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뒤늦게 2023년 업무계획 자료를 공개했다. 기존 정책들 가운데 이전 정부 정책은 일부 폐지하고 윤석열 정부 정책 과제를 다수 반영했다. 같은 위원장 체제이지만 지난해 업무보고에 강조해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팩트체크 사업’이 올해엔 빠졌다.

방통위는 3일 업무보고 자료를 냈다. 지난해의 경우 1월20일자로 자료를 배포했으나 올해는 보름 가량 늦은 2월 3일이 돼서야 올해 업무계획 자료를 배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대면 업무보고를 거부하면서 일정이 연기된 영향으로 보인다.

▲ 한상혁 방통위원장. ⓒ 연합뉴스
▲ 한상혁 방통위원장. ⓒ 연합뉴스

올해 업무보고 자료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주력 사업으로 강조해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팩트체크 사업’이 빠졌다.

지난해 방통위 업무계획 자료에는 ‘공영방송 독립성 공정성 제고’ 정책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수신료 제도를 개선하여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 운영 기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 정책으로 “이사·사장 선임 절차 개선을 위한 방송관계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TV수신료 정책으로는 ‘회계분리제도’와 수신료를 별도의 전담 기구를 마련해 가격을 정하는 ‘수신료위원회 설치’를 언급했다.

반면 올해 업무계획 자료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라는 표현 자체가 없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과 인수위 정책에 언급된 내용으로 채웠다. 입법이 되지 않았고 여야 합의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정책 언급이 사라진 것이다. 방통위는 전부터 관련 정책을 업무 과제에 명시해왔다.  

▲ 2022년 방통위 업무보고 자료. 지배구조 개선이 언급돼 있다.
▲ 2022년 방통위 업무보고 자료. 지배구조 개선이 언급돼 있다.

 

▲ 2023년 방통위 업무보고 자료
▲ 2023년 방통위 업무보고 자료

방통위는 ‘공영방송 평가체계 개선’ 정책으로 KBS 경영평가 지침 개정을 새롭게 언급했고 ‘방송의 ESG 성과평가 신설’ 정책으로 “방송의 사회적 책무 강화를 위해 지상파 4사 및 종편PP 4사 대상 ESG 경영에 대한 방송평가 항목 신설”을 언급했다. TV수신료 정책에선 ‘수신료위원회 설치’가 빠지고 ‘객관적인 수신료 산출‧배분기준 마련 추진’으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방통위 주요 사업 중 하나인 ‘팩트체크 사업’도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차원에서 민간 팩트체크 서비스 팩트체크넷 설립과 팩트체크 기술 개발, 교육 등 사업을 강조해왔다. 국민의힘의 반발로 올해 팩트체크넷 예산이 다수 삭감됐고 팩트체크넷을 운영하는 언론단체들은 팩트체크넷을 폐지키로 했다. 이번 업무보고에는 팩트체크넷뿐 아니라 다른 팩트체크 사업에 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인수위 차원에서 강조해온 포털 규제 정책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포털뉴스 동영상 투명성 확보’ 정책으로 “추천 알고리즘 투명화를 위해 기사 배열‧노출 기준을 검증하는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설치 검토 및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털뉴스제휴 신뢰성 강화’ 정책으로 “포털이 자율적으로 운영 중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위해 설치·구성 요건, 역할 등 법제화 검토 및 추진”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관련 논의를 위한 ‘포털 뉴스 신뢰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협의체에선 알고리즘과 뉴스 서비스 측면에서 정부가 직접적 규제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기에 규제를 하더라도 ‘권고’ 기능 정도만 부여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방통위가 포털 규제를 단정하지 않고 ‘검토’라고 언급한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 외에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관한 정책이 중점적으로 언급됐다. 방통위는 ‘미래지향적 미디어 통합법제’ 정책을 강조했다. 방통위는 “매체별로 분산된 미디어 분류체계 정비를 통한 신‧구 미디어 법체계 일관성 제고 및 장기적 성장 지원을 위해 미디어 통합법제(안) 입법 추진”이라고 밝혔다. 현재 방송법이 새로운 미디어를 포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방통위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홈쇼핑 채널, 유료방송 플랫폼 등이 내고 있는 분담금인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기준을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OTT 및 대형PP 사업자의 영향력 증대 등 환경변화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부과 기준 정비 및 전반적인 제도개선 검토”라고 명시했다. OTT사업자와 CJENM과 같은 허가 사업자가 아닌 대형 방송사업자에도 방발기금 징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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