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9월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미국 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수차례 되풀이하고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이를 두고 22일 “아마추식 접근”(한겨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부족”(경향신문)이라는 주요 신문의 혹평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 전환기 해법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에서 ‘자유’를 21회, ‘연대’를 8회 언급했다.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지키는 연대의 정신을 통해 핵무기·대량살상무기·인권 유린 등 글로벌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사설 ‘북한 빼고 자유와 연대만 되풀이한 윤 대통령 유엔 연설’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언급은 쏙 뺐다”면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곽만 내놓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내용을 추가로 보태지 않았다. 한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22일자 경향신문,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22일자 경향신문,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부족을 반영하는 듯해 유감스럽다”며 “북측이 거부할수록 남측 정부는 더욱 일관성을 보여주어야 남북대화가 성사된다. 국제적으로 주목되는 연설에서조차 북한을 언급하지 않으면, 담대한 구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심까지 의심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역시 사설 ‘‘자유·연대’ 강조하면서 북한 언급 안 한 尹 대통령’을 통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연설이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힘과 구체성이 담보되지 않은 자유와 연대가 공허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분단국 한국은 북핵 문제를 국제사회에 환기해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확인할 필요가 어떤 요인보다 크다. 유엔 무대에서 북한 이슈를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둔 게 적절한지는 고민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북한 언급이 없었던 것에 대해 “추가할 대북 메시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2면에 기사를 내고 “북한을 상대로 실제 보탤 내용이 없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고,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재차 원칙을 강조할 필요도 있었다”는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조언을 전했다.

▲22일자 한겨레신문 칼럼 갈무리.
▲22일자 한겨레신문 칼럼 갈무리.

이번 연설은 “아마추어식 접근”이었다는 백기철 한겨레 편집인의 평가다. 백 편집인은 ‘유엔서도 공허한 자유론만 외친 ‘아마추어 외교’’ 칼럼에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자유와 가치 연대를 또다시 역설한 건 공허하기 짝이 없다”며 “유엔 연설은 보편성에 입각해 우리 이야기를 설파하는 자리이지 추상적 자유론을 늘어놓는 곳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유엔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이유”라고 했다. 백 편집인은 “유엔 연설문은 다각도로 검토됐을 텐데 윤 대통령 특유의 아마추어식 접근이 유지됐다는 건 심각한 오작동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썼다.

반면 중앙일보는 사설 ‘유엔서 한국의 국제사회 책임 역설한 윤 대통령’을 통해 “정치 입문 이후 취임사와 8·15 경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자유와 연대’ 메시지를 통해 ‘신냉전’ 구도로 변화한 국제질서에서 한국 외교의 지향점은 자유 진영과의 가치 동맹이며, 그 안에서 한국이 제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추켜세웠다.

한덕수 대정부질문 촌평 “신문총리”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한덕수 총리는 대통령 전용 헬기 손상, 영빈관 신축 등을 묻는 말에 “신문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칼럼 ‘“신문(新聞) 총리”’에서 “우리나라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하는 그림자 역할을 많이 했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는 행사에 대신 참석하는 ‘의전 총리’, 대통령을 대신해서 연설문이나 메시지를 읽는 ‘대독(代讀) 총리’가 대표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 총리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대통령 대신 야당 공세의 뭇매를 맞는 ‘신문 총리’ 유형도 추가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22일자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22일자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국민일보는 사설 ‘현안도 모르고 엉뚱한 답변한 한덕수, 책임총리 맞나’을 내고 “총리의 국정 장악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제대로 된 국정 운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국가 주요 현안이 총리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다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총리는 제쳐두고 과거 정부처럼 대통령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신문총리’라는 오명이 추가됐다. 한 총리는 자신이 ‘책임총리’로서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 “신당역 사건, 여성혐오 단정 어려워” …경향 추모공간 마련

동아일보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신당역 사건, 여성혐오 범죄 맞나’에서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다인종 국가들은 인종, 민족, 종교, 성적 정체성 등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범죄를 따로 분류해 관리한다”며 “이 기준에 따르면 신당역 사건은 현재로선 여성혐오 범죄로 단정하기 어렵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전주환은 스토킹으로 고소당해 중형을 선고받을 처지가 되자 보복 살인을 저질렀고, 여성혐오적 신념을 갖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오랫동안 스토킹해온 피해자만 겨냥했다”고 했다.

이어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집중하느라 범죄의 재발을 막아줄 현실적 대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여혐 범죄냐를 따지기보다 어디에서 놓치고 실패했는지 차분하게 복기해야 할 때다. 그래야 앞으로 막을 수 있었던 불행은 막고,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은 살릴 수 있다”고 썼다.

▲22일자 경향신문 9면 갈무리.
▲22일자 경향신문 9면 갈무리.

이와 달리 경향신문은 여성 아카이브 ‘플랫’에 온라인 추모공간을 만들고, 9면 ‘더 이상, 이렇게,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기사를 통해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를 소개했다. 한 시민은 추모공간에 “무고한 여성이 더 이상 죽지 않는 나라 내가 죽기 전에 만들어질까? 여성혐오를 여성혐오라 말하면 더 진한 혐오감을 낀 눈으로 나를 쳐다볼까. 오늘도 애써 불편한 마음을 숨기는 나. 용기있는 자매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지만 그들의 폭력적인 태도를 견뎌낼 자신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추모공간에는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로 보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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