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토호 유착의혹’이 제기된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이사 회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하자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선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8일 성명을 내고 “신문윤리위를 향한 시대적 개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이런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28일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이 이사장으로 선출됐다”며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서 회장의 횡령 등 범죄 전력과 지난 대선 시절 신문사 회장직을 유지한 채 대선 캠프로 직행한 행보 등을 문제로 삼아 언론사 대표로 부적절함을 강력하게 비판해왔다”고 지적했다.

▲ 신문윤리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 신문윤리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2005년 7월 26일 전주지법 형사2부는 서창훈 회장(당시 사장)이 전북일보사 별관 매각 대금을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우석대의 등록금을 계열사로 빼돌린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전북일보와 전북일보 최대주주인 자광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SNS 글을 문제 삼아 형사 고소·고발해 논란이 됐다. 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은 지난 2월 SNS에 “자광의 전은수 대표가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에게 나머지 지분 양도를 제안했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고, 손주화 전북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 글을 공유했다.

전북일보·자광은 전주시민회가 자광의 재개발 사업을 비판해왔기 때문에 ‘지분 양도’ 관련 게시글에 비방 목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법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전북일보와 자광은 소송을 취하했다. 

▲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로고
▲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로고

언론노조는 “그의 말 많은 이력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서 회장의 신문사 지분까지 매입한 건설업체 자광과의 유착 관계”라며 “지역 시민사회에서 토건자본에 매입된 지역언론이 최대주주의 이권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되레 이를 지적한 활동가 등을 고소·고발한 당사자가 서 회장이었다. 규탄 여론에 고소·고발이 결국 취하됐지만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사실상 ‘전략적 봉쇄 조처’”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자광은 2018년 3월 45억 원을 투자해 전북지역 유력일간지 전북일보의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전후해 전북일보는 자광의 대한방직 부지 재개발을 옹호하는 다수의 사설·칼럼을 지면에 게재했다. 2018년 5월 사설에선 “자광의 계획대로 개발이 이뤄질 경우 연간 6만 명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의 연관 산업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자광을 대변하는 입장을 전했다.

▲ 전북일보 사옥
▲ 전북일보 사옥

언론노조는 “신문윤리위를 대표하고 총회와 이사회 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는 이사장 자리를 자율규제 대상인 주요 일간지 발행인이나 사장이 차지해 온 관행은 묵인되어왔다”며 “하지만 작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윤리위 자율심의 참여 여부와 심의 결과를 정부광고 집행 지표에 포함시켜 그 위상이 제고되었음을 고려할 때, 이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언론에 대한 독자와 시민의 신뢰를 쌓아야 할 신문윤리위 이사장 직위에서 서 회장이 스스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자율규제의 책임과 조치가 더욱 강화돼야 하고, 시민·독자에 대한 설명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할 신문윤리위의 위상을 생각할 때 그의 이사장직 수행은 시대의 변화와 독자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퇴행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손주화 전북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신문사 발행인들이 돌아가면서 이사장을 맡는 관행이 있는데, 신문윤리위 제재가 정부광고 책정 기준인 ‘사회적 책임 지표’로 지정돼 기구의 위상이 달라졌고, 언론계 스스로 신뢰를 높이겠다고 강조해온 시점”이라며 “그럼에도 관행적으로 이사장을 뽑아 크게 우려스럽다. 회장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이사장으로 선출한 신문윤리위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지역 민주언론시민연합으로 구성된 전국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서창훈 이사장 선임에 입장을 낼 계획이다. 

미디어오늘은 8일 오후 신문윤리위원회에 서창훈 이사장 선임 배경과 언론노조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이날 오후 6시40분 현재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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