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이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중립을 훼손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언론의 성향을 막론하고 이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뤘는데, TV조선 메인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관련 사안을 다룬 종합일간지 중 유일하게 기사 말미에만 논란을 언급했다.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해 논란이 됐다. 질의를 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거의 모든 결정과 행동이 설명되는 것 같다. 제가 약간 충격이 와서”라서 말했고, 여당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도 “저도 귀를 좀 의심케 한다”고 밝힐 정도였다.

감사원은 방통위 정기감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포렌식’ 감사에 나섰고, 국민권익위원회에는 1년 만에 다시 감사를 재개해 ‘표적 감사’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주요 방송사 중 TV조선만 보도 안 해

다수 주요 방송사들은 29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는 ‘감사원장의 문제적 발언’ 리포트를 보도했다. 앵커 멘트를 통해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의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 29일 지상파 3사 메인뉴스 갈무리
▲ 29일 지상파 3사 메인뉴스 갈무리

KBS와 SBS는 감사원장이 ‘논란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고 했고, SBS 8뉴스 역시 “감사원장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한 게 논란을 더 키웠다”고 보도했다.

종편 가운데는 JTBC와 MBN이 당일 메인뉴스에 관련 보도를 했다. JTBC 뉴스룸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원장이 놀라운 발언을 했다”며 “감사원의 독립성과는 맞지 않은 취지의 답변에, 여당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도 답변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고 설명했다. MBN 뉴스7은 앵커 멘트를 통해 “감사원장 스스로 감사원 감사의 신뢰를 무너뜨린 꼴” “어떻게 보면 정치감사를 한다고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채널A는 29일 메인뉴스에선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지만, 30일 ‘여랑야랑’ 코너를 통해 “최재해 감사원장의 발언들이 감사원 중립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감사원은 정부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살피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이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신중한 언행도 필요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 30일 채널A와 29일 MBN 메인뉴스 갈무리
▲ 30일 채널A와 29일 MBN 메인뉴스 갈무리

 

동아일보도 “정권 코드 표적 감사” 언급 
조선일보는 공수처 감사계획 중점 보도

신문에선 30일자 지면 기준 한겨레, 경향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관련 소식을 다뤘는데, 조선일보의 보도가 튀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신문들은 ‘대통령 지원 기관’ 발언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일례로 동아일보는 ‘감사원장 “감사원,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기관” 발언 논란’ 기사를 내고 “(감사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감사원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감사를 착수해 야권에선 현 정권의 코드에 맞춘 ‘표적 감사’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 30일 주요 일간지 지면 보도.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제목에 공수처장의 '대통령 지원 기관' 발언을 썼다.
▲ 30일 주요 일간지 지면 보도.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제목에 공수처장의 '대통령 지원 기관' 발언을 썼다.

반면 조선일보는 ‘최재해 감사원장 “하반기 공수처 감사”’ 기사를 통해 공수처 감사 계획을 중점적으로 기사화했다. 부제목은 KBS와 MBC 감사를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관련 보도를 한 주요 신문 가운데 유일하게 감사원장의 ‘대통령 지원 발언 논란’을 중점적으로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논란이 된 발언은 기사 말미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도로 다뤘고, ‘표적 감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제목과 기사 리드를 통해 ‘발언 논란’ ‘표적감사’를 지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거엔 ‘코드감사’ 비판 집요했던 조선일보·TV조선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지난 정부 때는 감사원의 행보를 적극 들여다보며 ‘코드 감사’ 논란을 제기했다. 2017년 TV조선 ‘뉴스쇼판’은 4대강 사업, 백남기 농민 사건 관련 감사 소식을 전하며 “대통령의 감사 지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며 “'정치 감사'라는 논란도 일었다”고 했다. 4대강 감사를 검토하는 단계에선 “결론이 이번에 또 바뀐다면 ‘코드 감사’ 논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감사원 독립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역시 2017년 ‘‘4년전 푼돈 강의료도 소명하라’ 서울대병원 교수 탈탈 턴 감사원’, ‘[사설] 7년간 네 번째 4대강 조사, 풍차를 괴물이라고 또 돌진’ 등 기사와 사설을 통해 감사원의 감사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등에 감사에 나선 2013년 당시 조선일보는 “제도적으로 독립적 감사가 어렵게 돼 있다. (중략) 감사원은 지금 대한민국 최고 감사기관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늘 날엔 조선일보와 TV조선에선 ‘표적 감사’라는 지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방송통신위원회 등 감사 소식을 비판 없이 전하거나, 이를 부추기는 듯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감사원장의 발언이 나왔지만 비판은 물론 보도 자체에 소홀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표적 감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언론의 선택적 보도는 조선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보수언론이 논란을 다룰 정도의 사안임에도 유독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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