합위기 심화 속에 한-미 정상회담이란 중요 외교 일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김 전 실장 경질 과정을 보면서 외교·안보정책 결정 과정 자체가 붕괴 직전이란 느낌을 받았다”는 전임 정부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 발언을 인용했다.

▲ 31일자 한겨레 2면 사진기사.
▲ 31일자 한겨레 2면 사진기사.

정부 외교라인에 대한 우려는 보수언론 사설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사실상 경질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안보 환경이 엄중한 마당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 한 달 반이 우리 외교엔 중대한 시간이다. 다음 달 26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5월 11~13일엔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이 추진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낙타가 쓰러지는 게 깃털 하나 때문이겠나”>에서 ‘블랙핑크 공문 파문’과 관련해 “의전비서관 사퇴와 외교비서관 교체에 이어 외교사령탑 경질로까지 이어질 사안인지는 의문”이라며 “한 여권 인사는 ‘낙타가 그 등짐 위로 깃털 하나가 떨어져 주저앉았다면 그 이유를 깃털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누적된 문제가 터져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김 전 실장 교체는 시간문제였을 뿐 진작 예정된 것이었고, 외교안보라인 전반의 개편도 준비 중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라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에 한겨레 “정부 방송 장악 의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혐의를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영장이 30일 기각됐다. 법원은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혀 한겨레는 “검찰이 핵심 의혹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소식은 한겨레와 동아일보를 제외하면 31일 아침신문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 31일자 동아일보 12면 기사.
▲ 31일자 동아일보 12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사설.
▲ 31일자 한겨레 사설.

한상혁 위원장은 2020년 방통위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의로 점수를 낮추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서엔 한 위원장이 방통위 간부들에 직접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는 증거나 진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검찰이 6개월간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도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을 제대로 못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사설 <한상혁 위원장 영장 기각, ‘찍어내기’ 수사 더는 없어야>에서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있었는지는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검찰은 한 위원장 조사를 앞두고, ‘조작 지시’ 의혹을 계속 언론에 흘려왔다. 그런데 이 ‘조작 지시’ 의혹을 영장에 적시하지도 못했다”며 “검찰의 이런 행태는 이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목적의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권력기관을 동원해 집요하게 ‘한상혁 흔들기’에 나선 데는 ‘방송 장악 의도’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방통위가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이나 임명 권한을 지닌 기구이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 인사를 ‘찍어내기’ 위해 검찰이 동원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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