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23일 ‘2020년 상반기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공무원들이 공모해 TV조선 재승인 점수를 하락시켰다고 보고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검찰은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등 방통위 전현직 공무원 4명과, 최소 3명 이상의 재승인 심사위원들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검찰은 23일 방통위 사무실 4곳, 심사위원 자택, 심사위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압수 대상은 문서, 핸드폰, PC, 전자기기, 차량 등이다.

▲ 검찰. ⓒ연합뉴스
▲ 검찰. ⓒ연합뉴스

검찰은 방통위가 2020년 3월 코바코 남한강연수원에서 열린 재승인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에게 TV조선 평가점수를 알려주고, 심사위원들이 의도적으로 점수를 낮추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중점 심사항목인 ‘공적책임’ 점수가 16.8~19.4% 하락했고, ‘공익성 확보’·‘방송법령 준수’ 항목 점수도 수정됐다는 것이다.

당시 TV조선은 총점 1000점 만점에 653.39점을 받아 재승인 통과 기준(650점)을 넘었으나 공적책임 항목에서 104.15점(210점 만점)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이 결정됐다.

또한 검찰은 방통위 공무원 4명이 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집행방해를 저질렀다고 봤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심사 평가점수 파일이 2020년 3월19일 최종 저장된 후 다음 날 수정됐기 때문에 피의사실이 소명되고, 심사위원·방통위 직원들의 증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모 여부에 대한 증거는 자료에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검찰이 감사원으로부터 감사자료를 넘겨받은 건 9월7일이다. 사건 배당은 최근에 있었다. 자료 확보 16일 만에 범죄사실을 정하고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종편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의 경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감사원 행정안전감사 4과는 지난달 초부터 종편·보도채널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13명(위원장 포함)을 조사했다. 감사원은 TV조선·채널A 점수 조작 정황이 있다며 심사위원 13명(위원장 포함)에게 감사원 출석을 요구하거나 사무실에 방문해 조사했다. 감사원이 민간인인 전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과잉 감사 지적이 불거진 바 있다.

한편 방통위는 오늘 압수수색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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