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위원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시청률 부진’ 이유로 KBS 해설진을 꼽았다. KBS 스포츠국장 역시 축구 국가대표 출신 구자철 선수를 해설위원으로 선택한 것과 관련, 인지도 열세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등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뜨거웠지만 KBS는 시청률에서 ‘지상파 3등’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24일 우루과이 전은 MBC 18.2%, SBS 15.8%, KBS 2TV 7.7%순이었다. 11월28일 열렸던 두 번째 경기 가나 전 시청률은 MBC가 20%로 가장 높았고, SBS 12.8%, KBS 2TV 6.3% 순이었다. 12월2일 포르투갈 전 시청률 순위도 MBC가 16.9%, SBS 11.2%, KBS 2TV 4.4%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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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카타르 월드컵 해설위원인 구자철, 한준희, 조원희. 사진 출처=KBS. 
▲KBS의 카타르 월드컵 해설위원인 구자철, 한준희, 조원희. 사진 출처=KBS. 

지난 22일 공개된 KBS 1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노승만 KBS 시청자위원(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KBS가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난시청 없이 시청이 가능한 디지털 융합네트워크기술 ‘이어도’ 서비스를 운영하고 △myK앱 등 디지털 플랫폼 생중계를 이어갔음에도 월드컵 중계 시청률이 매우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대한민국 세 경기 모두 타 방송사에 비해 KBS가 압도적 3위”라며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KBS가 시청률 1등이었다”고 말했다.

노 위원은 “시청자로서 KBS 시청률이 부진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가정에서 채널 주도권을 가진 세대들이 2002년 월드컵을 추억하는 세대인 만큼 2002년 월드컵 주역들로 이뤄진 해설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며 “KBS는 기존 이영표 해설위원 대신 현역 선수인 구자철 해설위원으로 교체하며 새 변화를 시도했는데 시청자 평가는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보도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노 위원은 “최근 들어 국내 선수들이 활약하는 유럽 프로축구와 미국 프로야구를 시청하고자 하는 국민들 수요가 날로 많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각 스포츠채널 간 치열한 경쟁에 OTT 채널들까지 가세하면서 독점 중계에 대한 유료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보편적 시청권이 위협 받는 상황에 KBS가 많은 국민들이 스포츠 시청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다각도 방법을 강구한다면 공영방송 존재 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카타르월드컵 KBS 중계진.
▲ 카타르월드컵 KBS 중계진.

김기현 KBS 스포츠국장은 지상파 외에도 OTT, myK,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활용했다고 강조하며 “myK 앱 같은 경우 AI 데이터를 적용해 평점, 포메이션을 추가했고 지상파 UHD TV는 벤치 카메라나 주요 선수를 볼 수 있는 카메라, 다른 멀티 앵글 서비스를 시행했다”며 “안타까운 건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이런 노력이 인정 받고 좋았을 텐데 그런 결과가 안 돼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구자철 위원을 해설자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구자철 선수가 현역 선수이지만 벤투 감독 축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실질적으로 가나 전이 끝나고 선수들과 믹스존에서 만났는데, 손흥민 선수가 구자철 선수 품에 안겨 우는 일도 있었다. 물론 인지도에 있어서 타사 대비 열세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려 했지만, 결국 그 벽을 뛰어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해서, 당연히 우리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앞으로 준비를 잘해서 다음 빅이벤트 때는 다시 시청자분들한테 선택 받을 수 있게 좋은 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편적 시청권을 지켜달라는 시청자위원 부탁에 김 국장은 “보편적 시청권 같은 경우 방송법에 ‘국민관심행사’라고 법적으로 대상 경기가 정해져 있다”며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프로 스포츠, 예를 들어서 류현진, 손흥민 선수 같은 유료 스포츠 경기는 현재 국민관심 경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KBS가 그것까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다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주요 이벤트의 경우 국민 정체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고 통합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영방송으로서 적극적으로 방송권 확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승패만 다루는 것 아닌 수익구조 등 다룬 프로 호평

한편, 정정은 시청자위원(문화연대 사무처장)은 KBS ‘이슈 Pick, 쌤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이 메가스포츠 이벤트가 추진되는 이면에 존재하는 국가와 스포츠 산업, 자본의 욕망을 잘 짚었다고 전했다.

정 위원은 “FIFA나 IOC가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돈벌이에 힘을 쏟을수록 착취와 배제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며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개별 이슈에만 집중하다 보면 이벤트가 가진 본질적 문제를 추적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이슈 Pick, 쌤과 함께’가 보여준 것처럼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가진 빛과 그림자를 함께 살피고 구조 문제를 좀더 조명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정훈 시사교양2국 1CP는 “스포츠 승패에만 매달리지 않고 스포츠 이벤트가 가진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정보를 깊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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