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관련해 외신과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국내에선 인터뷰 등의 질의응답 기회를 만들지 않고 있다. 외신 중에서도 윤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안(한국기업 주도의 제3자 변제안)에 우호적 관점을 가진 매체에 집중하는 선택적 언론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하루 전인 15일 요미우리신문과 윤 대통령의 대면 인터뷰 내용을 출입기자들에게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노가와 쇼이치 대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1시간20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신문은 1면을 비롯한 9개 면에 16개 기사로 윤 대통령 인터뷰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내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이자, 우익 성향의 매체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이날 요미우리신문의 평가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는 표현으로 윤 대통령을 소개했고,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결의를 보인 데 대해 국제사회 뿐 아니라 일본 정부와 여당의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윤 대통령이 반도체와 우주 등 한일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언급한 부분을 소개하며 일본 경제계에서 사업환경 개선에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3월15일자 요미우리신문의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관련 온라인 기사 일부 갈무리
▲3월15일자 요미우리신문의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관련 온라인 기사 일부 갈무리

특히 <흔들리지 않는 신념 검사시절부터, 전 대통령 등 수사>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관철하는 주도적인 개성으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며 “결단력과 실행력은 검사 시절부터 유명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라고 쓰인 플레이트가 놓인 것을 두고 “국정에 임하는 그의 각오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마에키 리이치로 요미우리 편집국장의 1면 <지혜와 결의에 부응해야> 칼럼 관련해서는 “관계 정상화가 양국의 이익 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갈등의 반복’을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고도 했다. 이 밖에 일본 경제계가 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일본 정부·여당이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 이 신문의 보도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 일정이 시작되는 16일 아침엔 일본 아사히, 마이니치, 닛케이 등 3개 신문사에 서면 인터뷰 기사가 게재됐다고 알렸다.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3개 신문사는 오늘 윤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보도하면서 인터뷰 내용 중 ‘강제징용 해법은 대국적 결단’, ‘일본도 행동을’,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에 의욕’, ‘한미일 및 대만과 반도체 협력’ 등을 강조했다”고 했다.

▲3월16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환영행사. 사진=대통령실
▲3월16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환영행사. 사진=대통령실

일본 외의 언론이 포함된 인터뷰로는 AP, AFP, 로이터, 교도통신, 블룸버그 등 5개 해외 통신사와 진행한 합동 서면 인터뷰가 있다. 각 매체가 보낸 질문들을 대통령실이 취합해 일괄적으로 답변을 보내주는 형식으로 이뤄진 인터뷰로 알려졌다. 15일 공개된 5개 매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해법 관련해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속히 치유하는 한편,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우리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렇게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요미우리와의 유일한 대면 인터뷰를 비롯해 일본 신문·통신 5곳, 영미권 및 유럽 통신 4곳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면 한국 언론과는 단 한 건의 인터뷰도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6일 정부의 첫 배상안 발표 관련한 대통령실 입장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밝혔다. 14일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윤 대통령의 방일 관련 일정을 알렸다.

윤 대통령의 직접적 발언은 7일 제10회 국무회의 뿐이다. 12일엔 앞선 국무회의에서의 윤 대통령 발언 일부를 편집한 숏폼 영상이 공개됐다. 숏츠 영상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 패에 적힌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를 쇼츠 영상 전면에 내세우며, 이번 해법이 지난 정부 5년간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윤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임을 강조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해 10월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10월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그러나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는 대통령이 정작 책임을 갖고 언론 앞에 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현지에서의 한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일 기자가 각 한 번씩 제기한 공통 질문에 답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이래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고 있다. 취임 10개월차인 윤 대통령은 처음이자 마지막 정식 기자회견이었던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로 213일, 만 7개월째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조선일보와 유일하게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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