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방송통신위원회 직원들을 상대로 하드디스크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까지 진행한 데 대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사견을 전제로 ‘정기감사’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입장을 밝혔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보지 못했던 감사 과정들이 진행된다. 포렌식이 등장했는데 감사인가 수사인가”라며 “일반적 정도를 넘어서 수사를 당하는 느낌까지 받아야 한다면 조직 구성원들의 모욕감 자괴감도 상당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감사원이 방통위 정기감사 과정에서 방통위 직원과 국장급 인사의 하드디스크를 포렌식하는 등 이례적인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사와 관련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피감기관의 기관장이라 감사의 적절성에 대한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기감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민중의소리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민중의소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수석이 KBS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해경 관련 보도를 바꿔달라고, 편성에서 빼달라고 했다가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며 “이명박 정부 원세훈 국정원이 기밀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하고 실행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민정 의원은 “원세훈 국정원 문건에는 (언론사) ‘노조 무력화’ 방안이 있다”며 “최근 권성동 대표가 언론을 노조가 좌우한다, (민주)노총 소속 사람이 사장과 지도부에 있다는 발언을 해 우려가 나오는데 이 발언이 적절하다고 보나”라고 물었다.

한상혁 위원장은 “정치권 발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기는 부적절하다”면서도 “방송법상의 규정과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한상혁 위원장은 “방통위설치법상 방통위는 합의제 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원 신분을 보장하고 임기를 보장한다”며 “중요 의사결정은 대부분 (여야 추천 위원이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이뤄진다. 설치법이 설계해놓은 제도들이 지켜질 때 방송 독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위원장은 임기를 지킬 것인지 묻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 질의에 “위원회 운영 독립성 보장은 단순히 방통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과 방송 중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법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당의 방통위원장 사퇴 압박에 관해 조승래 민주당 의원(간사)은 회의장에 출석한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을 가리켜 “안형환 위원은 (지난 정부 때) 야당 추천 위원으로 (방통위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여당 위원이 됐다. 그러면 사퇴해야 하겠다”고 꼬집었다.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다.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은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하고 있다며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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