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거주와 집무 공간이 분리돼 출퇴근 시 이동을 하는 첫 대통령이 됐다. 이에 11일부터 자택이 있는 서초구에서 집무실이 있는 용산까지 대통령의 ‘출근길’은 화제일 수 밖에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과 관련해 시민들은 ‘러시 아워’에 교통 통제 등을 우려했고, 시민들의 출근 시간을 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8시20분 ‘러시 아워’에 나오면서 비판도 나왔다. 다만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는 보도도 없진않았지만, “교통 지연은 있었지만 혼잡은 없었다”고 보도하는 언론이 많았다. 

▲12일 내일신문 기사. 
▲12일 내일신문 기사. 
▲12일 조선일보 기사. 
▲12일 조선일보 기사. 

뉴스빅데이터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윤석열 출근길’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는 5월13일 오후 기준 1473건이다. 다만 모두 출근길 자체를 주제로 한 기사는 아니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의 브리핑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주요일간지에서 보도한 양을 살펴보면 경향신문 57건, 국민일보 53건, 동아일보 46건, 문화일보 33건, 서울신문 70건, 세계일보 158건, 조선일보 53건, 중앙일보 73건, 한겨레 60건, 한국일보 50건이다.

가장 많은 출근길 기사를 쓴 세계일보는 5월12일 기사 “尹 출·퇴근에 뿔난 서초동 맘카페…‘지금 호루라기 불고 난리다’”에서 “윤 대통령의 출근길은 10여분 내외다. 이에 큰 교통 혼잡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출근길 상습 정체구간의 교통을 통제하고, 가장 체증이 심한 시간에 출근하는 데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을 전달했다.

동아일보도 일부 교차로에서는 대기 지연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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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동아일보 기사. 
▲12일 동아일보 기사. 

한겨레 5월11일 기사 “8시23분 ‘러시 아워’에…윤 대통령, ‘서초→용산’ 8분 만에 출근”은 교통정체는 없었지만 대통령의 출근 시각이 예상보다 늦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경찰의 사전 교통 통제로 동선을 관리하면서 우려했던 교통 정체는 없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출근시각은 예상보다 늦었다. 직장인 출근시간대를 피해 이른 아침 7시 전후에 집을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오전 8시23분, 이른바 ‘러시 아워’에 집을 나섰다”고 썼다.

대부분의 언론이 조금의 교통 지연은 있었지만 교통 혼잡이나 시민불편이 컸다고 하진 않았다. KBS는 5월11일 기사 “‘직주분리’ 대통령 첫 출근길…교통 여파는?”에서 “30초 정도씩 신호를 잡는 과정에서 다른 차들이 멈춰서는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KBS와 인터뷰를 한 시민은 “출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저도 지금 교통편을 바꿔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의 경우 “대통령 첫 출근 서초-용산까지 8분, 큰 혼잡 없었지만 우려 여전”(5월11일)기사에서 “그다지 막히진 않았다는 반응과 함께, 그래도 바쁜 아침 시간대 멈춰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MBC와 인터뷰를 한 시민은 “여기가 밀리는 지역이고 아무래도 출근하는 직장인은 10분, 20분이 엄청 크다”고 말했다.

많은 언론들이 지금까지는 큰 혼잡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매일경제 “尹대통령, 서초~용산 출근 둘째날 ‘12분 컷’…오늘은 동작대교 건너” 기사는 “별다른 교통체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고 내일신문 “대통령 출퇴근 교통혼잡 없이 지연만”이라는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 출퇴근에 따른 교통혼잡은 없었다. 하지만 교통신호 통제로 인한 일부 차량 흐름 지연은 피하지 못했다”고 썼다. 지연은 됐지만 혼잡하지는 않았다며 다소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12일 매일경제 기사. 
▲12일 매일경제 기사. 

조선일보도 “尹, 오늘은 동작대교로 출근... 어제처럼 딱 8분 걸렸다”며 제목에서 윤 대통령의 출근길이 미치는 영향이 적음을 강조했다. 이 기사는 “출근길이 일부 시민들의 출근 시간대와 겹쳤지만 큰 교통 혼잡은 없었다”고 썼다.

▲11일 머니투데이 기사. 
▲11일 머니투데이 기사. 

출근길 보도를 하면서 ‘하늘에 있던 대통령’을 운운하는 기사도 있었다. 머니투데이 “하늘에 있던 대통령이 땅에 내려왔다? 尹대통령의 첫 출근”(5월11일) 기사는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시도에 ‘하늘에 있던 대통령이 땅에 내려왔다’며 ‘너나 없이 입만 열면 소통, 소통하는데 기본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 그게 소통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기사는 “역대 대통령들이 경호와 의전 등을 이유로 마치 하늘에 있는 것처럼 언론, 국민 등과 거리감이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업무 공간을 바꾸면서 언론 등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러한 언론의 논조는 지금까지 장애인 시위나 그 외 파업 등으로 ‘시민 불편’, ‘교통 혼잡’을 크게 강조해온 논조에 비해 관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파업 등으로 교통 체증이 예상될 때는 실제로 지연이 없었더라도 걱정이 된다는 기사가 나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2016년 9월 철도·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하루 전에 TV조선은 “‘지옥철’ 9호선 내일 더 걱정”이라는 리포트에서 파업의 불편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민영화된 노선인 9호선은 직접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교통대란’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미리’ 시민불편 등을 강조하는 기사를 썼다. 조금의 지연은 있었지만 혼잡은 없었다는 대통령의 출근길과 같은 잣대라고 판단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관련 기사: [“‘지옥철’ 걱정된다고? 기사 이렇게 써도 되나?”]

▲ 12월20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관련 시민 불편 강조한 온라인 기사 제목(위부터 조선일보‧문화일보‧동아닷컴‧매일경제 순)
▲ 12월20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관련 시민 불편 강조한 온라인 기사 제목(위부터 조선일보‧문화일보‧동아닷컴‧매일경제 순)
▲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을 부각한 동아일보(3월26일), MBN(3월25일)
▲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을 부각한 동아일보(3월26일), MBN(3월25일)

이러한 보도 행태와 비교하면 대통령 출근길에서 ‘지연’은 있었지만 ‘혼잡’은 없었다고 전하는 보도는 어쩌면 ‘시민의 시위는 안되고, 대통령은 되는’ 이중잣대를 보여주는 것이지 않을까.

[관련기사: “장애인 시위 때문에” 시민불편 강조가 언론 역할일까
사고땐 안전불감 비판, 안전인력 충원 파업엔 ‘시민불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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