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신당역에서 벌어진 스토킹 살인사건을 ‘여성혐오로 보지 않는다’고 발언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사퇴요구에 대해 반박했다.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오독”이라며 이번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며 장관 사퇴를 주장한 진보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를 비판했다. 이에 진보당은 “여성의 비극적 죽음을 정쟁으로 몰아선 안 된다”며 권 의원을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진보당과 녹색당, 여러 여성단체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엄정한 법집행과 제도적 보완이다. 비극을 남녀갈등의 소재로 동원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썼다. 권 의원은 피해자가 남성인 사건들을 거론하며 “‘남혐범죄’라 부르지 않는다”며 “단지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여성혐오라고 규정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오독”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만약 여러분이 신당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고 믿는다면, 그 비난은 여가부가 아닌 민주당을 향해야 마땅하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변호사 시절 살인사건을 변호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신당역 살인사건 같은 비극이 정치적으로 오독돼선 안 된다”며 “당파적으로 오조준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 20일 진보당 등이 신당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진보당
▲ 20일 진보당 등이 신당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진보당

이에 진보당 인권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권 의원의 주장이야말로 오랜 기간 젠더폭력에 고통받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죽음을 다른 범죄 사건들과 비교하며 저울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당은 “신당역 살인사건을 젠더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이자 소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중심적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피해와 가해는 젠더화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6월까지 사법처리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1285명 중 1113명이 여성이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문화적 구조 속에서 우리는 그 여성 역무원이 아닌 다른 여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역 사건에 이어 신당역 사건에서도 ‘여자라서 죽었다’ ‘난 우연히 살아남았다’ 며 수많은 여성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진보당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폭력이 어떤 맥락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법집행과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비극을 막을 수 없다”며 “가해자를 처벌할 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판사의 온정주의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끊임없이 가해자를 용인하고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어 왔다”고 지적했다. 

진보당은 이번 비극적 죽음을 정쟁의 소재로 활용한 게 권 의원이라는 입장이다. 

진보당은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국회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 논의를 150일 동안 방기하고 내부 권력다툼에만 올인하지 않았는가”라며 “신당역 살인사건에 국민들이 분노하자 이제와서 피해자의 죽음을 ‘국민의힘 감싸기’에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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