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해외순방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를 “가짜뉴스”라 칭했다. 대통령실의 강경일변도 대응이 이어지면서 이번 논란으로 인한 혼란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를 두고 “‘가짜뉴스’만은 좀 퇴치해야 하지 않나. 과거에도 보면 선진국 같은 데서는 ‘가짜뉴스’를 경멸하고 싫어하는데 우리는 좀 관대해서 전부터 광우병이나 여러 사태에서 있었듯 많았기 때문에 이런 가짜뉴스는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언론은 한미간 동맹을 날조해서 이간시키고, 정치권은 앞에 있는 장수 목을 치려 하고, 이런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한미동맹을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국가 전체로 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그러자 한 기자는 애초 윤 대통령이 한마디 했으면 국회에서의 정쟁이 심해지지 않았을 거란 비판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22일(한국 기준)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뒤, 대통령실은 10시간 넘게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윤 대통령은 26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언급하지 않은 채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비서실장은 “저희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께 여쭤봤는데 본인도 잘 기억을 하기 어렵고,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상황상 ‘바이든’이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 나왔다면 (미국) ‘의회’라고 했을 텐데 ‘국회’라고 했고, 여기서 왜 ‘바이든’이 나오지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계 대선배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불분명한 걸 기사화할 때는 그 말을 한 사람에게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그런 걸 안 거쳤다. 괄호 열고 닫고까지 하고. 저희는 그런 걸 핵심으로 본다”며 “앞부분(이XX들) 쪽은 대통령께서도 상당히 혼란을 일으키시는 것 같다. 잡음을 없애고 소음을 없애면 또 그 말이 안 들린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특정하지 못하면서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라 규정할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김 비서실장은 “처음에 뉴욕에서 대응이 15시간 걸렸다고 할 때도, 진짜 (발언이) 그런가 해서 음성 분석도 요청을 하고 전문 교수들 이런 데에도 (의뢰)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는 잘 안 나오는 것 같더라”며 “어떤 신문을 보니 ‘100번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말한 당사자에게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9월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윤수현 기자
▲9월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윤수현 기자
▲9월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 사옥 출입문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저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9월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 사옥 출입문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저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김 비서실장은 이번 논란이 대통령실에도 부담스러울 텐데 어디까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희도 언젠간 엑시트(exit)를 해야 하지 않겠나. MBC 쪽도 입장 발표가 전혀 없고 좀 시간이 걸려야 하지 않겠느냐. 저희는 빨리 종식을 시키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특정 방송사 사과를 원하느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김 비서실장은 “아까도 말했지만 ‘가짜뉴스’ 이런 것에 대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라고 답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26일 MBC에 보도 경위를 묻는 공문을 보냈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MBC를 압박하고 있다. 같은 날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MBC 측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28일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을 항의방문했다. 29일엔 국민의힘에서 MBC 사장,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취재기자 등을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MBC는 이날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진실 규명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절차가 있음에도 권력은 이 모든 걸 건너뛰고 검찰로 직행했다”며 “모든 언론이 똑같이 보도한 내용을 두고 한 언론사만을 꼭 집어 고발한 것, 공영방송 보도책임자들과 사장을 무더기로 고발한 것 모두 유례를 찾기 어렵다. 보도에 관여했을 것이란 막연한 추정만으로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앞으로 어떠한 언론도 권력기관을 비판하지 말라는 보도지침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강한 유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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