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부터 지하철 내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들을 했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시위는) 다수를 볼모로 삼는다”,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 등의 발언이었다.

이 대표의 행보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장애인 시위에 관심을 갖게 해 ‘오히려 좋은 것’이란 시선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논란이 커져 13일 JTBC ‘썰전라이브’에서 이준석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토론이 생방송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전장연 시위방식에 대한 논쟁과 장애인 권리에 대한 해법을 두고 80분 동안 진행됐다.

▲JTBC 썰전라이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장연 대표(오른쪽)가 토론하고 있다. 
▲JTBC 썰전라이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장연 대표(오른쪽)가 토론하고 있다. 

지난 1일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차장이 쓴 칼럼 “이준석 대표가 환기시킨 장애인 이동권 문제”라는 기사가 ‘오히려 좋다’는 시선의 대표격이다. 이 칼럼은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결과적으로 전장연을 도와준 셈이 됐다”며 “전장연이 바란 게 이런 사회적 관심이었을 텐데 이 대표 ‘덕분에’ 부각됐다”고 썼다.

칼럼의 말미는 “갑자기 누가 장애인이 되더라도 다른 구성원들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사회적 약자 배려 정책을 다같이 더 고민해야 한다는 식으로 종결되긴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은 20년이 넘도록 장애인 이동권과 다양한 권리들에 대해 외쳐온 당사자들의 노력이 부각되지 않는 방향이다. 

▲4월1일 조선일보 칼럼. 
▲4월1일 조선일보 칼럼. 

“이준석 때문에 큰 화제되는 것, 한편으로는 참 슬퍼”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난 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물론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여질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그렇게 평가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이 된 이유는 결국 우리가 그동안 투쟁하며 겪은 많은 희생들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투쟁을 하며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지하철 철로로 내려가고 버스 위까지 올라가며 힘겹게 이야기했왔는데 이런 과정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준석 대표 1명이 페이스북 등에 한 이야기로 이 정도로 큰 화제가 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참 슬프다”며 “그가 여러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들을 가지고 관심이 모이고, 또 그것이 다시 전장연에게 도움이됐다는 말은 그동안 전장연 투쟁의 과정을 무시한 평가”라고 반박했다.

종종 박 대표가 장애인 권리에 대한 TV토론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었고 이것이 이번 계기로 이뤄진 것은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토론하고 싶다는 것도 우리가 투쟁을 할 때, 비장애인이 우리를 바라보는 대부분 시선이 단편 피상적이고, 동정과 시혜 차원이기에,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토론을 한번 하는 것이 성과 그 자체라고 보기보다, 지금까지 투쟁하고 이야기한 내용들이 시민권의 차원에서 함께 소통되고 이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행한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행한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최근 큰 관심 반갑지만 양가적 감정 들어…
이 관심, 21년 동안 쌓아올린 장애인 운동의 토대와 성과”

장애인의 권리 투쟁을 지속해서 기록해온 장애인 전문 매체 ‘비마이너’의 강혜민 편집장은 같은날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최근 이동권 시위가 주목을 받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반가운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1년간 경험해 보지 못한 정도의 사회적 관심이고, 보도도 많았다”며 “다만 이준석 대표와 함께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지 회의적이어서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강 편집국장은 “이 시위가 결국 조명을 받게 된 것은 21년 동안 쌓아올린 장애인 운동의 토대와 성과 위에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또한 이렇게 장애인 권리에 ‘관심을 갖게해 주어서’ 이 대표에게 고마워해야하는지 곱씹어본다면 그렇지 않다”며 “그가 장애인 권리에 대한 논의를 어디로 가져가고 있는 지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그는 지금까지 장애인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강 편집국장은 “이준석 대표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인권의 감각을 가뿐히 뛰어넘고,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고민해야 할 인권에 대한 감각을 후퇴시키고 그러한 발언들을 수면 위로 올라와도 된다고 승인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기본적 인권 감각이 있어 꺼내지 않았던 말들을 수용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는 혐오를 통한 이슈파이팅에 성공한 것이고 이는 올바르지 못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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