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TV 프로그램 방송분을 지적하면서 관련 방송 장면을 캡처해 보도한 매체들이 무더기로 신문윤리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제971차 회의를 열고, 지난해 12월19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문제점을 다루면서 해당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실은 16개 매체에 주의 조처를 내렸다. 

해당 매체는 아주경제, 국제뉴스, 브릿지경제, 이투데이, 매경닷컴, 국민일보, 뉴스1, 머니투데이, 조선닷컴, 헤럴드경제, 스포츠조선, 서울신문, 스포츠동아, 파이낸셜뉴스,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이다. 신문윤리위는 이들 매체들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의 선정보도 금지와 제13조 ‘청소년과 어린이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이 방송은 한 재혼 가정 사연을 다루면서, 아내가 재혼한 남편이 의붓딸을 학대했다고 신고한 내용을 전했다. 방송에 의붓딸과 장난치는 남편 모습이 담겼는데, 아이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스킨십을 하고 ‘주사놀이’라면서 아이 엉덩이를 찌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방송을 본 일부 시청자들은 아동 성추행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MBC는 해당 회차분 다시 보기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방송용 솔루션 한계 드러낸 MBC ‘결혼지옥’ 논란]

“맥락 보여주지 않는 한 컷의 사진, 더 자극적”

신문윤리위는 제재 이유에 “사진이 영상보다 자극적”이라고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사진이 보여주는 강렬한 메시지가 독자를 자극했다. 이는 사진과 영상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영상은 음향, 스토리, 동작 등 모든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그러나 한 컷의 사진은 그 순간만을 포착해 맥락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해당 사진을 해석한다”고 했다.

이어 “TV에서 스쳐 지나가는 선정적 장면이 사진으로 노출되면 그 선정성은 더욱 짙어질 수 있다”며 “TV에서 방영한 영상을 그대로 캡처한 것이지만 그 메시지가 강렬하고 자극적이어서 독자에게 불필요한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이 사진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스킨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사진은 성추행 당한 경험이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제2의 피해를 줄 수 있고, 일반 독자들에게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MBC '오은영 리포트' ⓒMBC
▲MBC '오은영 리포트' ⓒMBC

방송화면 캡처 사진은 독자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다수의 언론들이 활용하고 있는 기사 작성 방식이다.  특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모으거나 공분을 산 방송과 관련 해당 화면 사진이 없으면 프로그램과 기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현실적 고민도 적지 않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3일 통화에서 “(신문윤리위가 지적한 기사는) TV에서 논란이 된 장면을 시청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을 담은 기사들인데, 논란의 장면을 또 신문을 통해 전파하는 건 문제를 심화하는 것이지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굳이 문제적 장면을 사진으로 전파하지 않고 말로 풀어 설명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소통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영상에 대한 맥락이 없는 상태에서 기사에 첨부된 캡처 사진만 보게 될 경우 독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며 “결국 논란의 사진을 (텍스트 기사에) 쓰는 이유는 사람들 관심을 끌려는 것인데, 자극적 장면을 독자에게 노출하는 행태에 둔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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