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에 휩싸인 음악가이자 방송인 유희열이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 측도 이를 받아들여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3년 3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됐다. 다만 유희열은 표절 의혹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발표한 ‘유희열의 생활음악’에 수록된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의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로부터 표절 의혹이 시작됐다. 이미 지난달 14일 유희열이 표절 의혹과 관련해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됐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표절 논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관련해 지난달 20일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그리고 나의 악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입장이 밝혀지면서 유희열의 표절 논란은 법적인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일부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유희열의 과거곡 중 여러 곡이 표절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유희열의 여러 곡들이 “표절”이라는 입장과 과거의 곡들에 대해서는 “관행적인 방식”, “표절이라 단정할 순 없다”는 입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달부터 표절 논란이 지속되면서 결국 유희열은 자신이 진행하던 KBS 음악 프로에서 하차하게 됐다. 18일 유희열은 안테나 뮤직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유희열은 “우선 긴 시간 동안 저와 관련한 논란으로 피로감을 안겨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저의 방송 활동에 대한 결정은 함께하고 있는 제작진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던 부분인 만큼 늦어진 점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쏟아졌던 수많은 상황을 보며 제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며 “지난 시간을 부정당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상실감이 얼마나 크실지 감히 헤아리지 못할 정도”라고 밝혔다.

다만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이다. 다만 이런 논란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제 자신을 더 엄격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18일 안테나 뮤직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을 밝힌 유희열. 사진출처=안테나 뮤직 인스타그램. 
▲18일 안테나 뮤직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을 밝힌 유희열. 사진출처=안테나 뮤직 인스타그램. 

그러면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600회를 끝으로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유희열은 “13년 3개월이라는 긴 시간 아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올린다”며 “끝까지 애써주신 제작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프로그램과 제작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주까지 마지막 녹화를 진행하려 한다”며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남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희열은 끝으로 “제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저의 남은 몫이 무엇인지 시간을 가지고 심사숙고하며 외면하지 않겠다”며 “음악을 아끼시는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긴 시간 부족한 저를 믿어주시고 아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제작진 역시 같은 날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제작진은 “유희열 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이에 KBS는 하차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섭외와 방청 신청이 완료된 7월22일 방송분까지 정상 방송하고, 이후부터는 방송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KBS 제작진은 “유희열 씨가 밝힌 프로그램 하차 의사는 진심으로 KBS와 제작진, 시청자 여러분께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심이라고 판단하였으며,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며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지난 13년간, 음악이 꿈인 분들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언제나 힘이 되고,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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