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9일 KBS 예비조사에 나서면서 정권교체기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번 감사원의 감사 착수가 과거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같은 맥락으로 진행 된다면 이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부터 오는 22일, 23일까지 사흘간 KBS 현장방문을 통한 예비조사에 나섰다. KBS노동조합을 비롯한 보수성향 언론·시민단체가 지난 6월20일 김의철 KBS 사장과 KBS 이사회 대상으로 국민감사청구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KBS본부는 “감사원의 칼날이 또다시 공영방송 KBS를 향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감사 착수를 보면 기시감이 든다. 당시 정권이 바뀌면서 정연주 사장을 축출하려는 단체들이 KBS 내외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정체와 구성을 알 수 없는 단체들은 공영방송 흔들기에 앞장섰고, 공영방송에 대한 부당한 개입에 항거해야 할 KBS 노동조합도 방관으로 일관했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은 정연주 사장에 대해 사정기관인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해 표적감사와 수사를 진행했고, 있지도 않은 죄까지 만들어 해임 근거 만들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2008년 8월8일 '공영(방송)' '방송장악'이라 적힌 유인물이 찢긴 채 KBS 로비 바닥에 떨어져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08년 8월8일 '공영(방송)' '방송장악'이라 적힌 유인물이 찢긴 채 KBS 로비 바닥에 떨어져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08년 당시엔 여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정연주 사장 사퇴를 압박한 가운데 전직 KBS 간부가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 여권 인사를 포함한 보수·뉴라이트 단체들은 정 사장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그해 8월8일 KBS 여권 이사들은 경찰력을 투입해 KBS 구성원을 저지하면서 정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정 사장을 해임했다. 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김의철 KBS 사장이 부적격하다고 주장해왔다.

KBS본부는 “당시 감사원은 특별감사로, 검찰은 배임혐의로 기소까지 하며 당시 정 사장을 압박 했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를 판결하기도 했다. 결국 감사와 수사가 실체적 진실과 관계없이 정치적 목적 아래서 이루어졌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최근 감사원장이 대놓고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 라며 스스로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감사원의 감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지 우리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들은 “이제는 혼란의 싹을 잘라야 할 때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림 없는 공영방송 지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권에 상관없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 어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 없다면 공영방송을 둘러싼 혼란은 정권이 바뀔 때다 계속 될 수 밖에 없다”며 “때문에 국회에 촉구한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재 발의된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하반기 국회 내에 처리하라. 정권이 아닌 국민이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일 수 있도록 제도적 바탕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2008년 8월8일 KBS에 투입된 경찰력이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저지하려는 KBS 구성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08년 8월8일 KBS에 투입된 경찰력이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저지하려는 KBS 구성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앞서 국민감사청구에 나선 KBS노동조합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반응”이라며 성명을 반박했다. KBS노동조합은 19일 미디어오늘에 “임기가 남아있던 전임 사장을 민주당의 언론장악 문건처럼 조합원들 동원해서 강제로 몰아내고 이사들에게 집단 린치하고 몰아낸 본부노조는 KBS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을까”라면서 “적폐청산한다며 사실상 불법보복기구였던 진미위를 앞세워 동료 선후배 직원들을 괴롭혔던 그들은 민주당 언론장악 문건대로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망쳤던 홍위병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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