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자사 미디어렙에 SBS 지분 매각을 결정한 방송통신위원회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SBS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SBS의 미디어렙(광고판매 자회사)인 SBSM&C에 내린 소유제한 규정 위반 시정명령에 “토종 콘텐츠 경쟁력을 약화하는 역차별 규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7일 방통위는 SBSM&C의 지분 40%를 보유 중인 SBS가 30%의 지분을 6개월 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대기업과 계열사는 지상파 방송사와 미디어렙 지분 10% 이상을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지난해 태영그룹의 대기업 집단 지정에 따라 티와이홀딩스의 SBS 소유에 이어, SBS의 미디어렙 소유 문제까지 번진 것이다.

▲ 서울 목동 SBS 사옥
▲ 서울 목동 SBS 사옥

이와 관련 SBS는 △오래된 규제가 현실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 △2대 주주인 일본 유료방송 기업에 이익이 되는 점 △글로벌 콘텐츠 경쟁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반발했다.

SBS는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 수는 17개에서 47개로 176% 증가했고, 자산총액 20조 원 이상의 기업도 12개에서 17개로 42% 증가했다”며 “하지만 방송법 시행령 상 대기업 기준은 14년째,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 대기업 기준 역시 10년째 그대로 유지돼 자칫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했다.

SBS는 자사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일본 미디어기업’이  미디어렙을 좌우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SBS는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이후 SBS의 M&C에 대한 의결권이 10%로 제한돼 현재, 의결권 기준 M&C의 최대주주는 일본 거대 유료방송업체인 J:COM”이라며 “일본 대기업이 아무 제한 없이 의결권 기준 M&C의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역차별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BS는 “또한, 대기업 10조 기준은 방송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는 모회사의 자산규모가 작아져야만 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며 “방송사 자체 자산규모가 10조 원을 돌파할 경우, 어느 회사도 이 방송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된다. 방송법 제8조 3항이 방송법인 주식 취득의 주체와 객체를 서로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만큼 기업 집단의 자산규모를 산정하면서 지상파방송사 자체의 자산은 제외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SBS는 “대기업의 방송사업 진출을 원천 금지하는 국가는 2022년 현재 OECD 내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넷플릭스, 디즈니, HBO 등 유수의 글로벌 미디어 공룡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동안, 이 기업들의 100분의 1 규모도 되지 않는 국내 지상파사업자는 낡은 소유규제에 발이 묶여 자본조달과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지분을 10% 이하로 규제하고 있는 방송법 8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논박’이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에선 지난해부터 10조 규제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방송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의 소유 제한 기준이 되는 기업의 자산총액을 현행 10조 원에서 국내 총생산액의 0.5% 이상 1.5% 이하 범위(사실상 약 29조 원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반면 이 법안과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태영을 비롯해 규제 완화를 목마르게 요구한 사업자 청원 창구를 국회로 돌린 것은 아닌가”라며 “태영건설 자본 등 기존 방송 지배 재벌의 기득권을 지켜주고 다른 대기업 집단에도 모든 미디어 부문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재벌 헌납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매출액 대비 콘텐츠 투자 비율 강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노사 동수 추천 시청자위원회 설치의 법적 의무화 △노동 감사 및 노동 이사제 도입 의무화 △보도 및 편성 책임자 임면에 대한 구성원 동의 법제화 등 내부 견제 장치 제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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