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내내 고성이 오갔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감사 논란, MBC의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논란 보도 관련 공방이 반복됐다. 두 사안 모두 주요 정치적 현안으로 논쟁거리일 수밖에 없지만 정작 국감 취지에 맞는 ‘정책 질의’는 많지 않았고,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의원들에게 “가급적 정책 질의를 해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주목해야 할 의제를 제시한 질의들이 있다.

허은아, 유명무실 ‘대리인제’ 견제 없는 ‘통신심의’ 지적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메타, 구글, 애플 등에 적용된 대리인제 제도가 허점이 있음에도 방통위가 실태점검에 나서지 않고 개선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대리인제는 국내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개인정보보호 분야 전담 조직이 국내에 없을 경우 이를 대리해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허은아 의원실에 따르면 대리인제 도입 이후 지난 3년 동안 방통위가 국내 대리인에 자료제출을 요구한 경우는 6건에 그쳤다. 서류상 회사만 만들고 실제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대리인 8곳에 대해 방통위가 조사를 하지도 않았다.

▲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사진=허은아 의원 블로그
▲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사진=허은아 의원 블로그

허은아 의원은 “33개 대리인 회사가 있지만 방통위는 현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8개 법인의 대리인의 국내 주소가 같은데 누구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지난 국정감사 때 방통위원장이 ‘국내대리인 제도 적극 적용하고 제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해놓고 일을 제대로 한 건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허은아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게시물 대상 통신심의의 주관성, 불투명성, 견제장치 미비 문제를 지적했다. 허은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통신심의 내역 45만 건 가운데 실무진이 제시한 제재(시정요구) 판단을 심의위원이 뒤집은 경우는 10건 뿐이다.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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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의원은 “심의가 요식행위가 될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실무자 인력의 전문성이 뛰어나고 사례가 축적됐다는 입장이지만 법관도 아닌 실무진이 (안건) 올리면 끝이 나는 구조”라며 “인터넷에선 방통심의위가 법과 같지만 심의내역 확인이 불가능해 무엇을 삭제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이를 점검하는 절차도 없고 외부감시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허은아 의원은 ’친민주당 성향’ 심의를 우려했지만, 통신심의의 허점은 보수 정부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방통심의위가 북한의 IT기술을 다루는 영국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차단해 논란이 됐고 방통심의위 제재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시민단체들은 통신심의의 불법정보 심의가 고도의 법적 판단을 요구하는데, 이를 사법부가 아닌 행정 기구에 맡기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왔다.

변재일, ‘보편적 시청권’ 제도와 현실 괴리 지적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편적 시청권’에 관한 점검을 방통위가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고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사가 있는 스포츠 행사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은 가시청 범위 90% 이상이 돼야 한다. 

변재일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국민 관심행사의 독점중계권을 계약한 유료방송 송출 방송사는 JTBC 10회, TV조선 2회, tvN 1회, 스포(SPO)TV 1회 등 총 14회다. 물론, 유료방송채널이 독점중계권을 갖더라도 대부분이 유료방송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환경에선 가시청권이 90%이상이 될 확률이 높다. 

▲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다만 변재일 의원은 “케이블TV를 통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있다. KBS, MBC, SBS는 중계권을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태”라며 “방통위가 시청 가능한 가구 수를 기준으로 보편적 시청권 준수여부를 점검해야 함에도 지난 10년 동안 실태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차원에서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변재일 의원은 보편적 시청권 도입 당시 취지는 ‘비용 없는 무료방송’을 전제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변재일 의원은 “종편 등 유료방송 중심으로 시청 행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방통위가 법 개정 없이 비용이 부과되는 유료방송 가입자까지 가시청가구로 해석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료가구 가시청을 포함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투자·수신율·편성비율 ‘저조’, UHD 점검’ 나선 박완주·박찬대

지상파UHD 방송 후속 점검도 이뤄졌다. ‘정책 실패’ 규정과 더불어 EBS와 KBS 간 UHD 분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통위 역할론’을 끌어낸 질의도 이어졌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지상파 UHD방송을 “계륵”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은 2.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방통위는 UHD와 HD 직접수신율을 통합 집계하고 있는데, 실제 UHD방송 수신율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UHD방송은 지상파 방송사와 국회가 주도해 도입한 정책으로 도입 당시엔 ‘차세대 방송’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UHD TV를 구매해야 하고, 지상파를 직접수신하고, 수신 관련 셋톱박스 등 기기를 별도 구매해야 하는 등 불편이 잇따랐다.

▲ 박찬대(왼쪽) 민주당 의원과 박완주 무소속 의원
▲ 박찬대(왼쪽) 민주당 의원과 박완주 무소속 의원

설상가상으로 방송사들이 소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완화한 ‘편성 비율’마저 턱걸이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완주 의원은 “올해 UHD 편성 비율을 20%로 설정했는데, 수도권 지상파 3사는 간신히 기준선을 맞췄다”며 “문제는 여기에 기존 HD 콘텐츠를 리마스터링한 것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이를 빼면 사실상 모두 2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엄밀히 말하면 UHD 전용으로 제작하지 않고, HD화질로 제작한 영상을 보정한 리마스터는 UHD로 보기 어렵지만, 방통위는 기준을 완화해 리마스터도 UHD로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 UHD 대상 방송사를 확대하고 편성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영난에 처한 지역방송사들은 사실상 UHD전환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완주 의원은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지만, 목표실현이 가능하겠나”라며 “방통위원장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과감하게 투자를 하게 하든지, 전면적 정책 폐기를 하든지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역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된 EBS와 KBS의 UHD 방송을 둘러싼 갈등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EBS는 2017년 이후 140억 원을 들여 1242편의 UHD 콘텐츠를 제작했으나 정작 단 한편도 송신하지 못했다. 방송법상 EBS 송신지원업무가 KBS 업무로 명시돼 있는데 EBS는 UHD 송신 비용을 KBS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KBS는 자신들이 전체를 부담할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EBS는 송신 관련 모든 업무는 KBS 업무라고 하고, KBS는 EBS가 예산에 대한 노력을 기울일 경우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두 방송사 알력에 방송이 송출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통위의 중재가 필요하다. 지난해 이후 방통위 중재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구체적 방안을 종합감사 때까지 제출해달라”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그간 실무급, 고위급 협의를 주선했지만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양쪽 의견을 적극 듣고 우려사항을 적극 전달해 해소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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