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집권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해외 선진국의 수신료 폐지 사례를 KBS에 대한 정치적 압력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내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를 주장했다. 박 의원은 “네덜란드, 이스라엘은 수신료를 폐지했고 일본은 10% 인하했고, 프랑스 하원은 공영 수신료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에 올라가고 있다. 영국도 2028년 폐지 법안을 검토 중”이라며 “각국 TV 시청가구가 줄고 정치적 중립성, 모순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KBS를 시청하지 않는데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같이 반강제적으로 징수하니 불만이 높다. 국민에게 선택권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KBS는 28일 “박성중 의원이 언급한 해외 선진국들의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와 관련된 주된 배경은 사실과 다르다”며 “박성중 의원의 지적처럼 세계 공영방송사들은 미디어 환경과 기술변화에 따라 재원 모델을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의 수신료 폐지는 수신료의 자율 납부가 아닌 세금 등 보다 강제성이 높은 공적 재원 유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박 의원은 간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진=국민의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진=국민의힘

먼저 프랑스 사례에 대해 KBS는 “프랑스의 수신료는 주민세가 공동 부과되고 있는데 프랑스 정부가 2023년 주민세를 폐지하기로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수신료를 다르게 부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높아진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 속에서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구매력을 촉진하기 위해 국민 개인이 수신료를 납부하는 대신 올해 10월부터 전체 수신료 액수와 동일한 예산 규모를 부가가치세(VAT)를 통해 조성한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독일과 스위스는 TV 수상기 보유 여부에 따라 수신료(fee)를 부과하는 방식에서 TV 수상기의 보유 여부와는 무관하게 가구당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TV 수신료에서 공영방송사들을 위한 목적세 형태로 재원 모델을 변경했다”며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북마케도니아, 루마니아 등은 정부 예산으로 공영방송사의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탈리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과 같이 오히려 기존의 가구 직접 징수방식에서 전기 및 가스요금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징수방식을 바꾸는 국가들도 있다. 2016년 한국과 동일하게 전기요금에 공동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이탈리아는 수신료 징수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낮추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독일의 경우 수신료를 별도로 징수하는 기관인 바이트락서비스 직원이 975명이고, 징수비용만 약 2300억 원(2021년 말 기준)이 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탈리아 징수방식의 변화는 오히려 유럽 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도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영국 하원 내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위원회의 경우 지난 7일 ‘BBC의 미래 재원’ 보고서를 통해 공영미디어 재원 모델 원칙을 밝히면서 수신료제도에서 완전 상업화까지 12가지 방안을 검토했다고도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일본 NHK의 수신료 인하를 두고는 “TV프로그램의 인터넷 동시 전달에 따른 수익을 고려한 2018년 총무성의 결정 그리고 월 1260엔(약 1만4340원)인 지상파 수신료와 월 2280엔(약 2만5949원)인 위성 수신료 중 위성 수신료 납입자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2020년 10월 지상파 수신 계약자에 한해 1225엔(약 1만3942원)으로 인하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해외 사례를 볼 때, 박 의원은 관련 국내 기사에 대한 사실 여부나 맥락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공영미디어 KBS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KBS 관련 국회 소관 상임위의 집권 여당 간사께서 헌법재판소가 1999년 ‘수신료는 조세도 아니고 서비스의 대가로서 지불하는 수수료도 아니다 실제 방송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조세와 다르다’(98헌바70결정)고 결정한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KBS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이사회나 사장 선임뿐만 아니라 재원을 통해서도 이뤄진다는 점은 우리보다 공영방송 제도가 진일보한 유럽 내 유럽평의회 장관협의체의 권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이라며 “1981년 이후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회에 의해 동결된 공영미디어의 공적 재원과 1988년 이래로 미디어 환경변화에도 낡은 공영방송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를 보다 건설적으로 논의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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