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문화 정책 특징 가운데 하나로 ‘장애 예술인 지원 사업 확대’가 꼽힌다. 이와 관련 장애인의 실질적 예술 참여를 높이기 위해 탈시설과 이동권 정책 등을 연계하여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이하 예술위원회)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아르코 현장 대토론회’를 열고 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와 전망을 짚었다. 6일 오후 열린 ‘새정부 문화예술 정책과제’ 세션에선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 특징을 살펴보고 그 한계가 지적됐다.

이번 정부 문화예술 정책의 슬로건은 ‘국민과 함께하는 일류 문화매력국가’로 대표된다. 문화예술 국정과제로 한정하면 국정과제 56번과 57번을 살펴보면 된다. 56번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은 △공정한 문화 접근 기회 보장 △품격 있는 문화시민 역량 강화 △전통문화의 독창적 가치 확산과 창조적 발전 △지역 중심 문화 균형 발전이다. 57번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은 △공정한 맞춤형 예술 지원 △예술산업 경쟁력 제고 △예술인 복지 안전망 강화 △장애예술 활성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이하 예술위원회)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아르코 현장 대토론회’를 열고 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와 전망을 짚었다. 사진출처=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튜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이하 예술위원회)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아르코 현장 대토론회’를 열고 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와 전망을 짚었다. 사진출처=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튜브. 

윤석열 정부 예술 정책, 장애 예술인 지원사업 많은 것 특징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현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 정부 문화 정책 방향을 “새로운 문화 정책이라기보다 기존 정책을 ‘확대’하는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장애예술인 전문 공간 조성(13억 원) △장애예술인 신기술 활동 지원(11억 원) △장애예술인 창작물 유통 플랫폼 개발(2억 원) △장애인 예술교육 지원(5억 원) 등 “장애 예술인 지원 사업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짚었다.

조 연구위원은 “국정과제 56번의 세부 과제는 문화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으로 통합 문화이용권 확대, 장애인 문화 접근 장벽 해소, 공공 수어 통역 지원 등 언어 복지 개선, 문화 기반시설의 디지털·친환경·무장애 전환 등”을 꼽으며 “장애 예술인 지원 정책은 매우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시민 호응도 역시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 9월27일 장애 예술인 창작물을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하는 내용의 장애예술인지원법 개정안이 공포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부터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며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8월31일~9월19일)에 60여 점의 장애예술인 작품을 전시했는데 7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관람했다”고 전했다.

‘약자 복지’만으로 돌파 어려운 점도…근본 대책 함께 살펴야

이날 토론회 라운드테이블에서 안태호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는 “20대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됐지만 국정 과제나 업무 보고 등에서 문화 정책의 일단이 드러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책 방향은 또렷하지 않다. 2년 차 이후 예산 운영을 확인해야 한다”며 “‘지역의 문화 자치’라는 대원칙이 ‘약자 복지’로 대변되는 이번 정부 정책과 맞아떨어지는가 의아하다. 문화 정책이 현장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공급 위주의 시혜적 정책으로 치우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 이사는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이 확대됐지만 ‘약자 복지’ 개념만으로는 돌파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에 대해 개인의 자발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최근 장애인 탈시설 문제라든가 이동권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 사진=전장연
▲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 사진=전장연

단순한 금액 지원을 넘어 교통지원 정책 설계 등 고려해야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연수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국내 여행, 체육 활동 등을 지원하는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에서도 단순히 금액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돕고 적극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이끌기 위해 교통지원 정책 설계도 함께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수현 연구위원은 “농촌 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은데 경제적 소외 계층에게 문화예술 활동과 참여를 위해 비거주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시간·경제적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통합문화 이용권에서 철도,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의 사용은 이미 가능하다. 하지만 문화예술 공연이나 전시 참여를 위한 추가적인 교통비를 지원한다면 더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 연구위원은 “실제로 캐나다 에드먼턴(Edmonton)에서는 저소득 기준에 해당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이용권 대상자는 자동으로 대중교통 이용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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