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은영 박사를 필두로 하는 상담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방영되는 가운데, 함께 출연하는 패널의 역할은 적고 오은영 박사만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며, 오 박사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솔루션이 진행된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8월31일 공개된 MBC 시청자위원회 6월 회의록을 살펴보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 대해 시청자위원들이 “오은영 박사도 신은 아니다”, “또 오은영인가”라고 지적했다.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이 전문적이고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한계 역시 언급됐다.

MBC 시청자위원 중 이현주 위원(언론인권센터 이사)은 우선 “항상 맞닥뜨리는 부부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당사자들이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핵심을 오은영 박사는 잘 발견해내고 맞는 처방을 내려준다”며 “정신과 의학박사로서의 의학적 처방뿐 아니고 인생 선배로, 사업가 경험도 활용해 조언해준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이 위원은 “부부 힐링 처방은 탁월하지만, 상담의 근원이 오은영 박사의 개인적인 결론과 판단이라는 한계성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오은영 박사도 신이 아니다” 패널들 역할에 아쉬움 지적

이 위원은 패널들의 역할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패널들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고 감탄과 추임새로만 일관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오은영 박사도 패널들이 하는 이야기에 더 공감가는 부분의 이야기라면 그 이유를 덧붙여 공감하고 분석하고, 위험한 옹호라면 솔루션을 통해 설명해 주면 좋겠다”면서 “오은영 박사도 신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도 듣고 분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세정 위원(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은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한다는 것을 듣고 첫 반응이 “또 오은영인가”였다고 전했다. 최 위원은 “오은영 박사의 긍정적인 활약이 주목을 받아온 건 사실이지만 많은 다른 채널에서 이미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상담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상황에서 어떤 차별점이 있나 궁금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4회 중 3회는 연예인 부부 혹은 연예인 가족이 출연하면서 다른 프로그램과 유사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갈등 수준이 심각한 만큼 자극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인상을 준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의 한 장면.

이어 “오은영 박사가 해결을 위한 제언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루는 비중이 적고 실제 부부의 해결을 위한 노력과 과정은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에 문제의 자극적인 면만 부각되고 가볍게 다뤄진 것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최 위원은 “국민 멘토로 상징되는 오 박사의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며 “지금처럼 해결과정보다 자극적 내용이 부각되며 화제성에 치중한다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차별점이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C 측 “방송 전후로 ‘솔루션’ 위한 노력있어”

유해진 MBC 시사교양본부장은 ‘솔루션’보다 갈등 부각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출연한 부부들의 상담과 관련해서 제작진이 일회성 상담이 아닌 지속적인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촬영 이전부터 이후까지 ‘솔루션’을 위한 과정을 설명했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지만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부부와 관련한 기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인구보건복지협회’와 협력해 부부 대화 시간, 재산 소유 상태 등 기본 정보를 파악하고, 야외 촬영 이후 스튜디오 녹화 이전에 ‘오은영 클리닉’에서 심리검사, 문장 완성 검사 등을 통해 부부 사이에 있는 문제에 대한 데이터를 작성하며, 정보와 기본 데이터에 기반해 오은영 박사가 스튜디오 녹화 전에 VCR 내용을 분석하고 상담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방송 후에도 출연 부부들 거주지에 따라 ‘지역 부부 심리 상담 센터’에 연결해 10회에 걸친 추가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비용 또한 제작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출연 부부 상담을 단순히 1회 출연에 따른 1회 상담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지만, 출연 부부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BC는 7월25일 방송에서 솔루션 이후 부부들의 현재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MBC는 7월25일 방송에서 솔루션 이후 부부들의 현재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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